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형적 CSR①] 새벽배송, 본질은 누가 '과로사 비용' 지불하느냐다

2025-11-08     박수연 기자

편집자주(Editor's Note) | 쿠팡이 최근 '새벽배송' 규제 논란으로 민주노총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도, 동시에 여권 권력 정점에 있는 인사들의 측근을 잇따라 영입하며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포장 전략'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서는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는 창업주이자 실질적 경영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사회 환원 의지에 직결된 물음표로 이어진다. 특히, 국내 주요 산업 자수성가 기업인들이 직접 재단을 설립한 것에 비추면, 김 의장의 의지는 더욱 근본적인 의문을 낳는다. 

‘쿠팡 기형적 CSR’ 본 시리즈를 통해 쿠팡이 정치·노동·자본이라는 세 축에서 맺고 있는 불투명하고 비대칭적인 관계, 즉 급성장 이면에 가려진 김범석 의장의 사회적 책임 회피 전략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AP신문(AP뉴스)/이미지 제공 = 쿠팡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AP신문 = 박수연 기자] 더불어민주당이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주노총)의 요구로 새벽배송 제한을 검토하며, 관련 규제가 유통업계의 뜨거운 감자로 떠오르고 있다. 대표 플랫폼 기업인 쿠팡은 소비자 불편과 일자리 감소라는 프레임으로 반발하고, 노동계는 과로사 방지의 근본적인 대책임을 강조한다. 

이 같은 대치 구도 상황에서 이번 논쟁의 본질이 고강도 심야 노동이 초래하는 '위험 비용'을 누가 부담할 것인지에서 검토되어야 한다는 목소리가 힘을 얻고 있다. 현재의 답은 고약하다. 그 비용의 상당 부분을 기사 개인과 그 가족, 그리고 사회보험, 무엇보다 소비자가 기업을 대신 하고 있다.

8일 정계에 따르면, 정청래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지난 6일 민주노총을 방문해 양경수 위원장을 만나 새벽 배송 금지 제안을 포함한 노동계 주장 입법 현안에 대해 심도 깊은 논의를 나눈 것으로 전해졌다. 

이 자리에서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급격히 증가하는 플랫폼 노동에 대한 보호막이 시급하다. 더 이상 노동자가 현장에서 죽지 않도록 입법에 최선을 다해 주시길 바란다"고 강조했고, 정청래 대표 또한 "민주당의 생각과 목표도 크게 다르지 않다. 노동자, 노동조합은 이재명 정부의 가장 강력한 지지 세력이며 민주당의 영원한 동반자"라고 화답했다. 

이에 더불어민주당의 새벽배송 제한 입법 검토도 탄력을 받을 것으로 관측된다. 민주노총 서비스연맹 전국택배노동조합은 앞서 지난 10월 22일 국토교통부가 주관한 '택배 사회적대화기구'에서 "자정부터 오전 5시까지 초심야 시간대의 배송을 제한해 택배기사의 과로를 줄이고 최소한의 수면시간을 보장하자"고 제안한 바 있다. 

반면, 쿠팡은 '일자리 박탈', '소비자 불편' 프레임을 내세우며 강력히 반발하고 나섰다. 새벽배송의 편익은 분명하다. 플랫폼은 차별화된 서비스로 시장을 넓히고, 소비자는 다음 날 바로 써볼 수 있다.

하지만 위험은 분류·상차·배차·배송 전 과정으로 분산돼 개인에게 쌓인다. 야간 생체리듬 붕괴, 사고 위험 증가, 장기적 건강 훼손은 통계 밖에서 서서히 비용화된다. 이때 기업의 '선택의 자유', 기사의 '자발적 선호'라는 말은 종종 알고리즘·평가 지표·재계약 구조라는 ‘보이지 않는 계약’을 가린다. 

현장엔 '심야가 돈이 된다'는 정서가 있다. 맞다. 하지만 그 자발성은 언제든 구조에 의해 ‘유도’될 수 있고, 이럴 때 “하고 싶어서 한 일”은 위험 외부화의 면죄부로 변한다. 

물론 현재 국내의 법제는 이미 야간 가산수당, 안전·보건 의무, 산재보상이라는 보호 체계를 갖추고 있다. 그럼에도 체감은 낮고, 그 이유는 간단하다. 집행이 약하다. 반복 위반 사업장 공표, 감독 상시화, 과태료 실효성 제고, 신고 절차 간소화 없이는 어떤 ‘금지’도 장식품일뿐이다. '법이 있다'와 '법이 작동한다'는 전혀 다른 문장이다. 

즉, 민주노총의 제안으로 촉발된 '새벽배송 제한' 논의는 새벽배송을 명확한 법의 테두리 안으로 들여와 규제의 역할이 선택을 없애는 것이 아니라, 선택의 위험비용을 공평하게 가격화하는 데 초점을 맞출 필요가 있다.

한 여권 관계자는 "그 값이 지금처럼 기업보다 노동자에게 청구되는 구조라면 규제는 정당할 수 있다. 다시 말해 '일단 제한'이 필요한 이유는 비용 부담의 주체를 바꾸는 법"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제한'을 원칙으로 설정하면, 기업은 예외를 인정받기 위해 법적 테두리 안에서 최고 수준의 책임을 이행할 의무가 생긴다. 다시 말해 새벽배송 과정에서 발생하는 심야 노동의 위험 비용을 노동자와 소비자가 아닌 기업으로 전환시키기 위한 수단"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관계자는 "법적 테두리를 뒀을 때 국가 역시 감독·집행 비용을 책임져야 하는 만큼, '법이 작동할 수 있다"고도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