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도심 속 사유의 집”…‘아틀리에 에디션’이 제안한 뉴 럭셔리
“진정한 럭셔리는 과시가 아니라, 삶의 태도와 깊이에서 비롯된다”
[AP신문 = 조수빈 기자] 서울 강남구 청담동 ‘레스파스 에트나 청담’. 유리문을 넘어서자 외부 소음이 빠르게 희미해졌다. 낮은 조도의 빛과 행드럼의 둔탁한 울림이 먼저 속도를 늦췄다. 향은 공간 전체를 압도하지 않고 바닥선을 따라 얇게 깔렸다. 검은 석재와 흙빛 목재, 여백을 많이 남긴 가구는 시선을 흩트리지 않도록 배치돼 있었다. 관람객들은 서둘러 셔터를 누르는 대신 잠시 멈춰 보는 쪽을 선택했다.
포스코이앤씨의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HAUTERRE)’와 인테리어 디자이너 양태오 작가가 지난 7일 함께 선보인 ‘아틀리에 에디션(The Atelier Edition)’ 론칭 현장은 전형적인 상품 설명회라기보다 ‘도심 속 사유의 안식처’라는 하나의 콘셉트를 체험하도록 설계된 쇼룸에 가까웠다. 연출의 방향은 포스코이앤씨가 지향하는 뉴 럭셔리와 아틀리에 에디션이 어떤 상품인지 동시에 드러냈다.
■ 하나의 작품처럼 소유하는 집…풀 패키지를 ‘IP’로 묶다
아틀리에 에디션은 포스코이앤씨 하이엔드 주거 브랜드 오티에르 전용 인테리어 패키지다. 마감재를 넘어 붙박이 가구, 조명, 홈스타일링까지 하나의 세계관 안에서 설계된 풀 패키지형 상품으로, 양태오 스튜디오가 오티에르를 위해 디자인한 시그니처 구성이 적용된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를 “예술적 감성과 기술이 결합된 완성형 하이엔드 주거공간”이라고 정의한다.
행사에서 공개된 쇼룸과 프레젠테이션을 종합하면 아틀리에 에디션은 ‘예쁜 자재를 고르는 옵션제’가 아닌, 설계부터 스타일링까지 일괄 기획된 하나의 작품 단위 상품에 가깝다. 상표 출원과 태오양 스튜디오와의 공동 저작권 등록이 추진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디자인 전반을 지식재산(IP)으로 관리하며, 오티에르 단지의 전용 자산으로 귀속시키려는 전략이다.
오프닝에서 박종진 포스코이앤씨 건축사업본부장은 더샵(THE SHARP)에 이은 오티에르의 위상을 언급하며 “하이엔드 주거 디자인의 새로운 기준을 제시하겠다”고 말했다. ‘유명 디자이너와의 협업’이라는 일회성 장식을 넘어서, 브랜드와 작가의 철학을 구조적으로 결합해 관리하려는 시도가 전면에 배치된 셈이다. 포스코이앤씨는 이를 통해 오티에르를 그룹 주거 포트폴리오의 최상단에 고정시키려 한다.
■ 절제, 여백, 사유…‘4가지 결핍’에 대한 공간적 답변
양태오 작가는 프레젠테이션에서 이번 프로젝트의 출발점을 “현대인의 네 가지 결핍”으로 설명했다. 고요의 결핍, 시간적 여백의 결핍, 관계의 결핍, 자기 본질의 결핍. 과잉된 정보와 빠른 속도, 피상적 관계 속에서 집이 어떤 역할을 해야 하는지에 대한 질문이다.
현관을 지나자마자 거실이 터지지 않는다. 긴 복도가 먼저 시야를 수평으로 끌고 간다. 양 옆에는 질감을 강조한 목재와 낮은 간접 조명이 이어진다. 외부의 속도에서 실내의 리듬으로 옮겨 가는 시간을 확보한 이 구간은 고요의 결핍을 다루는 장치다.
복도 끝에서 드러나는 거실에는 과장된 럭셔리가 없다. 낮은 채도의 벽과 바닥, 높이를 억제한 가구, 전통 창호를 현대적으로 재해석한 프레임, 눈에 드러나지 않는 간접 조명이 시야를 정리한다. 포인트 조명과 아트월은 동선을 따라 배치돼 있고, 블랙 톤은 과시가 아니라 깊이를 위한 강조로 한정된다. 포스코이앤씨가 내세운 ‘갤러리형 리빙룸’이라는 표현은 현장에서 ‘사진보다 머무는 시간을 우선하는 거실’에 가까운 형태로 구현돼 있었다.
거실과 인접한 알파룸은 이 프로젝트의 방향성을 가장 잘 드러낸다. 전통적인 사랑방이 아니라 티룸, 서재, 요가룸, 작은 다이닝 등 관계와 사유를 담을 수 있는 여유 공간으로 제안된다. 특정 기능을 미리 규정하지 않은 채 비워 둔 이 방은 사용자 선택에 따라 의미가 달라지는 ‘공백의 공간’이다. 양태오 작가가 말한 관계와 자기 본질의 결핍을 위한 여지를 평면 속에 남겨 둔 구조다.
마스터룸과 욕실은 휴식과 복원에 초점을 맞췄다. 한식 창호를 모티브로 한 커튼은 외부 빛을 부드럽게 걸러 들이고, 긴 벽면 수납과 절제된 색채는 시각적 소음을 줄인다. 욕실의 짙은 톤 천연석과 간접 조명은 상업 호텔식 화려함 대신 명상 공간에 가까운 분위기를 만든다.
이 구성의 의미는 ‘한국적 미학’이 장식적 패턴이 아니라 동선, 밝기, 사용 방식에 녹아 있다는 점에서 드러난다. 긴 복도, 비워 둔 방, 낮은 가구와 창호 비례, 숨겨 둔 디테일은 모두 ‘과시보다 사유에 가까운 럭셔리’라는 메시지와 일치한다.
■ 포스코이앤씨가 겨냥한 ‘조용한’ 하이엔드
포스코이앤씨는 더샵을 통해 축적한 주거 경험 위에, 오티에르와 아틀리에 에디션을 ‘다음 질문’으로 올려놓는다. ‘잘 지어진 집’을 넘어 기술력, 전통, 인문학적 해석을 결합한 뉴 럭셔리를 브랜드 차원에서 제시하겠다는 선언에 가깝다.
아틀리에 에디션이 반복하는 키워드는 화려함이 아니다. 절제, 균형, 여백, 멈춤, 사유, 고요. 쇼룸을 둘러본 인사들 사이에서도 “소재와 조명이 과시적으로 튀지 않는다”, “디자인 밀도는 높은데 공간이 피로하지 않다”는 반응이 나왔다. ‘동양적 고요함’이라는 표현이 과장된 구호에 머물지 않도록 행사 연출과 상품 구조가 비교적 치밀하게 맞물려 있었다는 인상이다.
이 조용한 하이엔드가 실제 오티에르 단지에서 어떤 주거 경험으로 구체화될지, 그리고 ‘세계관을 사는 패키지’가 한국 고급 주거 시장에서 어떤 설득력을 확보할지는 향후 적용 사례에서 확인될 것이다. 분명한 것은 포스코이앤씨가 하이엔드 인테리어를 더 이상 ‘비싼 자재의 나열’이 아니라 ‘사유 가능한 속도와 리듬을 설계한 집’으로 규정하려 하고 있다는 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