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박우진 기자] 월남전 참전으로 국가유공자가 된 A씨(71살;경기도 고양시 거주).그는 당뇨와 고혈압 증세로 등외 판정을 받았다. 고엽제 관련환자 중에 가장 낮은 단계다.

그래서 2017년부터 중앙보훈병원에서 3개월에 한번씩 처방약을 무료로 받고 치료 중이다. A씨는 병원에 다니면서 국가유공자지만, 어디가 아파서 보훈병원을 찾으면 보통 3~4개월 뒤에나 진료가 이루어지는 것을 알게 됐다. A씨는 "그래서 죽을 병이 아니면 잘 찾지 않는 병원이고 국가유공자들도 이쯤은 다 알고 있는 사실"이라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 하고 A씨는 2021년 10월 27일 가슴 뼈 통증으로 일주일 동안 앓다가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을 찾았다. 오른쪽 갈비뼈 아래의 통증 때문에 밤에 잠을 못 자다가 아픈 가슴을 안고 응급실을 찾은 것이다.

"어디가 아파서 왔느냐?"는 간호사의 질문에 A씨는 갈비뼈 아래 쪽이 아프다고 말하자 간호사는 뒤도 돌아 보지 않고 "그런 것 때문에 응급실을 찾는 것이 아니다"라고 많은 사람 앞에서 대놓고 핀찬을 줬다고 한다.

기가막힌 A씨는 "일주일 동안 참다가 찾아왔다"며 호소 아닌 호소를 해야 했고, 그제서야 피검사와 CT를 찍게 해주고 기다리라고 해서 한참을 기다린 끝에 소견서를 발부 받았다.

보훈병원이 당시 발행한 소견서에는 '우측 옆구리 통증을 주소로 응급실 방문 환자로 CT 상 우측 신장 결석 진단되어 증상 조절 후 귀가 하였습니다'라고 적혀 있다.

중앙보훈병원 소견서 사진
중앙보훈병원 소견서 사진

진통제 몇알 받고 처방이 끝이었다.

A씨는 "일주일 뒤에 또 같은 증상으로 너무 아파서 응급실을 찾아갔지만 간호사만 만나고 왔을 뿐이었다"며 "이렇게 아픈데 진통제만 주면 되느냐고 항의 했지만 그것으로 끝이었다"고 전했다.

A씨는 "국가 유공자들의 건강을 책임지고 있는 중앙보훈병원에서 3~4개월 기다리는 것을 건너 뛰어 급행 진료를 받으려고 응급실을 악용하는 사례가 있는지 모르겠지만, 정말 아파서 찾아온 국가유공자를 이렇게 취급하는 것은 잘못"이라고 분통을 터뜨렸다.

더 기가 막힌 것은 그로부터 정확히 6개월 뒤에 A씨가 전립선 암 판정을 받은 점이다.가슴과 등에 심한 통증을 느끼고 이번에는 일반병원에서 진찰을 받은 결과 전립선 암 4기 판정을 받은 것이다.

A씨는 "6개월 동안 중앙보훈병원이 진단한 신장결석 때문에 통증이 있다는 것만 믿고 진통제로 버티다가 더 이상 참을 수가 없어서 민간병원을 찾았다"며 "검사결과 전립선 암이 뼈로 전이 돼서 뼈가 아팠다는 판정이 뼈 SCAN검사에서 나타났고 MRI검사와 전립선 조직검사에서도 암 조직이 발견됐다"고 말했다.

강북삼성병원 진단서 사진
강북삼성병원 진단서 사진

A씨는 "6개월 전에 중앙보훈병원 응급실에서 정확한 판정이 나왔다면 이렇게 병이 악화되지 않았을 것"이라며 "국가기관병원의 환자 보호 시스템에 문제가 있다"고 했다.

그는 "편법을 일삼는 100명의 환자가 응급실을 이용해 급행 진료를 받는 경우가 있더라도 정말로 아픈 유공자 한명을 구한다면 중앙보훈병원은 더 보람된 의무를 수행할 수 있지 않을 까, 생각한다"며 "억장이 무너지는 참담함을 느낀다"고 토로했다.

A씨는 "나 같이 억울하고 분한 경우가 발생하지 않도록 중앙보훈변원의 의료시스템이 획기적으로 개혁되기를 바란다"고 덧붙였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