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허한 잔소리같은 고용노동부 '워라밸' 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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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P신문 광고평론 No.852] ※ 평가 기간: 2023년 7월 28일~2023년 8월 4일
[AP신문 = 정세영 기자] 852번째 AP신문 광고평론은 지난 7월 20일, 고용노동부의 일ㆍ생활 균형 워라밸 캠페인의 일환으로 공개된 광고입니다.
해당 광고는 사업주편으로, 사업주의 입장에서 '워라밸'을 어떻게 지킬 수 있을지 세 가지로 설명합니다.
최근 드라마 '나쁜엄마', '퀸메이커' 등으로 연기력을 증명하고 있는 배우 서이숙이 상사로 등장합니다.
직원이 서이숙에게 다가와 연차를 요청하며 사용 이유를 말하자, 서이숙이 "쉿"이라고 하며 "사유는 말하지 않는 거예요"라고 합니다.
이어 '자율성을 키워라'라는 카피가 화면에 크게 등장하며 작은 글씨로 '연차 사유 묻지 않기'라고 부가 설명이 나옵니다.
그 뒤로도 정시 퇴근하기, 원격 회의하기 등 워라밸을 키우는 두 가지 방법이 더 나옵니다.
상사의 입장에서 먼저 정시 퇴근을 장려하고 원격 회의를 하는 모습이 인상깊습니다.
그 후 즐거운 사무실의 모습을 보여주며 '우리 안의 워라밸을 쑥쑥, 키워라 워라밸'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광고는 마무리됩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 한줄평 (가나다순)
강지은: 공감으로 이목을 끌고, 반복되는 카피로 확실하게 각인된다
김석용: 뒷북 잔소리가 아니려면 문제 진단부터 다시 해야
서무진: 워라밸에 대한 인식을 심어주는 광고
이정구: 워라벨 메시지에 맥락이 조금 더 있었다면
전혜연: 직장인들의 눈칫밥 지분이 '8할'인 광고
홍종환: '일과 생활의 균형' 워라밸은 요원한 걸까
AP신문 광고평론가들은 광고가 메시지를 반복적으로 확실히 각인시킨다며 명확성 부문에 3.8점으로 가장 높은 점수를 부여했습니다.
광고 효과의 적합성과 모델의 적합성은 각 3.5점으로 그 뒤를 이었습니다.
예술성 시각 및 청각 항목은 모두 3점입니다.
한편 창의성과 호감도는 각 2.8점과 2.7점으로 다소 낮은 점수를 기록했습니다.
총 평균 3.2점으로 약간 아쉬운 점수를 받은 광고라고 볼 수 있습니다.
공감대 형성ㆍ메시지 모두 좋았다
AP신문 광고평론가들은 광고가 최근 직장인들의 고충과 인식을 잘 반영해 공감도가 높다고 호평했습니다.
또한 공공기관에서 이와 같은 메시지를 전달하는 것 또한 고무적이라며 긍정적인 의견을 내비쳤습니다.
첫화면의 카피가 메시지를 핵심적으로 전달한다. 인지도나 주목도 면에서 모델의 역량은 부족하다고 생각한다. 하지만 카피나 멘트가 귀에 쏙쏙 박히며, 일상 공감형 광고 전개로 직장인들의 공감을 불러일으킨다.
- 서무진 평론가 (평점 4.1)
카피 라임을 잘 맞춰 귀에 쏙쏙 들어와 한 번에 이해가 된다. 세 가지의 강조하고자 하는 포인트에서 '키워라'라는 카피를 지속 노출시켜 메시지를 확실히 각인시켰다. 요즘 직장인들의 사회생활 마인드에 맞춘 캠페인이라 더욱 공감이 많이 간다. 관공서에서 이런 캠페인을 실시한다는 것은 확실히 인식 개선에 긍정적인 영향을 준다.
- 강지은 평론가 (평점 3.7)
직장인들의 워너비 사업주의 모습을 유쾌하게 그려냈다. 상사 눈치 보게 되는 난처한 '찐 현실'을 광고 시나리오로 적절히 담아냈고, 모델 서이숙의 연륜 있는 연기가 인상적이다. 직장인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만한 사례를 속 시원하게 담아낸 광고. 이런 대표님들만 있으면 좋겠네!
- 전혜연 평론가 (평점 3.7)
회사 생활 중 부딪히는 에피소드를 무난하게 표현하고 있다. 직원이 입장이 아닌 고용주 입장에서의 접근이 나름 신선하다. 엄해 보이는 이미지의 모델의 반전 있는 생활형 멘트가 호소력 있다. 그만큼 워라밸이 쉽지 않은 숙제임을 보여준다. 정부기관의 계몽적 캠페인이라는 한계는 있지만 지속적인 문제제기로 조금씩 변화하는 회사 풍경을 꾸준히 담아나갔으면.
- 홍종환 평론가 (평점 3.0)
현실과 동떨어진 메시지,
광고의 디테일 키워야
반면 '워라밸을 키워라'고만 말하는 것이 현실과는 괴리가 있다며, 전달하는 방식이나 맥락 구성이 좀 더 필요하다는 평가 또한 존재했습니다.
모두 맞는 말인데, 하나 마나 한 잔소리처럼만 느껴져서 거부감이 든다. 잘 모른다고 여기고 가르치려는 형식이나, '키워라'라는 명령형 구호 등이 압박감을 준다. 광고라기보다는 온라인 강의 영상 형태여서 광고 영상으로서의 매력도는 많이 부족하다.
문제점 진단과 메시지 전략이 부실하지 않나 싶다. 워라밸은 근로자들이 몰라서 안 하는 것이 아니고, 바람직한 상사의 모습을 보여줌으로써 해결될 문제가 아니다. 문제점을 잘못 진단하고 있어서 타깃 설정과 메시지까지 모두 공감대 형성에 한계가 보인다. 교육과 계도가 아니라 함께 만들어가는 '캠페인'을 구상했다면 다르지 않았을까 싶다.
- 김석용 평론가 (평점 1.7)
워라밸은 양날의 검이다. 노동자와 고용주의 관계에서도 그렇고 개인의 커리어 측면에서도 마찬가지다. 그렇기에 조심히 다뤄야 할 소재라고 생각한다. 워라밸에 관련된 이해관계자의 관점을 녹여 맥락을 높였다면 어땠을지 아쉽다.
- 이정구 평론가 (평점 2.9)
한편 강지은 평론가는 "'워라밸'이라는 단어는 예전부터 많이 회자된 단어라 다소 올드해 보인다"고 덧붙였습니다.
■ 크레딧
▷ 광고주 : 고용노동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