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 제작 '당위성' 확보했으나, '공감' 얻기는 실패…유한킴벌리 새광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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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11-24     황지예 기자

[AP신문 광고평론 No.1429]  ※ 평가 기간: 2025년 11월 14일~2022년 11월 21일

[AP신문 광고평론 No.1429]  유한킴벌리가 AI로 제작한 숲환경 공익 캠페인을 공개했다. 사진 유한킴벌리 유튜브 캡처ⓒAP신문(AP뉴스)

[AP신문 = 황지예 기자] 1429번째 AP신문 광고평론은 유한킴벌리가 지난 11월 4일 공개한 광고입니다.

'누구나 우리가 되어 지켜주세요'란 제목으로, 산불의 심각성을 아기 개미의 시선으로 조명했습니다.

특히 아기개미를 어린아이들처럼 표현하며, 아이들의 평화로운 세상이 담뱃불로 파괴되는 모습을 통해 산불의 심각성을 더욱 부각시켰습니다.

마지막엔 '산불은 숲불'이며 '지킬 수 있는 사람도 가장 가까운 당신'이라며, '누구나 우리가 되어 우리 강산을 푸르게 푸르게 지키자'는 메시지로 끝을 맺습니다.

이번 광고는 숲환경 공익 캠페인의 일환으로, AI를 통해 제작됐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가 한줄평 (가나다순)

국나경: 말보다 숲이 먼저 설득함

김석용: 최신 AI의 기술 속 오래된 메시지가 아쉽다

이형진: 진정성의 부재

전혜연: 귀여운 시작, 묵직한 메시지

한서윤: 자사 슬로건을 캠페인의 정체성 언어로 바꾸다

홍광선: AI 활용 광고의 과도기적 명과 암에 대해

[AP신문 광고평론 No.1429]  유한킴벌리 광고 ⓒAP신문(AP뉴스)

AP신문 광고평론가들은 명확성에 6.5점을 부여하며 산불의 심각성을 잘 드러냈다고 평가했습니다.

광고 효과의 적합성이 5.8점, 창의성과 예술성 시각 부문이 5.7점을 받았습니다.

예술성 청각 부문은 5.5점, 호감도는 5.3점을 기록했습니다.

총 평균은 5.8점으로 전반적으로 낮은 점수에 그쳤습니다.

AI의 한계…낮은 완성도 아쉬워

AP신문 광고평론가들은 AI 광고의 낮은 완성도 때문에 후반부에 등장하는 공익적 메시지가 진정성 있게 전달되지 못했다고 아쉬움을 표현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 No.1429]  아이들을 아기 개미처럼 묘사했다. 사진 유한킴벌리 유튜브 캡처ⓒAP신문(AP뉴스)

진정성의 부재. '산불은 숲불'이란 새로운 아젠다를 설정하려는 의도는 전달이 됐다. 그러나 어색한 AI 완성도와 지루하게 긴 호흡, 산만한 화면 전환 등이 어우러져 전하려는 메시지에 공감이 가지 않는다. 오랜 시간 동안 공들여 구축한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 캠페인의 핵심은 진정성이다. AI로 광고를 만드는 게 반드시 진정성을 저해하는 건 아니지만, 진정성에 공감을 받기 위해서는 보다 많은 고민이 필요해 보인다.

- 이형진 평론가 (평점 5.0)

새로운 AI 기술 대비 오래된 메시지가 아쉽다. 우선 전반부 AI 영상은 돋보인다. 아기 개미의 동화같이 맑고 깨끗한 세상이 인상적이다. 개미의 의인화지만, 오히려 아기에게 개미옷을 입힌 듯 귀여움을 극대화한다. 재난영화급 산불 영상도 극적이다. 크기, 색감, 움직임이 실감나고, 초반 동화 세상과의 대비감도 산불의 위력을 강화한다.

하지만, 후반부 스토리 전개와 메시지가 무난하게 흘러 아쉽다. '산불'은 곧 '숲불'이라며 숲으로 초점을 옮겨 유한킴벌리의 대표적 사회공헌활동에 힘을 싣고 있지만, 전형적 산불 예방 광고에 그친다. 결국 앞단 AI 영상과 뒷단 메시지가 각각 분절돼 하나의 이야기로 엮이지 못한다. AI 영상 기술을 보여주기 위한 시험작의 느낌이다. 후반부 메시지가 못내 아쉽다. 

- 김석용 평론가 (평점 6.0)

감정적 접근에 그쳐

또한 평론가들은 귀여운 캐릭터에 의존한 감성적 접근이 실질적 행동을 촉구하기엔 부족하다고 분석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 No.1429]  산불을 보며 놀라는 아이의 모습. 사진 유한킴벌리 유튜브 캡처ⓒAP신문(AP뉴스)

무분별한 AI 제작 영상에 지쳐있던 차에 유한킴벌리 광고를 재생하면서 '유한킴벌리 너마저…'란 생각이 들었다. 하지만 '산불은 숲불'이란 테마의 광고임을 알게 된 중반부턴 생각이 달라졌다. 실제 숲의 피해를 직접적으로 보여주기 어려운 공익적 소재의 특성상, 이 프로젝트는 AI로 제작해야만 하는 당위성을 갖췄다. 이는 AI를 단순한 기술적 효율성을 넘어, 크리에이티브의 한계를 돌파하는 수단으로 활용한 훌륭한 사례다. AI로 콘텐츠를 제작하는 과도기적 명분을 이 광고가 제시한 것이다.

하지만 이 외에 숲불(산불)을 막아야 하는 설득력을 새롭게 갖춘 것은 없어 보인다. 캠페인의 핵심은 '우리 강산 푸르게 푸르게'의 '우리'는 당신이니, '누구나 우리가 되어 지켜주세요'란 동참 독려다. 문제는 AI로 구현된 귀여운 개미 캐릭터들이 이 숭고하고 진지한 메시지의 명분의 전부였다는 점이다. 책임감과 행동을 촉구하는 공익적 메시지 앞에서, 귀여운 캐릭터에 의존한 감성적 접근이 과연 설득력을 얼마나 가질 수 있을지 의문이다.

- 홍광선 평론가 (평점 6.5)

환경 캠페인의 정통성을 가진 브랜드가 '지속성'을 메시지의 중심으로 다시 세운 점이 돋보인다. 나무·숲·아이·바람 같은 상징적 오브젝트가 과잉 없이 배치되며, 다큐와 브랜드 필름의 중간 지점을 안정적으로 구현한다. 담백한 내레이션과 차분한 리듬은 '환경'을 거창하게 말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설득하는 방식으로 힘을 얻는다. 다만 브랜드의 장기적 ESG 성과나 실질적 기여가 스토리 안에서 구체적으로 드러나지 않아 메시지가 정서적 공감에 머무른다. 브랜드 역사를 되짚으면서도 미래 방향성을 절제 있게 전환한 점은 높게 평가할 부분이다. 전체적으로 '믿음'과 '안정감'이 눈에 띈다. 

- 국나경 평론가 (평점 4.2)

나에서 우리로…캠페인 주체 확대

한편 개미를 어린이처럼 의인화해 소비자의 공감을 높이고, 캠페인의 주체를 '우리'로 확대해 메시지의 힘을 강화했다는 의견도 다수 있습니다.

[AP신문 광고평론 No.1429]  우리 모두에게 숲을 지킬 책임이 있음을 강조한다. 사진 유한킴벌리 유튜브 캡처ⓒAP신문(AP뉴스)

땅속 개미 마을의 아기자기한 일상이 한순간에 무너지는 장면은 산불이란 현실을 가장 동화적으로, 그리고 가장 잔혹하게 일깨운다. 귀여움에서 위기로 넘어가는 흐름이 자연스러워 메시지의 충격은 더 커지고, 공익광고가 가져야 할 각성의 힘을 정교하게 완성했다. 특히 담뱃불 한 번의 실수가 생태계 전체를 흔든다는 구조는 단순 경고를 넘어 책임의 규모를 정확히 짚는다. 유한킴벌리는 이 캠페인을 통해 브랜드의 환경 정체성을 과시하지 않고, 자연스럽게 지킬 사람의 자세를 보여주는 데 성공했다.

- 전혜연 평론가 (평점 7.5)

환경 메시지의 프레임을 '너/내가 지키자'에서 '우리로 살아 보자'로 전환한 게 설계의 핵심이다. 자연의 시점과 절제된 톤을 택해 정체성 전환을 유도하고, 행동의 주어를 바꿔 참여의 문턱을 낮춘다. 또한 주제를 '산불'로 특정하며 공익 캠페인의 추상성을 줄여 자사 슬로건을 적절한 상황에 잘 녹여낸 것 또한 인상 깊다.

다만 감정·상징의 밀도가 높은 만큼, 엔드 카피 혹은 장면에 고정적인 멘트 혹은 행동을 유도하는 문구가 추가되면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가 분명해질 것 같다는 아쉬움이 남는다. 

- 한서윤 평론가 (평점 5.3)

 ■ 크레딧

 ▷ 광고주 : 유한킴벌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