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권이민수 기자] 일부 언론이 코로나19 확진자 개인정보와 사생활을 무분별하게 보도하고 있어 논란이다. 특히 확진자 동선에 게이 클럽이 있었다는 사실이 한 언론을 통해 알려지면서 '동성애 혐오 부추기기'라는 우려의 목소리도 나온다.

논란의 시작은 국민일보에서 7일 보도한 '이태원 게이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 기사였다.

단독 타이틀을 붙이고 보도된 기사는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이 이태원에 위치한 게이 클럽이라고 명시했다. 또 확진자의 나이대, 성별, 거주지, 직장 위치, 직종에 대한 정보도 담고 있었다. 

5월 7일 국민일보에서 보도한 기사, 7일 22시 3분 '[단독]이태원 유명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 다녀갔다'로 수정됐다. 게이 표현도 삭제된 상태다. 사진 국민일보 캡처
 

국민일보 기사는 인권보도준칙 위반
성 소수자 혐오 조장

8일 신미희 민주언론시민연합 사무처장에게 국민일보 기사에 대한 생각을 물었다. 신 사무처장은 "단독이 붙어선 안 되는 부적절한 기사"라고 딱 잘라 말했다.

신 사무처장은 "그냥 클럽이라 해도 되는데 게이 클럽이라고 명시한 것은 불필요한 정보를 강조"하는 표현이라 했다.

특히 신 사무처장이 문제 삼은 것은 '국민일보의 인권보도준칙 위반'이다.

인권보도준칙은 한국기자협회에서 제시한 것으로 "반드시 필요하지 않을 경우 성적 지향이나 성 정체성을 밝히지 않는다(제8장 성적 소수자 인권)"는 항목이 존재한다.

"불필요한 정보인 게이 명시로 확진자 관련 보도에 성 소수자 혐오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국민일보는 한국기자협회 소속 언론으로 인권보도준칙과 무관하지 않다.

그러나 국민일보의 인권보도준칙 위반 사례는 처음이 아니다. 국민일보는 성 소수자 혐오 기사를 지속해서 내보내는 언론으로 비판을 받아왔다. 신 사무처장은 이번 기사도 "성 소수자 혐오 기사의 연장선"으로 봤다.

신 사무처장은 "국민일보가 한국기자협회 소속 언론이고 종합일간지라면 자신의 기독교 성향에 충실하기보다 신문으로서 기본적인 사회적인 책무와 인권보도준칙 등 유관기관에서 권고하는 보도의 기준에 충실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공익적 보도차원에서 게이 명시
나름 성 소수자 인권 배려한 것

기사를 작성한 국민일보 종교기획부 유영대 기자는 이에 대해 어떤 의견일까.

유 기자는 8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나름 성 소수자의 인권을 배려하려 했다며 억울함을 호소했다. 자신의 기사는 사실만을 썼다는 말도 덧붙였다.

유 기자는 게이 표현 문제를 두고 "공익적 보도 차원에서 게이 클럽이라고 명시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유 기자는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이 "국내 최대의 게이 클럽"이고 "불특정 다수인이 모이는 곳"이면서 "이름을 아무렇게나 쓰는 경우"도 있었다고 했다. "일반 클럽도 위험한데 (확진자가 방문한 클럽은) 그만큼, 그 이상 위험한 곳"이라고 본인이 판단했다는 것이다. 

"이태원만 아니라 종로도 위험하다"는 말도 덧붙였다. "종로도 그 사람들(게이)이 가기 때문"이라는 의견이다.

또 개인정보 노출 문제도 "(확진자에 대해) 다 알고 있지만, 일부러 이름과 나이, 업체명을 쓰지 않았다"며 본인도 "(성 소수자의)인권을 보호"하고 있다고 밝혔다.

유 기자는 기사에 대한 비판의 목소리를 두고 "사상을 집어넣으면 안 된다"며 "언론의 자유가 인정돼야 한다"고 했다.

신천지나 특정 교회의 이름을 밝히는 다른 기사는 내버려 두고 "게이라는 단어만 나오면 비판하는지 모르겠다"며 "형평성에 어긋난다"고 주장했다.

7일 국민일보의 보도 이후 여러 매체가 유사한 제목의 기사를 쏟아냈다. 사진 왼쪽 위부터 시계 방향으로 머니S, 헤럴드경제, 매일경제, 월간조선, 뉴스1, 글로벌경제신문 캡처

언론의 자유는 무제한 자유가 아니다
보도준칙ㆍ보도윤리가 먼저

신 사무처장은 유 기자의 반론을 듣고 "엉뚱한 답"이라고 평가했다. 

국민일보 기사는 "성 소수자를 명시한 상태부터 문제"라고 했다. 유 기자가 본인은 성 소수자의 인권을 보호하려 했다고 주장하지만 이미 명시해버린 시점부터 인권 보호와는 거리가 멀어졌다는 것이다.

특히 유 기자가 언론의 자유를 언급한 점을 들며 "언론의 자유도 공정성과 공익성 기준에서 합당해야" 하며 "언론의 자유는 무제한의 자유 아니다"라고 답했다.

"보도준칙ㆍ보도윤리는 혼자 만든 것이 아닌 다 같이 합의하고 협의해서 만든 기준"이고 "국가인권위원회나 언론중재위원회 같은 기관에서 보도 관련해 권고하는 내용도 참고 안 하면서 언론의 자유를 이야기하긴 어렵다"고 주장했다.

국민일보의 보도 이후 머니S , 매일경제, 헤럴드경제, 글로벌경제신문, 뉴스1, 월간조선 등 여러 매체에서 유사한 제목으로 게이 클럽에 코로나19 확진자가 방문한 사실을 일제히 보도했다. 이 또한 많은 이들이 비판하고 있다.

신 사무처장은 "한 매체가 단독 보도를 하면 그 보도가 문제가 있다는 사실을 알아도 우르르 따라서 쓴다"며 "한국 언론의 고질적인 병폐"이자 "떼거리 저널리즘"이라고 비판했다. 

또 "그런 언론은 책임을 면할 수 없을 것"이라며 "사회갈등을 조장하고 혐오를 조장하는 무책임한 태도를 고쳐야 한다"는 말도 남겼다. 

국민일보 기사는 7일 22시 3분 수정된 상태다. 기사내 게이 표현이 전부 삭제됐다. 

유 기자는 "표현을 빼는 게 좋다는 의견이 있어 받아들이고 수정했다"고 밝히며 "게이 인권을 어디까지 보호해야 하는지 한번 생각할 문제"라는 말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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