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 기형적 CSR②] '분기 12조 매출' 김범석…'나홀로' 재단은 없다

2025-11-08     박수연 기자

편집자주(Editor's Note) | 쿠팡이 최근 '새벽배송' 규제 논란으로 민주노총과 정면으로 대치하면서도, 동시에 여권 권력 정점에 있는 인사들의 측근을 잇따라 영입하며 논란의 한가운데 섰다. '포장 전략'이 진정한 '사회적 책임 이행'에 앞서는 전형을 보여주는 사례로, 이는 창업주이자 실질적 경영자인 김범석 쿠팡 Inc. 의장의 사회 환원 의지에 직결된 물음표로 이어진다. 특히, 국내 주요 산업 자수성가 기업인들이 직접 재단을 설립한 것에 비추면, 김 의장의 의지는 더욱 근본적인 의문을 낳는다. 

‘쿠팡 기형적 CSR’ 본 시리즈를 통해 쿠팡이 정치·노동·자본이라는 세 축에서 맺고 있는 불투명하고 비대칭적인 관계, 즉 급성장 이면에 가려진 김범석 의장의 사회적 책임 회피 전략을 집중 조명하고자 한다. 

©AP신문(AP뉴스)/이미지 제공 = 쿠팡 ▲김범석 쿠팡Inc 이사회 의장

[AP신문 = 박수연 기자] 글로벌 이커머스 기업 쿠팡이 올해 3분기 역대 최대 실적을 경신하며 국내 유통업계의 지평을 바꾸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미국 뉴욕증시 상장사인 쿠팡Inc의 3분기 매출은 12조8455억원(92억6700만달러, 평균 환율 1386.16원 기준)으로 분기 기준 사상 최대를 기록했으며, 영업이익과 당기순이익도 전년 동기 대비 각각 51.5%, 51.0% 증가한 2245억원, 1316억원에 달했다.  

이는 막대한 자본력과 효율적인 물류 시스템을 통해 명실상부한 국내 최대 플랫폼으로 자리매김했음을 보여준다. 

그러나 단 석 달간 2245억원이라는 현금흐름을 창출한 기업의 창업자에게 '사회적 책임'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이 그림자처럼 따라붙고 있다. 특히 창업자 본인의 이름을 내건 재단 설립이나 지속적인 대규모 사재 출연을 통한 사회환원 활동이 전무하다는 점은, 유사한 경로로 성공을 이룬 다른 기업들의 구체적인 기부 규모와 방식과 극명하게 대비되며 ‘기업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논란을 증폭시키고 있다.

김범석 쿠팡 Inc. 의장과 마찬가지로, 창업자의 강력한 리더십과 혁신을 통해 지금의 위치에 오른 국내 주요 자수성가 기업들은 오래전부터 재단 설립과 대규모 사재 출연을 통해 사회 공헌을 기업 경영의 핵심 축으로 삼아왔다. 이들의 행보는 단순한 기업 차원의 기부를 넘어 창업자 개인의 책임 있는 자본주의 실천이라는 구체적인 근거를 제공한다. 

대표적으로 미래에셋그룹의 박현주 회장이 손꼽힌다. 박 회장은 2000년 사재 75억원을 출연해 미래에셋박현주재단을 설립한 이래, 15년 넘게 미래에셋자산운용에서 받는 배당금 전액을 재단에 기부하고 있다. 

무엇보다, 재단의 대표 사회공헌 사업인 ‘미래에셋 해외교환 장학 프로그램’을 통해 2007년부터 현재까지 총 7444명의 국내 대학생들이 해외 대학에서 학업과 문화 교류의 기회를 가질 수 있도록 지원했다. 

글로벌 게임기업 넥슨 고(故) 김정주 창업자도 마찬가지다. 김 창업자는 한국 벤처 업계 신화적인 인물로, 평소 외부에 모습을 거의 드러내지 않는 탓에 '은둔형 경영자'로 불리면서도, 사회공헌 활동에서만큼은 은둔과 거리가 멀었다.

2018년 1000억원 이상의 사재를 출연해 넥슨재단을 설립한 뒤 국내 최초 공공 어린이재활병원, 첫 독립형 어린이 완화 의료센터, 경남권 어린이재활병원을 지원하는 등 사회공헌 활동에 앞장섰다. 앞서 2013년에는 국내 최초의 어린이 재활병원 '푸르메재단 넥슨어린이재활병원' 건립에 200억원을 기부했다.

이 같은 김정주 창업자의 DNA는 일회성 기부가 아닌, 기업가적 성공을 사회적 공익으로 연결하겠다는 영속적인 시스템으로 넥슨에 깊게 뿌리내렸다. 넥슨은 2022년 김정주 창업자의 별세 이후에도 같은해 10월 서울 종로구에 국내 최초의 독립형 단기돌봄의료센터인 '서울대학교병원 넥슨어린이통합케어센터'를 개원했다. 2024년 기준, 넥슨이 10년간 기부한 어린이 의료시설 건립금은 총 550억원에 달한다.

이처럼 수백억에서 수조 원에 달하는 개인 자산을 투입해 사회 환원 시스템을 구축하거나 공익적 플랫폼을 선도하는 타 기업인들과 달리, 분기 매출 12조원 시대를 연 쿠팡 김범석 회장은 대규모 채용과 투자라는 기업 활동 외, 창업자 개인의 대규모 사회환원 노력은 미미해, 성공의 규모에 걸맞은 '노블레스 오블리주'가 부재하다는 지적에서 자유롭지 못하다. 

그나마 2024년 자신이 보유한 주식 중 200만주(약 670억원)를 자선 기부할 계획을 내놓으며 첫 공식적 사회환원 활동 시작을 알렸으나, 이 역시 주식 매매에 따른 차익 실현과 함께 막대한 세금 감면 혜택을 염두에 둔 '똑똑한(?) 기부'란 비판의 대상이 됐다. 미국의 경우, 인증 자선기관에 기부하면 조정소득의 60%까지 공제받을 수 있다. 특히 주식으로 기부하면 더 많은 세금 혜택을 받을 수 있다. 

뿐만 아니라, 블룸버그는 2021년 쿠팡이 물류센터 화재를 계기로 한국 사회의 기대에 타격을 줬다며, "정치와 유착돼 기업을 키웠다는 비판을 받아온 기존 재벌과 달리 신흥 부자들은 사회 환원 의지가 강할 것이라는 기대가 있었지만, 이들도 재벌과 크게 다르지 않다는 목소리가 나온다"고 꼬집기도 했다. 

재계 내에서도 분명 쿠팡이 국내외 투자 유치와 대규모 물류 인프라 구축으로 경제 발전에 기여한 공은 있다고 인정하면서도, 창업자의 부(富)에 대한 사회적 환원, 그리고 책임 있는 시장 경제 주체로서 요구되는 투명하고 장기적인 사회공헌 의지를 명확히 보여주지 못하고 있다는 비판은 여전하다. 

박상인 서울대 행정대학원 교수 “자수성가 기업인들도 특권층의 일부 되고 있다”며 “새로운 형태의 재벌”이라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