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월 KT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구현모  대표. (사진=KT)
지난 3월 KT 정기주주총회에 참석한 구현모 대표. (사진=KT)

[AP신문 = 배두열 기자] KT새노조가 법인·단체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에 대해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요청한 KT의 행태를 '구현모 사장 지키기'로 명명하고 강하게 규탄했다. 

KT새노조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구현모 KT 사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KT새노조는 기자회견문을 통해 "KT는 자신들이 저지른 횡령·불법 정치자금 사건 재판에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했다"며, "이는 불법을 저지른 자들이 처벌을 피하려 궁리 끝에 법이 틀렸다고 억지를 부리는 것에 불과하다"고 밝혔다. 

이어, "구현모 대표이사가 예상되는 유죄 판결을 최대한 미루고 연임을 노리는 꼼수로 판단된다"고 강조했다. 

2019년 구현모 대표 선임 당시 KT 이사회가 임기 중 범죄사실이 인정되면 사퇴시키겠다는 취지의 '조건부 선임' 카드를 꺼내들었던 만큼, 이미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은 구 대표의 연임이 어려운 상황임에도 불구하고, 정치자금법 위헌 주장으로 재판을 지연시키고 이를 통해 구 대표 연임을 밀어붙인다는 설명이다. 

KT 전직 임원 4명은 '상품권깡' 방식으로 비자금을 조성하고 이 중 4억3000여만원을 국회의원 99명에게 불법 후원한 혐의(업무상 횡령·정치자금법 위반)로 재판에 넘겨져 올 6월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다. 이들 범행에 명의를 빌려준 혐의를 받는 구현모 대표도 총 1500만원의 벌금형 약식 명령을 받았으나 이에 불복하고 법원에 정식 재판을 청구해 현재 1심 재판이 진행 중이다. 

이런 가운데, KT는 지난 10월 26일 항소심 첫 공판에서 법인·단체의 정치자금 기부 행위를 처벌하는 정치자금법이 위헌이라는 주장을 폈다. 즉, 적용 법조가 헌법에 위반되므로 무효이고, 따라서 죄가 되지 않는다는 주장이다. 

앞서 9월 21일에는 해당 법 조항의 위헌법률심판을 제청해달라고 항소심 재판부에 요청했고, 1심 재판 중인 구현모 대표도 7월 같은 취지로 법원에 위헌법률심판제청 신청서를 낸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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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AP뉴스)/ 이미지 제공 = KT새노조 ▲KT새노조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구현모 KT 사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AP신문(AP뉴스)/ 이미지 제공 = KT새노조 ▲KT새노조는 3일 서울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구현모 KT 사장 연임 반대 기자회견'을 진행하고, 구현모 대표의 연임을 막아야 한다는 내용을 담은 진정서를 대통령실에 제출했다. 

KT 새노조는 "구 대표의 벌금형 약식기소조차도 KT 변호인으로 나섰던 김오수 전 검찰총장 시절 이뤄진 결과였다"며, "불공정하고 '솜방망이' 처벌에도 불구하고 KT와 구 대표는 이마저도 불복하고 연임을 위해 고의로 재판 판결을 지연시키고 있다"고 역설했다. 

특히, KT새노조는 "KT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의 명령은 공손히 따르고, 한국의 법질서는 우습게 여긴다"며, SEC의 과징금 처분을 받아들이고 정작 국내에서는 위헌법률심판제청을 요청한 것을 꼬집었다. KT는 1999년 미국 뉴욕 증시에 주식예탁증서(DR)를 상장해 SEC의 감독을 받는다.

SEC는 앞서 지난 2월 "DR 발행인은 반드시 해외부패방지법에 따른 의무를 이행하는 데 주의를 기울여야 함에도 불구하고, KT는 충분한 내부 회계 통제를 시행하지 못한 동시에 반부패 정책 및 절차도 없었다"며, "조사 결과, 기부나 상품권 구매 등에 대한 충분한 회계 시스템을 갖추지 않아 임직원들이 회사의 사업에 영향력을 행사한 공무원들에게 선물용 비자금과 불법 정치공여금을 조성할 수 있었던 것으로 나타났다"고 밝혔다. 

무엇보다도, 당시 SEC의 과징금 액수는 KT와의 조율을 통해 결정된 것으로 전해졌고, KT새노조는 이를 지적한 것이다. 

그러면서, "KT 정상화를 위해 윤석열 정권이 적극 나서야 한다"며, "KT는 국민 다수가 이용하는 국가기간 통신기업이고, 국민연금 등 국가 운용 기금이 대주주로서 경영을 감시하는 기업인 만큼, '공정과 상식'이라는 국정 철학에 기반해 정부가 행동에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업계 관계자는 "구현모 대표는 헌법재판소 재판관 출신의 안창호 법무법인 화우 고문변호사와 화우를 이끌고 있는 조성욱 대표변호사 21명에 이르는 초거대 변호인단을 가동하고 있다"며, "법원에서 무죄 판단을 받아야만 내년 3월 대표 연임의 안정적인 여건을 확보하는 만큼, KT 내부가 미래를 위한 전진보다는 정치판과 같은 내홍에 휩싸이는 모습이 씁쓸하다"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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