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어음 인가 본격화…강성묵標 ‘모험자본 플랫폼’ 주목한다
[AP신문 = 조수빈 기자] 금융당국이 증권사 발행어음 인가 심사에 본격 착수한 가운데, 이재명 정부의 ‘생산적 금융’ 추진 방향과 맞물린 심사가 이뤄질 것이라는 관측이 힘을 얻고 있다.
이에 따라 강성묵 하나증권 대표이사 사장이 공을 들여온 ‘모험자본 디지털 플랫폼’ 전략에도 시장의 관심이 집중된다. 지난 4년간 1조원대 투자 잔고를 유지해 온 체력을 기반으로, 이번 발행어음 인가가 모험자본 공급 확대와 혁신 중소·벤처기업 육성을 견인할 엔진으로 작동할 것이라는 기대다.
30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하나증권을 포함한 5개 증권사가 발행어음 사업 인가 신청서를 제출했으며, 금융감독원 역시 PT(프레젠테이션) 심사와 외부평가 절차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발행어음은 자기자본 4조원 이상 증권사만 진입할 수 있는 사업으로, 증권사가 자체 신용을 담보로 어음을 발행해 자금을 모으는 방식이다. 투자자는 약정된 이자를 받고, 증권사는 조달 자금을 기업금융 자원으로 활용한다.
당국이 정부 조직 개편 흐름에도 불구하고 인가 속도를 높이는 배경에는 발행어음이 단기간에 대규모 자금을 안정적으로 마련해 혁신·벤처로 흘려보낼 수 있는 통로라는 평가가 자리하고 있다. 자기자본이 두터운 증권사는 발행어음을 활용해 조달비용을 줄이고 일정한 속도로 자금을 축적해 모험자본에 배분할 수 있다.
무엇보다 누가 먼저 인가를 확보해 자금 허브를 안정적으로 구축하느냐가 정부 정책의 실효성을 끌어올릴 수 있는 촉매제가 될 전망이다.
하나증권은 2022년부터 발행어음 인가 관련 전산시스템을 선제 개발해 완료하고, 모험자본 투자잔고도 매년 1조원대로 유지해 왔다. 잔고는 2022년 8810억원에서 2025년 상반기 1조420억원으로 늘었으며, 별도 자기자본 대비 비중은 대략 15~20% 수준이다. 1조원대라는 것은 운용 중인 투자 자산 규모가 그만큼 크고, 단발이 아니라 몇 해에 걸쳐 지속됐다는 뜻으로, 곧 그 규모의 실탄과 자산을 실제로 관리해 왔다는 객관적 지표기도 하다.
이는 인가 직후 실행력으로 이어진다. 이미 1조원대 자금을 배분·집행해 온 만큼, 발행어음으로 자금이 들어와도 검증된 기준에 따라 즉시 운용할 수 있다. 정부가 요구한 모험자본 의무비율(2026년 10%→2027년 20%→2028년 25%)을 충족하려면 꾸준한 투자와 사후관리 역량이 필요한데, 이 운용 경험은 그 역량을 보여주는 가장 단순하고 직관적인 증거다. 업계에서는 하나증권이 초기에 의무비율을 달성할 여력이 충분하다는 관측이 우세하다.
모험자본 공급에 대한 그룹 차원의 강력한 의지도 짚을 대목이다. 함영주 하나금융지주 회장은 "미래금융과 기술혁신에 대한 경쟁력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며,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는 물론, 본업과의 연계 강화를 주문한 바 있다.
특히, 업계에서는 강성묵 대표의 이력에 주목한다. 발행어음 사업을 통한 '모험자본 공급망' 모델을 구축할 적임자란 평가다. 실제 강 대표는 1993년 하나은행 입행 이후 영업·운용·대체투자를 두루 거쳤다. 즉, 은행·운용·증권을 아우르는 경력으로 자금조달부터 투자 집행, 사후관리까지의 흐름을 이해하는 몇 안 되는 관리자다.
뿐만 아니라, 충청 지역 근무 시절 함영주 회장과 손발을 맞춘 이후 두터운 신뢰 관계를 이어오고 있는데, 지주 부회장 겸 하나증권 대표라는 위치는 그룹 의사결정 라인과의 접점을 높여 인가·집행 과정에서 필요한 자원 배치와 규정 정비를 신속히 묶을 수 있는 장점으로 작용할 것으로 전망된다.
강 대표는 실행력을 받쳐 줄 안전장치 마련에도 앞장섰다. 대표적으로, 지난 7월 인가 신청 전부터 내부통제 교육과 현장 점검을 반복하고, 관련 체계·시스템 개선과 책무구조도 시범운영을 병행했다. 발행어음은 예금이 아닌 증권사 채무여서 판매 적합성·설명의무가 엄격하고, 단기 조달·장기 투입 특성상 만기·유동성 관리가 핵심이다. 당국 심사 역시 건전성, 소비자보호, 유동성 세 축을 최우선으로 본다는 것을 감안했을 때, 예상치 못한 사고가 인가의 발목을 잡지 않게 하겠다는 강 대표의 의지가 읽혀진다.
아울러, 강 대표는 심사와 운영의 간극을 줄이기 위해 전사 태스크포스(TF)를 꾸리고 직접 총괄하고 있다. TFT는 전략·운용·판매·내부통제·IT 전문가로 구성된 가운데, 심사 준비는 물론 인가 후 현장에 적용할 업무 기준을 미리 정리하는 데도 집중하고 있는 것으로 전해졌다. 즉, 초기 조달 규모·만기 구성·배분 원칙을 곧바로 적용할 수 있고, 심사 과정에서 나온 보완 요구도 내규에 신속 반영이 가능하다.
무엇보다 TF가 밀고 있는 ‘모험자본 디지털 플랫폼 개발’은 강 대표의 핵심 카드다. 이 플랫폼은 혁신기업의 자금 요청, 심사, 집행, 사후관리 흐름을 온라인으로 한데 묶어 처리 속도를 높이고, 지원 범위를 넓히려는 취지에서 추진되고 있다. 말하자면 발행어음으로 들어온 자금이 어디로, 얼마나 배분됐는지와 이후 관리가 동일한 운영틀 안에서 이어지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하나증권 관계자는 모험자본 디지털 플랫폼에 대해 "국내 모험자본 생태계의 건전한 발전과 혁신기업의 지속가능한 성장을 지원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하나증권은 발행어음 인가를 받을 경우 초기 3년간 자기자본(약 6조원) 100% 범위 내에서 발행 규모를 단계적으로 확대한다는 방침이다. 조달 자금은 정부의 ‘생산적 금융’ 기조에 맞춰 벤처·스타트업·중소·중견 등 모험자본 영역과 기업 성장·혁신 투자에 집중 투입하되, 적정 마진을 확보하는 운영 원칙을 병행한다. 자금은 혁신 부문으로 흘리되 조달금리와 투자수익 간 건전성 지표를 상시 관리해 수익성과 안정성을 함께 챙기겠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금융투자업계 관계자는 "정부가 생산적 금융의 한 축으로 자본시장의 모험자본 공급을 강조한 만큼, 이번 발행어음 인가도 그 연장선에서 볼 필요가 있다"며, "하나증권 강성묵 대표의 ‘모험자본 디지털 플랫폼’ 전략은 제도의 안정성과 실효성을 담보할 수 있는 사례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