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창걸 영면] '조직력' 유산…외풍에도 '100년 기업' 흔들림 없다

2025-10-07     조수빈 기자
©AP신문(AP뉴스)/이미지 제공 = 고려아연 ▲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

"우리가 ‘글로벌 1위’라고 생각하는 건 자칫 오만할 수 있어요. 우리는 아직 배울 것도 많고 이룰 것도 많습니다. 100년 가는 회사가 위대한 회사라니, 저도 그 회사의 일원이라는 말을 듣고 싶습니다. 그건 우리 모두의 노력에 달려 있습니다”

[AP신문 = 조수빈 기자] 고려아연은 물론 한국의 제련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비철금속업계 거목’ 최창걸 명예회장이 향년 84세(1941~2025)를 일기로 타계했다. 

7일 고려아연에 따르면,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은 서울 연건동 서울대병원에 입원해 치료를 받아 왔으나, 지난 6일 숙환으로 영면했다. 

빈소는 서울아산병원 장례식장 20호실에 마련됐으며, 장례는 이제중 고려아연 부회장이 장례위원장을 맡은 가운데 이날부터 나흘간 회사장으로 치러진다. 영결식은 오는 10일 오전 8시 열린다. 

故 최창걸 고려아연 명예회장은 1974년 고려아연 창립멤버로, 1992년부터 2002년까지 회장으로 재직하며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하는 기틀을 마련했다.

그리고 그는 이 같은 원동력으로 '온전한 조직력'을 강조했다. 특정 몇 명의 개인이 아닌 전 임직원이 합심해 만든 성과라는 얘기다. 

최 명예회장은 창립멤버로 유일하게 현직에 몸담고 있던 2014년 창립 40주년 기념 사내 인터뷰에서 고려아연의 장점을 묻는 말에 "누구 하나 큰 영웅이나 대단한 사람이 이룬 것이 아니라 전 직원 모두가 이뤄낸 성과라는 말입니다. 나는 개인보다는 조직력이 중요하다고 생각해요. 스타플레이어도 좋지만 탄탄한 조직력이 우선이지요"라고 답했다.

더불어 고려아연이 어떤 모습이라고 생각하느냐는 질문에 최 명예회장은 "바위 몇 개를 쌓아 올린 것이 아니라 흙가루 하나하나로 다져놓은 모양일 것"이라고 답했다. 최 명예회장 특유의 리더십을 엿볼 수 있는 답변이었다.   

최 명예회장의 설명대로 고려아연이 '자원 불모지' 대한민국에서 아연과 연, 동 등 기초금속부터 안티모니와 인듐, 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과 금과 은 등 귀금속에 이르기까지 전 산업 분야가 꼭 필요로 하는 금속을 생산하는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으로 성장한 건 개인이 아닌 수천 명의 임직원이 똘똘 뭉쳐 만든 성과다. 

최 명예회장은 "모든 위치에 있는 사람이 자기 업무를 잘해주어 여기까지 올 수 있었고, 열심히 일해주어 이렇게 좋은 회사를 만들어주니 직원들에게 감사한 마음"이라며 사내 인터뷰를 통해 직원들에게 감사 인사를 건네기도 했다. 

최 명예회장과 전 임직원이 합심해 만든 탄탄한 조직력은 영풍·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라는 외풍에도 고려아연이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금속 제련기업이라는 위상을 공고히 하며, 국가경제와 안보에 기여하고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기업으로 자리매김하게 만드는 원동력이 돼 주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기준 매출액 7조6582억원을 올리며 사상 최대 반기 실적을 기록했고, 최근 이재명 정부의 방미 경제사절단에 포함돼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에 전략광물 게르마늄을 공급하는 양해각서(MOU)를 체결했다. 또 다른 전략광물 안티모니를 미국에 수출하며 중국의 수출통제로 불안정해진 글로벌 공급망을 안정화하는 데도 앞장서고 있다. 

'개인보다 조직이 우선'이라는 최 명예회장의 경영철학 위에서 최윤범 회장과 전 임직원은 지난 50년 성과에 안주하지 않고 100년 기업으로 나가기 위해 신사업 전략인 '트로이카 드라이브'를 적극 추진하고 있다.

고려아연 관계자는 "트로이카 드라이브 등의 미래 성장 전략을 통해 겸손한 자세로 100년 기업을 목표로 나아갈 것을 강조한 故 최창걸 명예회장의 바람을 잇겠다"고 밝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