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래스루이스 이어 ESG기준원도…고려아연으로 무게추 기우나
▣ 국내외 다수 자문사 "고려아연의 배당안 합리적”…릴레이 지지
[AP신문 = 배두열 기자] 오는 19일 열리는 고려아연 주주총회의 핵심안건에 대해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한국ESG기준원도 고려아연에 찬성하는 권고를 냈다. 고려아연과 영풍은 기말배당과 정관변경 등 2개 안건을 놓고 대립하며 주총 표대결을 예고해 왔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한국ESG기준원은 결산 배당을 5000원으로 상정한다는 내용을 포함한 1호 의안 ‘연결 및 별도 재무제표(이익잉여금처분계산서 포함) 승인의 건’에 찬성했다. 또 정관변경이 포함한 제2-2호 의안 ‘주식발행 및 배정 표준정관 반영’ 역시 찬성 의견을 권고했다.
두 안건은 고려아연 대주주인 영풍이 ‘주주권익 침해와 훼손’ 논리를 앞세워 주총 표대결을 선언한 핵심 쟁점 안건이다.
우선 1호 의안과 관련해 고려아연은 앞서 지난 2월 19일 공시를 통해 주당 5000원 기말 배당을 결정했으나, 영풍은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주당 기말 배당금을 중간 배당금보다 줄이면 주주들의 실망이 크고 주주들이 회사의 미래에 대해 불안감을 느껴 주가가 더욱 하락할 위험이 있다는 이유에서다.
반면, 고려아연은 "이미 다른 철강 및 비철금속업체 대비 높은 배당성향과 주주환원율을 유지하고 있음은 물론, 1000억원의 자사주 취득·소각 결정 등, 주주가치 제고를 위해 꾸준히 노력했다”며 "이 같은 배당정책에 따라, 아연 가격 하락과 전기료 인상 등으로 지난해 연결기준 당기순이익이 전년 대비 33.2% 감소했음에도 불구하고 주당 5000원의 기말배당안을 이사회에서 승인했다”고 강조했다.
실제, 고려아연은 지난해 자사주 소각과 배당정책을 통해 창사 이래 가장 높은 수준의 주주환원율 76.3%를 기록했다. 지난 5년간 10% 수준의 영풍 주주환원율과 비교되는 대목이다. 배당성향 역시 고려아연은 지난해 57.4%로, 최근 10년간 국내 평균 배당성향 26%보다 월등히 높다. 이에,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인 글래스루이스와 ISS 모두 고려아연의 손을 들어줬다
정관 변경을 위한 2-2호 의안의 경우, 외국의 합작법인에만 제3자 배정 유상증자를 할 수 있도록 제한한 규정을 삭제하는 내용이 담겨 있다.
고려아연과 영풍 측 입장이 극명히 엇갈리고 있는 가운데, 영풍은 "사실상 제한 없는 제3자 배정 유상증자가 가능해져 기존 주주의 주주권 침해가 우려된다"며 반대 입장을 밝혔다. 고려아연은 “신기술 도입 등 경영상 목적 달성을 위해 필요한 경우에 한해 3자배정을 할 수 있도록 문구를 명확히 하는 등의 변경”이라며 “3자배정에 따른 신주 발행한도(400억원)를 기존과 동일하게 유지하는 등 그 내용의 실질적인 변경은 없다”고 선을 그었다.
2-2호 의안을 두고는 ISS와 글래스루이스도 각기 다른 입장이다. ISS는 기존 주주에 대한 주식가치 희석 위험이 크다는 점을 들어 영풍 편에 선 반면, 글래스루이스는 고려아연의 정관 변경 안건에 찬성하는 권고를 내놓았다.
이 같은 상황에서 글래스루이스에 이어, 국내 대표적인 ESG평가기관이자 의결권 자문사인 한국ESG기준원이 2가지 쟁점 안건 모두에 대해 고려아연이 상정한 원안에 찬성을 권고하면서, 해외 및 국내외 기관투자자들의 표심에도 결정적인 역할을 할 것으로 전망된다.
한국ESG기준원은 독립적인 전문기관으로서 기관투자자의 원활한 의결권 행사를 위하여 종합적인 의결권 행사 권고와 지원서비스를 제공하고 있다. 특히 2003년부터 기업지배구조 평가를 실시해왔으며, 2011년부터는 사회책임과 환경경영이 포함된 ESG 평가를 통해 매년 국내 상장회사의 지속가능경영 수준을 평가하고 있다.
재계 관계자는 "글로벌 의결권 자문사들의 경우 일부 다른 의견도 있지만, 영풍이 사활을 걸어온 배당 안건과 관련해선 글래스루이스와 한국ESG기준원 외에도 ISS, 서스틴베스트, 한국ESG연구소 등 국내외 5개 자문기관 모두 고려아연 원안에 찬성을 권고하고 있다"며, "영풍의 배당 확대 주장이 고려아연 주주가 아닌 만성 적자에 시달려온 영풍 경영진을 위한 것이라는 해석이 힘을 얻고 있다"고 전했다.
한편, 영풍그룹의 핵심 계열사인 고려아연은 고(故) 장병희·최기호 창업주가 세운 회사로, 현재 고려아연은 최씨 일가가, 영풍그룹과 전자 계열사는 장씨 일가가 각각 담당하고 있다.
이런 가운데 장형진 영풍그룹 고문 측이 고려아연 지분 매입에 나서고, 이에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측이 맞서 지분을 사들이면서 양측 간 지분 매입 경쟁이 벌어진 상태다. 업계에서는 최 회장 측이 지분율을 33% 수준까지 올려 장 고문 측 지분율(32%)을 넘어선 것으로 보고 있다.
때문에, 지분 8.5%를 보유한 국민연금과 약 26%를 보유한 국내외 기관 및 소액주주의 표심이 중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