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바몬 광고, 광고업계의 암묵적 기준을 위반한 표절 논란
[편집자 주] 지난 7월초 공개된 알바몬 2023 여름 캠페인 '알바몬으로 알바가' 광고가 직장인 익명 커뮤니티인 블라인드 등에서 표절 논란에 휩싸였다. AP신문은 광고업계에 근무하는 필자의 기고문을 게재한다.
[AP신문= 애드인 자유기고가]
최근 알바몬 광고가 이마트 와이너리 광고와 표절 의혹이 제기되고 있다. 필자는 이 광고가 표절이라고 본다. 이마트 광고 원작의 설정과 영상 구조 등을 그대로 차용함으로써 저작권을 침해하고 있다는 것이다.
알바몬은 왜 원작과 유사한 설정을 택했는지 전략적 사유를 찾기 힘들다. 이마트 와이너리는 와인을 친근하게 만들기 위해 시골 어르신들을 등장시킨 반전적 상황을 만들었다. 알바몬은 어르신들을 타겟으로 하거나, 알바와 관련된 USP도 없다. 브랜드 과제 해결과는 관련 없는 설정을 빌려온 것이다.
또한, 알바몬의 핵심 아이디어는 ‘알바’를 화두로 한 언어유희라고 하지만, 이를 강조할 수 있는 장치를 사용하지 않았다. 오히려 잘못 알아듣는 상황으로 표현하여 원작과 유사성을 높였다. 언어유희가 다르다고 해서 영상의 설정과 화면 연출의 유사성을 무시할 수는 없다.
그리고, 알바몬은 원작을 인지하고도 의도적으로 표절했다고 볼 수 있다. 앞서 KCC 창호 광고에서도 동일한 성동일 배우를 모델로 한 ‘광고 유니버스’ 컨셉을 차용한 사례가 있었다. 이마트 와이너리는 국내외에서 수상한 작품으로 유명하다. 알바몬 제작자들이 이를 모르거나 우연히 유사하게 만들었다고 보기 어렵다. 심지어 원작의 엔딩장면까지 동일하게 붙임으로서 원작 캠페인을 충실히 공부했다는 것을 보여준다.
표절 의혹에 휩싸인 알바몬 광고
알바몬이 표절한 의혹을 받는 이마트 와이너리 광고
마지막으로, 패러디나 오마주로 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패러디나 오마주는 과거에 유명한 장면을 일부러 똑같이 제작함으로써 반응을 이끌어내려는 의도가 있다. 하지만 알바몬은 전체 설정과 구조를 차용하였으며, 본래 작품의 제작 취지를 살리지 않았다. 영상이 쉽게 기시감이 들고 유사한 이미지를 줄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알바몬은 광고의 힘을 모르지 않는 회사다. 알바몬의 업계 1위 대행사도 저작권 보호 측면에서 가장 큰 손해를 입을 수 있다. 이번 문제를 어떻게 바라보고 있는지 공식적인 의견을 묻고 싶고, 오해라면 어떤 제작과정을 거쳤는지 구체적인 해명을 듣고 싶다. 굳이 입장을 밝힐 의무가 없다 하더라도 연이은 표절 의혹에 내부 재점검을 거치길 바란다.
“남과는 다른” 제작물을 만들기 위해 노력하는 광고인들이 “남과 같은” 제작물을 만들기 위해 회의한다는 것은 있어서는 안 될 일이다. 알바몬 광고 제작자들도 분명히 ‘남과는 달라야' 하기에 노력했을 텐데, 이번 논란을 역지사지 해봐주기 바란다. 다음 회의에서 또 다른 국내 히트 광고들을 레퍼런스 삼아 아이데이션 하지는 않아야 되기 때문이다. “일류는 못 되더라도 아류는 되지 맙시다”라는 메시지가 이번 일을 대하는 광고인들의 공통된 생각이 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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