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박우진 ] 금융당국이 신지급여력제도(K-ICS) 기준을 변경하는 것은 사실상 삼성생명과 삼성화재에 대한 특혜로 볼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6일 금융당국과 보험업계에 따르면 금융위원는 지난 9월 13일 금융위원회는 내년에 IFRS17(새국제회계기준)이 시행됨에 따라 건전성제도 등 관련 조문을 정비하기 위해 ‘보험업감독규정’안을 개정안을 입법예고하고 같은 날 금융감독원은 ‘보험업감독업무시행세칙’을 개정(이하 ‘세칙 개정안’)을 사전예고했다.

금융위는 보험업감독규정에서 신지급여력제도 기준 지급여력비율 산출 관련 조문을 정비하고 세칙 개정안에 구체적인 지급여력금액 및 지급여력기준금액 산출기준 개정을 포함시켰다. 금융감독원은 2017년부터 신지급여력비율에 대한 논의를 시작으로  2021년 12월 잠정안 마련 전까지, 협의안, 도입초안, 도입수정안 등의 내용을 다섯 차례에 걸쳐 공개했다.

(사진=뉴스핌)
(사진=뉴스핌)

가장 눈길을 끄는 내용은 장기보유주식이 주식위험평가에 포함된 점이다. 금감원이 지난해 5월 발표한 ' K-ICS 4.0'에는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논의가 전혀 없었다가 같은 해 12월에 발표한 신지급여력제도 도입기준(잠정안)에는 장기보유주식에 관한 사항이 갑자기 포함됐다.  이 대목이 사실상 삼성생명과 화재에 대한 특혜소지를 안고 있다.

우선 지급여력비율 산출 방식을 보자.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은 지급여력금액을 지급여력기준금액으로 나누어 산출한다. 여기서 지급여력금액은 건전성감독기준 재무상태표 상의 부채를 초과하는 자산금액에서 손실 흡수성의 유무에 따라 일부 항목을 가산 또는 차감한 금액을 말한다.

다시 지급여력기준 금액은 앞으로 1년간 99.5% 신뢰수준 내에서 발생 가능한 요구자본으로 측정하며, 생명장기손해보험위험, 일반손해보험위험, 시장위험액 등을 감안하여 계산한다. 시장위험액은 금리위험액, 주식위험액, 부동산위험액 , 외환위험액, 자산집중위험액 등을 일컫는다.

주식위험액은 주식위험에 직⋅간접적으로 노출된 자산과 부채를 대상으로 측정한다. 이때 위험도를 선진시장상장주식, 신흥시장상장주식, 우선주, 인프라주식, 장기보유주식, 기타주식 등으로 구분해 측정하는데 이는 위험계수가 다르기 때문이다.

선진시장 주식은 35%, 신흥시장 48%, 기타주식은 49%의 위험계수(하락 시나리오)가 적용된다. 다시말해 위험계수가 높을수록 말 그대로 위험이 커 시장위험액이 증가한다는 뜻이다. 그런데 장기보유주식은 위험계수가 20%로 비교적 매우 낮다.

금융당국은 이번 개정안에서 보험회사가 보유한 주식을 매도하지 않고, 최소 10년 이상 보유할 계획을 수립하는 등 일정한 요건을 충족하는 경우 회사별로 최대 1개 종목까지 장기보유주식으로 설정할 수 있도록 했다.

이 경우 어떤 효과가 나타나게 될가. 주식위험액을 낮게 평가하는 경우 지급여력기준금액이 감소해 지급여력금액에 변동이 없더라도 보험사의 지급여력비율이 높아지게 된다. 결국, 주식위험액이 낮게 평가되는 장기보유주식의 비중이 큰 보험회사는 현재 지급여력금액과 상관없이 지급여력비율이 증가하는 유리한 효과를 얻을 수 있게 되는 셈이다.

삼성생명과 삼성화재가 장기보유주식 보유에 따른 효과를 톡톡히 누릴 수 있다.  올해 6월말 기준 국내 생명보험회사 전체가 보유하고 있는 국내 주식은 32.8조원이고 이중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주식이 31.3조원이고, 그 대부분인 29조원에 이르는 삼성전자 삼성전자 주식이다.

(사진=삼성생명)

국내 생명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대부분은 삼성생명(95.23%)이 보유한 몫이며, 삼성생명이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은 전체 생명보험회사가 보유하고 있는 주식의 88.20%에 달한다.

손해보험회사도 동일하다. 국내 손해보험회사 보유하고 있는 당기손익인식증권, 매도가능증권, 만기보유증권 중 국내 주식이 차지하는 비중은 3.36%이고, 이 중에서 삼성화재가 보유하고 있는 삼성전자 주식이 81.01%를 차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요컨대 금융당국의 신지급여력제도 기준변경은 삼성그룹 두 금융사에 대한 특혜로 귀결된다. 금융당국은 “관투자자 입장에서 한 주식을 10년 이상 장기적으로 보유를 할 경우에는 자본시장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취지”에서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낮은 위험계수를 도입하게 됐다고 밝혔다.

하지만 경제개혁연대는 금융당국의 설명은 설득력이 떨어진다고 비판한다. 주식장기보유는 보험사의 건정성 판단 요소는 아닐 뿐더러 장기보유를 통해 주식위험이 감소한다고 보기도 어렵다고 지적했다. 위험을 감소시키는 가장 합리적인 방법은 포트폴리오 구성을 다양하게 하는 즉 투자의 다변화라고 경제개혁연대는 강조한다.

이 시민단체는 삼성생명이 대규모 삼성전자 주식을 장기간 보유하는 것 자체가 위험을 크게 증가시키는 요인이라 고 주장했다.

경제개혁연대는 “삼성생명은 전체 운용자산에서 삼성전자 주식이 지나치게 큰 비중을 차지함에도 불구하고,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의 지배권 유지⋅강화를 위해 사실상 위험을 무릅쓰고 보유하고 있는 상황이다. 이는 합리적인 투자의사결정이나 자산운용 전략으로 볼 수 없다"고 지적했다.

이어 "그룹 전반에 대한 지배주주의 지배권을 위해 삼성전자 지분 보유 여부를 결정한다면, 장기보유를 통해 주식위험을 감소시키기는 커녕 오히려 장기보유에 따른 위험 증대 효과만 있을 것이다”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이번 개정은 결과적으로 삼성에 대한 특혜가 아닐 수 없다고 주장했다. 특히 그동안 개정안을 마련하는 과정에서 전혀 논의가 없었던 장기보유주식이 작년 12월 도입기준(잠정안)에 비로소 포함된 사실은 특혜로 볼 수밖에 없는 결정적인 내용이라고 덧붙였다.

경제개혁연대는 따라서 금융당국은 장기보유주식에 관한 사항이 갑자기 K-ICS에 포함된 경위를 설명하고 나아가 어떤 논의와 절차를 거쳤는지도 상세히 공개해야 할 것이라고 주장했다. 아울러 지금이라도 금융당국은 장기보유주식에 대한 낮은 위험계수 적용을 세칙 개정안에서 제외하는 것이 마땅하다고 강조했다.

저작권자 © AP신문 | 온라인뉴스미디어 에이피신문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