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광고평론 #664] ※ 평가 기간: 2022년 10월 20일~2022년 10월 27일

[AP신문 광고평론 No.664]  아처루즈의 모델이자 CCO인 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AP신문 광고평론 No.664]  아처루즈의 모델이자 CCO인 배우 엘리자베스 뱅크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AP신문 = 황지예 기자] 아처루즈가 지난달 11일 공개한 광고입니다.

아처루즈는 캔에 든 와인을 파는 미국 기업으로, 기업의 CCO(Chief Creative Officer)이자 영화 배우인 엘리자베스 뱅크스가 모델입니다.

엘리자베스가 아처루즈 제품을 손에 들고 '오늘 저는 메타버스에서 아처루즈의 버블리 로제 와인을 소개하겠다'며 이야기를 시작합니다.

엘리자베스는 VR 체험용으로 보이는 고글을 착용하고 '(메타버스에서 보니) 오늘 내가 더 날씬해보인다'고 말하거나, 손으로 촉감을 느껴봅니다.

그리고 엘리자베스 앞에 한 여성이 나타납니다. 바로 아처루즈의 CEO(최고책임자)인 마리언입니다.

엘리자베스가 마리언의 얼굴을 더듬으며 '너 정말 실제 마리언 같다'고 말하자 마리언은 '너 지금 뭐해? 너 내 선글라스 꼈어'라며 어이 없다는 반응을 보입니다.

그러자 엘리자베스가 식탁 위에 있던 물병을 NFT(대체 불가능한 토큰, 블록체인의 토큰을 다른 토큰으로 대체하는 것이 불가능한 암호 화폐)라고 건네며 마리언을 돌려 보냅니다.

즉 이 광고는 주인공이 현실 속에 있으면서 메타버스 속에 있다고 착각하는 상황을 통해 메타버스가 가진 허상을 꼬집습니다.

이후 '캔 안에 든 고급스러운 와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제품샷이 나오고, 마지막에는 엘리자베스가 '이건 그저 선글라스일지도 몰라'라며 현실을 자각하는 쿠키영상이 등장하고 광고는 종료됩니다.

[AP신문 광고평론 No.664 ]  아처루즈 광고 ⓒAP신문
[AP신문 광고평론 No.664 ]  아처루즈 광고 ⓒAP신문

※ 본 광고평론의 평가 항목중 '광고모델' 부문과 '광고효과' 부문의 이름이 뒤 바뀌는 오류를 뒤늦게 발견해 2022년 12월 29일 바로잡았습니다. 단, 부문의 이름만 바뀐 것이기 때문에 종합평점은 변동이 없음을 알려드리는 바입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들은 창의성과 광고 효과의 적합성, 그리고 예술성 청각 부문에 3.6점, 시각 부문에 3.4점을 주며 언뜻 보면 와인과 별 관계가 없어 보이는 메타버스라는 소재로 브랜드를 잘 각인시켰다고 평가했습니다.

광고 모델의 적합성은 2.8, 명확성은 2.6점에 그쳤습니다. 

호감도는 3.6점이며 총 평균은 3.3점의 평이한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메타버스에 열광하는 세태 잘 풍자해

평론가들은 저마다 메타버스 열풍에 대한 부정적인 의견을 남기며, 해당 광고가 이런 세태를 잘 풍자했다고 입을 모아 호평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 No.664] 실제 인물을 메타버스 속 인물로 착각하며 신기해하는 엘리자베스 뱅크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AP신문 광고평론 No.664] 실제 인물을 메타버스 속 인물로 착각하며 신기해하는 엘리자베스 뱅크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메타버스 열풍이 필요 이상으로 유난스럽다고 느꼈던 1인으로서 가려운 곳을 긁어주는 듯합니다. 저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은 이 광고를 보고 비슷한 감정을 느꼈을 겁니다. 어떤 가치를 추구하는 브랜드인지 광고에 직설적으로 녹여내지는 않지만 참신한 내러티브로 메시지를 전달해 기억에 남습니다. 

- 서정화 평론가 (평점 3.6)

개인적으로 메타버스에 대해선 그다지 좋은 입장을 가지고 있지 않습니다. 인간이 하는 경험의 폭은 메타버스를 넘어서 그 이상인데, 그 생생함을 메타버스가 살려줄까요. 사람의 오감마저도 메타버스를 대신한다? 그건 아니라고 봅니다.

다행히 이 광고가 메타버스를 바라보는 시선은 저와 같습니다. 특히나 와인은 시각과 미각, 촉각이 함께 어우러지는 술인데, 세가지 감각을 메타버스는 살려주지 못할 거에요. 광고는 이런 관점에서, 근래 자주 남용되고 있는 메타버스 상황을 꼬집고, 그 너머로 와인, 즉 실제 경험이 가져다주는 생생함에 주목하고 있습니다. 

- 박선 평론가 (평점 3.6)

[AP신문 광고평론 No.664]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꽃병을 NFT라며 건넨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AP신문 광고평론 No.664]  식탁 위에 놓여 있던 꽃병을 NFT라며 건넨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홍산 평론가는 광고가 메타버스와 함께 NFT에 대한 조롱까지 놓치지 않았다고 분석했습니다.

정확히 그것이 뭔지에 대한 정의 없이 버즈량만 급속히 늘었던 메타버스에 대한 재치 있고 가벼운 조롱이다. 모든 '실물'을 제조하는 브랜드들이 가상현실 속 모델링을 통해 제품을 홍보하고 판매하는 게 얼마나 우스운지, 또 실물 제품을 '현실 세계'에서 마주하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잘 표현했다. 특히 꽃병을 쥐어주며 NFT를 언급하는 것도 과대평가된 NFT에 대한 통쾌한 조롱이다. 

- 홍산 평론가 (평점 4.1)

메타버스 트렌드가 아주 뜨거운 요즘이다. 기업 단위의 투자업계에서는 더욱 그렇다. 아무래도 좋지만, 실물을 유통하는 기업에서는 괜히 초조하고 민망할 수 있는 시기다. 새로운 가치로의 변화가 기존의 가치를 부정하는 것이라면 이것이 변곡점이기 때문이다. "우리도 메타버스라고 말해볼까요"라는 우스갯소리가 떠다니고, 실제로 그렇게 행동하는 기업들이 발견된다. 이 트렌드가 가진 폭발적 관심은 너무나 매력적이다.

하지만 어떤 선택이 가능하고, 옳은 것일까? 가령 캔 와인을 파는 회사가 메타버스 이야기를 해도 되는 것일까? 아처루즈는 그렇다고 말한다. 메타버스 세계관에 캔 와인을 넣어두는 방식은 아니었다. 메타버스 세계가 현실에 대한 담론이라면 현실도 메타버스 담론을 제기할 수 있다고 주장하는 식이다. 그리고 솔직하게, 메타버스 세계의 모임에 집중하는 당신의 모습이 현실 세계에서는 한심한 모습으로 비춰진다고 얘기한다. 이 광고가 캔 와인 모임을 만들어낼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시대정신을 비꼰 보상으로 확실하게 캔 와인의 이름을 기억시킬 것이다.

- 김남균 평론가 (평점 3.4)

한국 시장에 적용하면 공감 어려워

하지만 해외가 아닌 한국 시장에 대입하면 광고 속 비판의 대상인 메타버스 열풍에 크게 공감하기 어렵고, 금발 백인 여성이 과장되고 엉뚱한 행동을 하는 게 클리셰적이라는 지적도 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 No.664]  메타버스 속에 있다고 착각하며 촉감을 느끼는 엘리자베스 뱅크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AP신문 광고평론 No.664]  메타버스 속에 있다고 착각하며 촉감을 느끼는 엘리자베스 뱅크스. 사진 아처루즈 유튜브 캡처 ⓒAP신문

해외 시장에 이해가 없는 사람의 관점에서 보면, 메타버스를 풍자의 소재로 활용할 정도로 해외에서 메타버스가 대중적으로 활용되는지 궁금해진다. 메타버스 환경을 구축해놓고도 외면 받는 일이 많은 국내 시장에 적용하면, 탁월한 기획이나 연출이라고 받아들이긴 어렵다. 또한 금발의 백인 여성이 엉뚱한 행동을 하는 연출 또한 전형적인 고정관념을 벗어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 곽민철 평론가 (평점 1.9)

■ 크레딧

▷ 광고주: Archer Roose

▷ 대행사: Colossus

▷ 카피라이터: Greg Almeida, Jillian Apatow

▷ 아트디렉터: Travis Robertson, Tyler Sugg, Armeen Shaidani

▷ 감독: Nicole Hollis-Vitale

▷ 조감독: Samantha Derderian

▷ 제작사: Community Films

▷ 디렉터: Nat Prisco

▷ EXECUTIVE PD: Carl Swan, Lizzie Schwartz

▷ LINE PD: Nessie Clarke

▷ DP: Don Davis

▷ 마무리 작업: Zero VFX

▷ 음향: Mike Secher at Soundtrack Bos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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