MZ세대를 중심으로 '배속 기능'과 '10초 넘기기' 등의 기능을 통해 작품을 '빠르게' 감상하는 분위기가 형성되고 있다.

이외에도 유튜브에서 영화와 드라마, 애니메이션 등 작품의 줄거리를 압축한 콘텐츠도 이전부터 인기를 얻고 있어 작품 감상의 방법 자체가 변화하는 모습이다.

이러한 시류에 대해 분석한 'OTT 뉴스'의 보도글을 소개한다. 하단은 기사 전문.

최근 OTT 플랫폼에서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 중 '배속 기능'을 사용해 빠르게 작품을 감상하는 이들이 늘어나는 추세다.

특히 젊은 층에서 이러한 경향이 두드러지는데 국내 뿐만 아니라 일본 등 다양한 국가에서 젊은 층을 중심으로 '배속 시청'이 유행 중이다.

배속 기능을 제공하는 넷플릭스(사진=넷플릭스캡쳐).

■ '20대 절반'에 가까운 이들이 '배속 시청' 경험

영화나 드라마 등의 영상을 시청할 때 '배속 재생'이나 '10초 넘기기'를 하는 습관이 점점 확대되고 있는 추세다. 배속 재생이란 영상을 1.5배속, 2배속으로 빠르게 재생해 시청하는 걸 가리킨다. 10초 넘기기란 문자 그대로 장면을 빨리 넘기기 위해 10초 후로 스킵하는 걸 말한다.

어느 쪽이든 시청 시간 단축이라는 니즈를 만족시키기 위한 기능이다. 각종 OTT 플랫폼 외에도 유튜브나 ABEMA와 같은 다수의 무료 OTT 플랫폼에서 제공하는 기능들이다.

이나다 토요시 교수는 '영화를 배속 재생해서 보는 사람들의 출현이 시사하는 두려운 미래'라는 제목의 기사를 보도한 바 있다. 배속 재생과 10초 넘기기의 배경에는 1. OTT 플랫폼의 출현으로 저렴한 가격에 볼 수 있는 작품들이 늘어난 점, 2. 가성비를 중요시하는 사람들이 늘어난 점, 3. 대사로 모든 걸 설명하는 영화작품이 늘어난 점을 들었다.

이 기사에는 큰 반향이 있었기 때문에 그 후 6개의 심층 기사를 보도했으며 ▲긍정파 ▲용인파 ▲반대파 별 각자의 활발한 논의도 담았다.

설문조사 결과(사진=현대비즈니스).

■ 응답자 9할이 배속 재생 시청 경험자

배속 재생과 10초 넘기기는 연령이 어리면 어릴 수록 습관화 돼 있다. 일본의 마케팅ㆍ리서치 회사 크로스 마케팅이 2021년 3월에 발표한 '영상의 배속 재생에 관한 조사'에 따르면 20대부터 60대 남녀 전체에서 '배속 재생' 경험이 있는 사람은 34.4%로 나타났다.

그 중 20대 남성이 54.5%로 가장 높은 비중을 차지했고 그 다음으로 높았던 연령은 20대 여성으로 43.3%를 기록했다. 20대 전체는 49.1%가 배속 재생 시청자인 것으로 조사된 것이다.

젊은층은 어째서 배속 재생이나 10초 넘기기를 하는 것일까, 그 이유를 찾기위해 이나다 토요시 교수가 직접 2021년 12월 아오야마학원대학에 재학 중인 2학년부터 4학년 학생을 대상으로 설문조사를 실시했다.

설문조사 결과에 따르면 배속 재생 시청을 '자주 한다'와 '종종 한다'는 66.5%로 3명 중 2명은 평소 영상 작품을 배속 재생 및 1초 넘기기로 시청하고 있었다. '별로 하지 않는다'를 포함하면 87.6% 실제론 9할이 배속 재생 시청의 경험자다.

앞서 언급한 크로스 마케팅의 조사에서는 '20대 전체의 49.1%가 배속 재생 시청 경험자' 였지만 그보다도 꽤 높은 수준으로 나타났다.

아오야마대학 설문조사 응답자(2~4학년생)는 대부분 20살 전후, 즉 20대 전체 중에서도 어린 편으로 '연령이 어릴수록 배속 재생 시청 경험 학률이 높다'라는 경향이 있는 것으로 보인다.

배속 기능을 제공하는 '유튜브'(사진=유튜브캡쳐).

그렇다면 그들은 어떤 영상을 주로 배속 시청할까? 가장 높은 응답을 보인 것은 '강의 동영상'이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비대면 수업이 증가한 가운데 녹화 수업은 가차없이 배속 시청 당한다. 그 이유는 '효율적인 수업을 듣기 위해서'가 많았다.

"그편이 집중해서 들을 수 있고 머리에도 잘 들어온다"라고 말하는 이들도 있었다.

대학 수업에서는 빠르게 말하는 이들이 많고 수업도 꽤나 속도감 있게 진행된다. 그래도 학생들이 배속 재생을 하는 것은 그들이 '실제 사람이 말하는 속도'에 불만을 가지고 있기 때문일지도 모른다.

배속 재생에 익숙해진 대학생들은 실제 사람의 속도를 느리다고 느낀다. 그 갭에서 배속 시청이 늘어나고 있는 것이다.

유튜브 크리에이터들의 방송도 배속 재생의 스테디셀러다. 영상 중엔 서두에 "이 영상은 배속으로 시청 가능합니다"라고 써둔 것도 있을 정도다. 그래서 배속 시청하는 미디어도 유튜브가 압도적이다.

유튜브는 배속 시청의 친화성이 상당히 높다. 넷플릭스, TVer, ABEMA와 같은 OTT 플랫폼이 이 계보를 잇는다. 한편 아마존 프라임ㆍ비디오는 배속 재생 기능을 공식적으로 지원하지 않기 때문에 선택지에서는 제외됐다.

■ 귀멸의 칼날, 오징어 게임도 '배속'으로 본다

강의나 기획 동영상과는 다른, '이야기'가 있는 콘텐츠인 드라마 시리즈, 영화, 애니메이션 시리즈 등도 꾸준히 배속 재생으로 시청되고 있다.

화제의 드라마 시리즈를 한시라도 빨리 보고 친구와의 대화에 끼고 싶지만 시청할 시간이 없다.

그럴 때 배속 시청이 대안으로 떠오르는 것이다. '어떤 드라마가 주위에서 화제가 돼 보기 시작했으나 별로 재밌지 않았다곤 하지 않고 큰 줄기의 스토리만 대략적으로 파악하고 싶어 배속 시청으로 마지막 화까지 봤다.

내용만을 머리에 넣어두고 싶을 때 배속 시청이 시간 효율성이 높으므로 적합한 선택으로 보인다.

"주위에서 화제인 영화가 있지만 원래 흥미가 없는 장르의 작품이었기 때문에 배속으로 시청했다. 흥미가 없으니까 보지 않아도 된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대인 관계에 있어 최소한의 유행 정도는 알아둘 필요가 있으므로 어쩔 수 없다"

다만 배속 시청이라고는 하나 머릿속에 마지막화까지 빨리감기 하는 것에 지나지 않는다. 그러므로 한 작품에 배속과 정상 속도를 오가며 보는 사람도 많다.

"미리 작품의 리뷰를 읽고 좋아하는 배우가 출연하는 장면이나 평이 좋은 장면만을 정상 속도로 보고 그 이외는 배속으로 본다"

"신인 배우, 흥미 없는 배우, 말이 느린 배우 등이 출연하는 장면은 배속으로 본다"

스토리 요약 콘텐츠를 즐기는 이들도 많다(사진=유튜브캡쳐).

■ 10초 넘기기, 배속 재생 보다 '습관화'

배속 시청과 병용 사용되는 '10초 넘기기'는 대학생 응답자들에 의하면 배속시청 이상으로 '당연시'되는 시청 스타일이다. '자주 한다', '종종 한다'는 75.8%, 즉 4명 중 3명은 영상을 스킵하고 있는 것이다.

'별로 하지 않는다'도 합치면 91.4%가 10초 넘기기 기능의 경험자인 셈이다.

또 유튜브에서는, 공개되고 있는 인기 동영상의 하이라이트 씬을 투고자 이외의 유저가 추출ㆍ편집해 투고하는 '잘라내기 동영상'도 인기이므로, 거기에 익숙해 있는 유저에게 있어서는 '준비된(긴) 동영상을 등속 재생으로 성실하게 전부 보는쪽'이, 오히려 특이하게 보일지도 모른다.

넷플릭스, 아마존 프라임·비디오, TVer, ABEMA상에서 연속 드라마나 영화를 10초 건너뛰는 사람도 적지 않다.

인물이 등장하지 않는 담담한 장면이나 '이건 중요하지 않아'라고 판단된 대화, 혹은 잔학 묘사 같은 '불쾌한 장면'은 가차 없이 넘긴다.

디즈니플러스에는 아직 배속 기능이 없다(사진=디즈니플러스캡쳐).

■ '왜' 배속 시청하는 걸까?

배속 시청 10초 건너뛰기 적극파 중에는 그렇게 시청하는 이유를 작품 탓으로 돌리는 사람이나 습관에 맞춰 오히려 작품이 더 바뀌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사람도 있었다.

"이렇게까지 습관화되어 있으니까, 제작진이 시청자는 배속 시청이나 10초 넘기기 기능을 사용하는 것이다라고 인식해 작품을 만들어야 한다. 아니면 정상 속도로 봐야 100% 즐길 수 있는 작품을 만들면 된다"

"제작자가 정상 속도로 보라고 시청자에게 강요하는 것은 생산자가 소비자의 요구에 부응하지 않고 일방적으로 만들고 싶은 제품을 생산하는 상태와 같다"

"배속 시청은 시청자의 요구 변화 진화의 발로, 특히 놀라운 것은 아니다.지금까지는 작품 단위로 호불호가 걸러지다가 현재는 작품 내 장면 단위, 감정 단위로 호불호가 발생해 혐오 부분이 건너뛰고 있을 뿐이다"와 같은 의견이 줄을 이었다.

또 어떤 방법으로 볼지는 시청자들이 자유롭게 결정할 것이라는 의견도 많았다.

"정상 속도 시청이 올바르다라고 하는 것은 단순한 단정. 원래 오락이 인간의 마음을 즐겁게 하고 위로하는 활동인 이상 나에겐 배속이나 10초 넘기기로 영상 작품을 보는 것도 오락 중 하나다"라는 입장도 있었다.

"동영상 전송 서비스 측이 배속 시청 버튼을 설치했으니 그것을 사용하는 것이 제작자의 의도를 무시한다고 보지는 않는다"

배속 시청 찬성이든 반대든 시류나 세상이 그렇게 만든다는 지적이 있었던 것도 흥미롭다.

우리는 생각하기 전에 인터넷 검색을 할 수 있는 환경에 익숙해져 있기 때문에 이야기의 결말을 기다리지 못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틱톡과 같은 짧은 영상들이 인기를 얻고 있는 중, 30분이나 1시간 길이의 콘텐츠를 정상 속도로 재생해 본다는 것은 작품의 '진입장벽'을 높이는 셈이다.

배속 시청으로는 '작품성'이 전달되지 않는다며 반대하는 이들도 있으나 애초에 작품은 관객이 보지 않으면 의미가 없다. 배속 시청이나 10초 넘기기와 같은 기능으로 인해 많은 사람들이 작품을 감상하게 되는 쪽이 중요한 게 아닐까?

이렇게 젊은 층 사이에서 배속 시청과 10초 넘기기 기능을 사용한 작품 감상이 늘어나면서 오히려 이런 기능을 탑재하지 않은 OTT 플랫폼의 경쟁력이 약화된다는 지적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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