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레고 누리집

[AP신문=황지예 기자] 최근 미국에서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으로 촉발된 시위가 연일 계속되는 가운데, 세계적인 장난감 회사인 레고(LEGO)가 경찰, 경찰차 등 경찰과 관련된 장난감의 광고와 마케팅을 잠시 중단했다.

조지 플로이드 사망 사건은 지난달 25일, 미국 미네소타주 미니애폴리스시에서 흑인 남성 조지 플로이드가 위조 지폐 사용 혐의로 체포되는 과정에서 백인 경찰의 과잉 진압으로 숨진 사건이다.

미국의 장난감 전문지인 더 토이북(the toybook)에 따르면, 지난 2일 레고가 제휴사에게 이메일을 보내 "레고의 제품 중 경찰, 경찰차, 경찰견 등 경찰과 관련된 블록을 포함한 레고 세트 광고와 마케팅을 중단해 달라"고 요청했다.

광고 중단 목록에는 백악관 건물 레고 세트 또한 포함돼 있다.
 

레고가 제휴사에게 보낸 이메일 사본. 광고 중지 요청 제품이 적혀있다. 사진 더토이북
레고가 보낸 이메일에는 "최근 사태에 비춰볼 때, 아래 목록에 있는 제품을 웹사이트에서 가능한 한 빨리 지워주길 요청한다"고 쓰여 있다.

미국 경제 전문 채널 CNBC에 따르면 레고 대변인은 제품 판매를 중단하는 것이 아니라며 "제휴사에게 보낸 메일의 의도는 그 목록의 레고 제품을 그들의 사이트에서 홍보하거나 마케팅하는 것을 잠시 중단해달라는 것"이라고 전했다.

"우리 사회에 인종차별을 위한 자리는 없다"는 말도 덧붙였다.

실제로 이메일이 공개되고 난 후 트위터 등 SNS에서는 레고가 제품 판매를 중단한다는 것인지, 판매를 중단한다면 레고의 제품이 왜 마트에서 버젓이 팔리고 있는지 의문을 제기하는 글이 올라왔다.

이에 대해 레고는 지난 5일 트위터에서 "레고 제품 일부의 판매를 중지한다는 것은 부정확한 기사"라며 "최근 미국에서 일어난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일시적으로 디지털 광고를 중지하겠다는 것"이라고 공식적으로 발표했다.

 

이번 광고 중지 목록에 선정된 제품은 대부분 '레고 시티' 시리즈의 제품이다.

'레고 시티'는 공항, 열차, 관공서 등을 통해 도시의 모습을 그대로 구현한 제품으로, 오랜 시간 레고의 베스트셀러 제품 중 하나였다.

특히 경찰 캐릭터는 장난감을 넘어 게임과 애니메이션 등을 통해 레고 시티 세계관의 중심에 있었다.

레고 무비에 등장한 경찰 캐릭터. 사진 레고 유튜브 캡처
레고가 전 세계인의 사랑을 받아온 만큼 레고의 이번 결정을 두고 다양한 의견이 나타나고 있다.

레고의 빠른 대처를 칭찬하면서도, 제품 광고만 중지할 것이 아니라 판매도 중지해야 한다는 의견도 있다.

한편으론 레고의 대처가 현명하지 못했다는 비판의 목소리도 존재한다.

미국의 한 누리꾼은 트위터에 "레고의 이번 대처가 실망스럽다"며 "나는 흑인이고 내 가족 중에는 경찰이 있다. 우리는 그들이 하는 일을 자랑스럽게 여긴다"는 글을 남겼다.

또한 한 누리꾼은 토이북 기사에 "경찰의 희생을 무시해서는 안된다"는 댓글을 남기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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