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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이하연 기자] 지난 1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한 기사를 작성했다. 기사를 준비하며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관심이 갔고 어느덧 2,000명이 넘는 팔로워를 가진 마이크로 인플루언서가 됐다(2020년 5월 7일 기준).

인플루언서라고 하면 펭수처럼 구독자 몇 백만 명을 지닌 사람을 떠올리기 쉽지만 그들은 '메가' 인플루언서에 해당한다. 나는 수천에서 수만 명의 구독자를 가진 '마이크로' 단계의 인플루언서다.

메가 인플루언서에 비해 인지도나 인기면에서 부족하지만 실질적으로 소비자와 더 가깝게 소통해 기업의 주목을 받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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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홍보 비용이 많이 드는 유명 인플루언서 대신 마이크로 단계의 인플루언서에게 제품을 협찬해주는 마케팅이다. 

두 달가량 체험해본 인플루언서 활동을 통해 어떻게 브랜드로부터 협찬을 받는지, 어떤 방식으로 마케팅이 이루어지는지 잘 알 수 있었다.

■ 첫 협찬, 서로에게 윈윈하는 마케팅

팔로우가 어느 정도 늘었을 때다. 한 의류 브랜드에서 협찬이 들어왔다. 그동안 SNS에 업로드한 데일리룩 사진을 보고 연락했다고 했다. 말로만 듣고, 기사로 간접적으로 접하기만 했지 진짜 협찬이라니(사실 신나서 집을 방방 뛰어다녔다.).

광고주는 내가 브랜드의 옷을 잘 홍보해줄 수 있는 이미지라고 말했다.

브랜드 홍보 방식은 생각보다 간단했다.

우선 광고주가 보낸 선택지 내에서 제품을 고른다. 제품을 받은 뒤, 제품을 착용한 사진과 함께 광고주가 요구하는 해시태그 몇 가지를 필수로 적고 SNS에 올리면 끝이었다.

협찬받고 찍은 데일리룩. 혼자 삼각대를 들고 어색함에 쭈뼛쭈뼛 찍었던 기억이 난다. 보통 데일리룩을 찍을 때 삼각대로 혼자 찍는 편인데 여러 번 찍어도 사실 카메라 앞은 어색하기만 하다.

브랜드 요구에 따라 협찬받은 제품을 입고 찍은 사진을 올렸다. 어떻게 하면 재밌게 홍보할 수 있을까 하다가, 함께 입은 갈색 치마와 옷의 색감이 꼭 초코 바나나 같아서 '초코 바나나룩'이라고 설명했다.

팔로워의 반응이 좋았다. 좋아요 수가 무려 1,000개나 돌파했으니 말이다.

제품을 협찬해준 브랜드 측에서 옷을 협찬한 인플루언서 중 내 게시글의 반응이 제일 좋다고 다음에 또 제품을 홍보해줄 수 있냐고 연락해왔다.

첫 협찬을 통해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에 직접 참여하며 인플루언서도 하나의 마케팅 도구가 될 수 있다는 것을 알았다.

■ 다양한 브랜드에서 들어오는 협찬, 내 SNS의 톤앤매너와 맞추려면

처음 협찬을 받고 나서 계속해서 협찬이 들어왔다. 옷 브랜드뿐만 아니라 다양한 브랜드에서 들어왔다. 액세서리, 핸드폰 케이스, 심지어는 과일즙 브랜드에서 협찬이 들어오기도 했다.

하지만 내 인스타그램의 톤앤매너는 데일리룩이었다. 그래서 어떻게 하면 데일리룩과 조화롭게 협찬 제품을 홍보해줄 수 있을지 많이 고민했다.

'옷은 옷대로 찍고 제품은 제품대로 찍을까?', '사진을 찍을 때 옷과 제품의 비중은 몇 대 몇으로 두어야 할까?' 등의 고민을 했다.

사실 이렇게 홍보 방식에 대해 고민하다보니 내가 브랜드 홍보팀 팀원이 된 것 같은 느낌이 들기도 했다.

협찬받은 제품을 홍보했던 영상. 어떻게 홍보할지 오래 고민한 시간만큼 다행히도 팔로워의 좋은 반응을 얻었다.
 

위 사진은 최근 협찬받은 석류즙 제품을 홍보했던 게시글이다. 사진을 두 장 올렸다. 

내 톤앤매너인 '데일리룩'에 맞추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기 때문에 썸네일이 될 첫 번째 사진은 즙을 들고 있는 전신 사진으로 올렸고, 두 번째는 제품을 홍보하는 영상을 올렸다.

팔로워의 반응은 긍정적이었다. 팔로워는 "이런 홍보라면 언제든 환영이다", "홍보가 이렇게 귀여워도 되나"라는 댓글을 달았다.

브랜드에서는 정성스러운 홍보가 정말 고맙다며 다음에 또 다른 제품을 보내주고 싶다고 했다. 

■ 인플루언서가 브랜드에 얼마나 홍보 효과를 가져올까

문득 궁금해졌다. 댓글 반응이나 좋아요 수를 보면 꽤 홍보가 되는 것으로 보이지만 실제로 브랜드는 마이크로 인플루언서 마케팅을 통해 얼마큼의 홍보 효과를 보고 있을까?

최근 협찬받은 곳 중 '조애나'라는 건강 식품 브랜드와 이야기를 나눴다.

- 어떤 기준으로 인플루언서를 선정해 컨택하나요?
보통 제품의 연령과 성별에 맞춰 타깃을 선정해요.

- 실제 홍보 비용 대비 수익은 얼마를 창출하고 있나요?
사실 이 부분은 정확히 말씀드리기 어려워요. 대기업 같은 경우 비용 대비 수익보다는 매출 대비 광고비 예산을 측정하는데, 보통 매출의 5% 정도 사용해요. 저희는 초기 업체다 보니 그 이상 사용하고 있어요.

- 팔로워를 구매해 팔로워를 늘린 인플루언서도 있어요. 이를 어떻게 구분하고 있나요?
여러 SNS 계정을 보다 보니 보는 눈이 생겼어요. 간단하게 댓글이나 좋아요만 봐도 구분할 수 있어요. 또 이게 가짜로 달린 댓글인지도 판단 가능해요.

- 인플루언서를 이용한 마케팅의 장단점은 무엇인가요?
인플루언서 후기로 제품과 브랜드의 신뢰도를 얻을 수 있다는 것이 장점이에요. 하지만 저비용으로 효과를 보기 힘들다는 단점도 있어요.

- 앞으로도 꾸준히 인플루언서를 통한 마케팅을 진행할 예정인가요?
인플루언서는 저희가 미처 하지 못하는, 더욱 다양한 사람과의 소통 창구 역할을 해내요. 그래서 앞으로도 꾸준히 인플루언서와 접촉하려고 합니다.

■ 인플루언서, 협찬받은 광고라는 사실 명확히 알려야

지난 2월, 해남군이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한 마케팅에 나서 눈길을 끌었다. 작년에는 광양시에서 SNS 인플루언서 20여 명을 초청해 1박 2일간 광양을 소개하는 답사 여행을 실시하기도 했다.

지난 달 29일 한국관광공사는 국내에 사는 유명한 중국인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한ㆍ중 관광 교류 재개의 희망을 담은 온라인 캠페인을 진행하기도 했다.

이와 같이 SNS의 영향력이 확대되면서 브랜드 뿐만 아니라 시ㆍ군에 이르기까지 SNS 인플루언서를 활용해 마케팅을 시작한 곳이 많아졌다.

이처럼 점점 규모를 키워가는 인플루언서 마케팅 시장에서 인플루언서가 조심해야 할 부분이 있다. 바로 '협찬을 받았다'는 사실을 명확히 표시해야 한다는 것이다.

작년 11월, 한 SNS 인플루언서는 공정거래위원회의 제재를 받았다. 제품과 광고비 지원을 받고도 이 사실을 알리지 않았기 때문이다. 

최근 한국소비자원은 SNS 게시물 조사 결과 582건의 게시물 중 경제적 대가를 받았다고 확실하게 밝힌 경우는 174건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실제로 내가 인플루언서로 활동하면서도 인플루언서가 이게 광고라는 걸 확실하게 표기하는 경우는 드물었다. 

"00에서 선물 받은 제품입니다", "맨투맨 맛집은 00이다"라며 간접적으로 표현하는 것이 대부분이었다. 협찬받았다고 명확히 표시한 경우는 체감상 100명 중 1명꼴이었다.

■ 에필로그

사실 처음 인스타그램을 시작했을 때 팔로우 수는 어떻게 늘려야 하는지, 옷은 어떤 것을 입어야 하는지 감도 안 왔다. 사진은 어떤 느낌으로 찍어야 하는지, 해시태그는 또 뭘 해야 하는 건지, 소통은 어떻게 해야 하는지 등 모든 게 미지수였다.

일단 사진을 올렸더니 팔로우 수가 늘어난다. 댓글도 많이 달린다. "하연님 잘 어울리세요", "옷 색상이 너무 예뻐요" 등 난생처음 받아보는 내용이다. 기쁘면서도 당황스러웠다. 어떻게 답변해야 할지 몰랐기 때문이다.

쑥스럽고 민망해서 "감사해요", "고맙습니다" 정도로 달았다. 그리고 새로운 팔로우가 올 때까지 또 기다린다. 그것이 소통의 전부였다(정말 어떻게 하는지 몰랐다. 가만히 있으면 알아서 팔로워가 늘겠거니 했다.).

그런데 나를 인스타그램으로 이끈 친구가 품앗이 이야기를 꺼내며 조언했다.

"이건 품앗이라고 생각해. 하는 만큼 돌아오는 거지. 네가 먼저 사람들에게 팔로우 걸고 다가가야지. 그렇지 않으면 결국 제자리야."

'아차' 싶었다. 그때서야 사람들에게 먼저 다가가 팔로우하고 댓글을 달기 시작했다. 모자가 포인트라면 "모자가 매력적이네요", 신발이 포인트라면 "신발 어디 건가요? 저도 사고 싶어요"라고.

그렇게 반응했더니 상대방도 칭찬에 신나서 내 인스타그램에 자주 방문했다. 그렇게 팔로워가 2,000명이 넘어선 현재, 인플루언서 사이에서 나는 '핵인싸(인기 있는 인물)', '소통왕'으로 불린다.

가끔 사람들이 메시지로 어떻게 하면 소통을 잘할 수 있고, 꾸준히 팔로우를 늘릴 수 있냐고 물어보기도 한다. 그럴 때마다 친구에게 들었던 이야기를 똑같이 전한다.

너무나 당연한 이야기이지만 먼저 다가가면, 그 사람도 내게 다가온다고.

지난 1월 1일 스포츠경향이 유통업계 각 분야의 마케팅 전문가와 함께 전망한 올해 시장 마케팅 트렌드에 '진심ㆍ소통'이라는 키워드가 있을 만큼 마케팅에 있어 진실한 소통은 중요하다.

허위 사실 없이 진심으로 팔로워를 대하고 광고주와 소통한다면 인플루언서 마케팅은 모두가 윈윈하는 마케팅이 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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