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현준 쌓아 올린 '효성重 방파제'…화학 리스크 잠재웠다
[AP신문 = 박수연 기자] 조현준 효성그룹 회장이 설계한 '뉴 효성'의 큰 그림이 적중했다. 효성중공업(298040)의 폭발적인 성장세가 효성화학(298000)의 재무 리스크를 완벽하게 제압하는 '이익의 골든크로스'가 본격화됐다는 분석이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효성중공업의 미국 및 유럽 증설 효과가 본격적으로 반영되는 2026년 연결 기준 영업이익은 8763억원으로 전망됐다. 이는 올해 연간 추정치 대비 36.3% 증가한 수준이다. 영업이익률(OPM) 역시 2025년 15.7%, 2026년 17.6%로 레벨업될 것으로 예상됐다.
즉, 효성중공업이 효성그룹의 'SOTP(sum of the parts) 밸류에이션'에서 가장 큰 비중을 차지하는 핵심 자산이란 의미다.
■ "화학 족쇄 풀렸다"… 중공업이 주도한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
효성(004800)의 3분기 어닝 서프라이즈는 단순한 실적 호조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 시장이 오랫동안 우려해 온 '효성화학 발(發) 재무 리스크'가 '효성중공업 현금 창출력'에 의해 사실상 해소되는 국면에 진입했기 때문이다.
효성중공업은 3분기에만 전년 동기 97.3% 증가한 영업이익 2198억원을 달성하며 분기 사상 최대 실적을 갈아치웠다. 반면 효성화학은 지속적인 업황 부진으로 261억원의 영업손실을 기록했다. 과거에는 화학 부문의 부진이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는 '디스카운트' 요인이었다면, 이제는 중공업이 벌어들이는 막대한 이익이 화학의 손실을 메우고도 남는 압도적인 '모멘텀' 장세로 전환된 것이다.
증권가 관계자는 "시장은 더 이상 효성화학의 부채를 치명적인 악재로 보지 않는다"며, "효성중공업의 성장 모멘텀이 화학의 리스크를 충분히 상쇄하고도 남을 만큼 강력하다는 것이 숫자로 증명됐기 때문"이라고 진단했다.
■ 조현준의 선견지명, 'AI 전력망' 슈퍼사이클 올라탔다
이러한 반전의 중심에는 조현준 회장의 선견지명이 있었다. 조 회장은 일찌감치 AI 시대의 도래와 이에 따른 전력 인프라 수요 폭증(싱귤래러티)을 예견하고 과감한 투자를 단행했다.
특히 2020년 내부의 우려에도 불구하고 인수를 강행한 미국 테네시주 멤피스 초고압변압기 공장은 현재 '신(神)의 한 수'로 평가받는다. 멤피스 공장은 미국 내에서 유일하게 765kV 초고압변압기를 생산할 수 있는 핵심 기지로, 최근 미국 전력망 교체 수요와 맞물려 효성중공업을 글로벌 전력기기 '빅4' 반열에 올려놓았다.
조 회장은 여기에 그치지 않고 멤피스 공장에 1000억원 규모의 추가 투자를 결정, 2028년까지 생산능력을 50% 이상 확대하며 시장 지배력을 굳히고 있다. 최근 유럽 네덜란드에 R&D 센터를 개소하며 친환경 전력 시장 공략에 나선 것도 같은 맥락이다.
효성중공업의 압도적인 현금 창출력은 그룹 차원의 리스크 관리에도 숨통을 틔워줬다. 최근 ㈜효성이 재무 구조 개선을 위해 효성화학에 1000억원 규모의 영구채 지원을 결정할 수 있었던 것도, 지주사의 현금 흐름에 대한 자신감이 깔려 있다는 해석이다.
효성화학 역시 특수가스 사업부 매각과 자산 효율화를 통해 자체적인 체질 개선에 속도를 내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효성중공업이 AI 데이터센터와 미국 노후 전력망 교체라는 메가 트렌드의 중심에 서 있다"며, "조현준 회장의 미래 전략이 실적으로 가시화되면서, 효성그룹은 화학의 늪에서 벗어나 중공업이라는 강력한 엔진을 달고 밸류에이션 재평가(리레이팅) 구간에 진입했다"고 평가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