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셜] '펜트하우스 3', 시청자 외면 받는 이유?

2021-08-10     AP신문
웨이브 드라마 <펜트하우스>가 마지막 회를 향해 달려가고 있다. 사진 펜트하우스 홈페이지


[AP신문= 손민지 OTT뉴스 평론가] 지난 3일 <펜트하우스> 시즌 3의 최종회(14회) 대본 탈고 소식이 알려진 가운데, 제작진이 기존 회차에서 2회 더 늘린 것을 두고 방송가에는 '무리수가 아니냐'는 비판이 쏟아져나오고 있다.

<펜트하우스 3>에 대한 시청자의 관심은 ‘용두사미’ 양상을 띤다.

실제로 7월 30일 방송된 8회는 시청률 15.7%(닐슨코리아 전국 기준)를 기록했는데, 이는 시즌 2와 시즌 3을 통틀어 가장 낮은 수치다.

시즌 2가 방송 2회 만에 20%를 넘어서며 시청률 고공행진을 보여줬던 것과는 사뭇 다른 분위기다.

▶ 막장으로 흥하고 막장으로 패한다

<펜트하우스>의 천서진(김소연 분)은 극 중 열등감 강한 성악가이자 딸 하은별(최예빈 분)에게 만큼은 열성적인 엄마로 분하고 있다. 사진 <펜트하우스> 시즌2 웨이브 캡처


<펜트하우스>의 앞선 시즌들은 다른 작품에서 볼 수 없던 시원한 막장 전개로 사랑받았으나 막장이 반복되고, 개연성을 잃으면서 오히려 발목을 잡았다.

시즌 2에서 로건 리(박은석 분)가 구호동 변장을 벗고 본 모습을 드러냈을 때 강렬한 연기력에 매료됐고, 시즌 2에서 이지아가 나애교로 재등장하고, 칼에 찔려 죽은 줄 알았던 심수련이 나애교 행색을 했다는 게 밝혀졌을 때 소름 돋았다.

그러나 펜트하우스는 흉기에 맞은 배로나(김현수 분)에 이어 불타 죽은 줄 알았던 로건 리를 회생시키면서 코미디 같은 자가당착에 빠지고 말았다.

심지어 강물에 빠져 죽은 오윤희까지 살아있는 게 아니냐는 추측도 나온다.

낚시질에 여러 번 당한 시청자들은 이제 극 중 누구에게 무슨 일이 생겨도 ‘아무 일 없겠지’라고 안심한다.

러브라인과 인물관계를 그리는 방식도 마찬가지다.

심수련이 자신의 친딸(민설아)의 양오빠인 로건리와 사랑의 감정을 느끼고 천서진(김소연 분)의 전 남편인 하윤철(윤종훈 분)이 이혼 후 오윤희(유진 분)와 부부 행세를 하며, 주단태(엄기준 분)가 아내인 심수련을 놔두고 천서진과 외도를 할 때까지만 해도 극적인 설정의 하나로 받아들일 수 있었다.

시즌3은 이를 한 번 더 꼬아, 전편에서 서로를 죽일 듯했던 천서진과 주단태를 다시 한편으로 만들었고 백준기(온주완 분)의 첫사랑을 심수련으로 만들었다.

딸 하은별(최예빈 분)을 생각하며 하나로 뭉쳤던 천서진과 하윤철은 다시 앙숙이 됐다.

1인 2역, 부활 외에도 하은별-배로나의 라이벌 관계, 오윤희를 배신하는 천서진 등 포맷이 반복되면서 시청자들의 피로감이 높아졌다.

▶ 작가가 바뀐 것도 아닌데…일관성 사라진 캐릭터

<펜트하우스> 시즌 3은 개연성을 잃으면서 최근 시청률 하락세를 보이고 있다. 사진 <펜트하우스> 시즌 3 웨이브 캡처


최근 MBC에서 방송된 창사 60주년 특집 <다큐 플렉스-전원일기 2021>에서 김혜자, 고두심 등 배우들은 작품에 대해 아쉬움을 토로했다.

바로 작가가 여러 번 바뀌면서 극 초반 다져놓은 캐릭터들의 성격이 변화했고 이를 연기하는 걸 받아들이기 어려웠다는 것이다.

그런데 <펜트하우스 3>은 작가가 교체된 것도 아닌데 캐릭터와 이야기가 방향을 잃었다.

예를 들어 고상아(윤주희 분)와 이규진(봉태규 분)의 아들 이민혁(이태빈 분)은 시즌 2에서 유제니(진지희 분)를 괴롭히다가 시즌3에서는 유동필(박호산 분)의 지시를 받아 유제니를 가까이에서 챙겨주는 역할로 변모한다.

또 엄마인 천서진과 함께 잘못된 교육의 폐해를 보여줬던 하은별은 진분홍(안연홍 분)의 집착에 희생양이 되면서 민폐 캐릭터가 됐다.

이외에도 주석경(한지현 분)과 심수련의 친 모녀관계가 수면 위로 떠오르면서 '핏줄'에 연연하는 아침드라마가 돼 버렸다는 것, 외동아들이었던 로건 리에게 알렉스라는 형이 존재한다는 설정이 몰입을 망쳤다는 것 등이 아쉬움으로 꼽힌다.

게다가 극의 주요 인물인 오윤희는 죽음을 맞아 자취를 감췄고 마두기(하도권 분)는 아예 등장하지 않고 있으며, 하윤철은 로건 리의 목숨을 유지해주는 도구로 쓰이고, 새 캐릭터인 유동필과 백준기 등이 혼돈만 줄 뿐 큰 역할을 하지 못한다는 점이 시즌 3의 패착으로 거론된다.

시청자들이 감정을 이입하고 응원할 만한 인물을 설정하는 것도 중요한데, 시즌 1~2에서 선을 맡았던 배로나, 오윤희, 로건 리 등이 생존에 위협을 받거나 캐릭터 성격이 변화하면서 시즌3에서는 유일하게 심수련만 하드캐리를 하고 있다.

중립적 위치였던 주석훈(김영대 분)은 복수를 위해 주단태의 밑에 들어갔지만, 아직 별다른 활약은 보이지 않고 있다.

▶ 유종의 미 거두려면?

반환점을 돈 지금, <펜트하우스 3>이 염두 해야 할 것은 극의 흐름을 잃지 않고 뚝심있게 나아가는 것이다.

모든 인물이 힘을 합쳐 주단태를 향해 칼날을 겨누는 걸 시청자들은 기대한다.

이제는 뿌려둔 떡밥들을 하나씩 회수해야 할 때.

자극과 반전만이 답은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