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 언론사 광고국의 마케팅 실태
2018-03-01 김지민
[AP뉴스=김지민 기자, 김재일 기자] 인력시장이라는 게 있다. 품팔이 노동자들과 일손을 구하는 사람들 사이에서 품팔이 흥정이 벌어지는 장소이다. 주로 새벽에 장이 열린다. 인력시장에 자신의 노동력을 상품화하러 나온 사람들이 선택을 받지 못하면 그냥 집으로 돌아가야 된다. 그날 하루는 일거리가 없는 것이다.
어떤 신문사 광고국 직원은 '미디어데이'를 인력시장에 비유했다. 자조 섞인 표현이다.
인력시장과 다른 점은 매일 '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데이]는 각 매체의 광고국에 속한 사람들이 광고를 집행하는 홍보실 직원을 만나는 날이다.
기자가 미디어데이를 찾은 2월 28일 수요일. 이 날은 세 곳의 기업에서 미디어데이가 열렸다. A금융기업, B건설사, C건설사다.
인력시장과 다른 점은 매일 '장'이 열리지 않는다는 점이다. [미디어데이]는 각 매체의 광고국에 속한 사람들이 광고를 집행하는 홍보실 직원을 만나는 날이다.
[A금융기업의 미디어데이]

▲ ①미팅이 열리는 미팅룸 ② 미팅시작전 서로 대화중인 광고국 직원들
③ 이름을 적기 위해 줄서 있는 모습 ④ 순번 용지에 이름을 적는 모습
A 금융기업은 매월 첫째와 둘째 수요일 2시 반부터 5시까지 미디어데이가 열린다. 이 날 A사를 찾아온 각 매체 광고국 직원들은 약 70여 명. 종합일간지부터 경제지, 스포츠지, 주간지, 인터넷신문까지 다양했다. 오프라인 매체는 신문이나 잡지와 함께 공문을 준비해서 오고, 인터넷 매체는 공문만 준비해서 온다.
A사의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장소는 그 기업의 45층 접견실. 기자는 30분 전인 2시쯤 미리 도착했다. 접견 장소에는 약 15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두, 세 명씩 따로 앉아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는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도 하고 다른 광고직원을 소개해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보였다. 칵테일과 음악만 없을 뿐 소규모의 파티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2시 반이 되자 홍보실 광고 담당인 두 명의 직원이 나타났다. 팀장으로 보이는 홍보실 직원은 미팅을 하게 될 회의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한 명은 접견실에 남아 A4용지를 중앙의 테이블 위에 펼쳐놨다. 이 용지는 광고국 직원이 온 순서대로 매체명과 이름을 적는 양식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듯 차례대로 줄을 서서 이름과 매체명을 적었다. 이때 홍보팀장과 미팅을 원하는 사람은 미팅을 뜻하는 'M'자를 맨 오른쪽 빈칸에 표시한다. M자를 표시하지 않는 광고국 직원은 공문과 함께 가져온 매체를 홍보실 직원에게 맡겨놓고 자리를 떠났다.
홍보실 직원은 접견실을 둘러보며 더 이상 이름을 적을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는듯하다. 그다음 이름 옆에 M자를 표시한 광고국 직원의 순번대로 매체명을 호명했다. 호명 받은 사람은 홍보팀장이 있는 미팅룸으로 공문(또는 매체)을 가지고 들어간다. 한 명씩 들어가고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짧게는 30초부터 길게는 5분이 넘지 않는다. 미팅을 마치고 미팅룸을 나오는 광고직원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막 미팅을 마치고 나온 한 매체의 광고국 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어느 주간지의 광고부장이다. 광고를 한지는 15년 정도 됐다고 한다. 미팅 소감이나 미디어데이에 대해 질문했다.
"30분 정도 기다리고 겨우 1~2분 미팅하고 나와서 허탈하다. 하지만 그나마 미디어데이가 있는 게 광고마케팅을 하기 편하다. 미디어데이가 아니면 홍보팀장을 만나기가 어렵다"
- 왜 만나기 어렵나
"미디어데이가 생기기 전에는 홍보팀장을 1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본다. 홍보팀장이 워낙 바쁘기 때문에 시간 약속 잡기가 힘들다."
- 개선할 점이나 불편한 건 없는지
"미팅 시간이 좀 더 길면 좋은데,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이해해야지 어쩌겠나"
그는 "그래도 여기는 낫다. 여기는 온 순서대로 이름을 적으면 차별 없이 순서대로 미팅을 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 어느 통신사의 미디어데이는 굴욕적이었다. 순서를 적는 용지도 없고 그냥 앉아서 '선택'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면 먼저 온 순서도 무시하고 매체가 크거나 영향력 있거나 홍보담당자와 친분 있는 매체들부터 미팅을 했다. 제일 먼저 와서 기다려도 규모가 작은 매체는 2시간씩 기다렸다가 겨우 미팅하는 적도 많았다. 어떤 날은 그렇게 2시간가량을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됐는데 홍보담당자가 갑자기 회의가 있다고 그냥 들어가 버렸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날 점심도 거르고 가서 기다렸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갑질이다."라고 과거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A사의 미디어데이가 열리는 장소는 그 기업의 45층 접견실. 기자는 30분 전인 2시쯤 미리 도착했다. 접견 장소에는 약 15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먼저 와서 기다리고 있었다. 이들은 두, 세 명씩 따로 앉아 서로 대화를 하고 있었다. 처음 보는 사람끼리는 명함을 주고받으며 인사도 하고 다른 광고직원을 소개해주는 등 화기애애한 분위기로 보였다. 칵테일과 음악만 없을 뿐 소규모의 파티 장소에 와 있는 것 같은 느낌이다.
2시 반이 되자 홍보실 광고 담당인 두 명의 직원이 나타났다. 팀장으로 보이는 홍보실 직원은 미팅을 하게 될 회의실로 들어갔고 나머지 한 명은 접견실에 남아 A4용지를 중앙의 테이블 위에 펼쳐놨다. 이 용지는 광고국 직원이 온 순서대로 매체명과 이름을 적는 양식이다. 사람들은 익숙한 듯 차례대로 줄을 서서 이름과 매체명을 적었다. 이때 홍보팀장과 미팅을 원하는 사람은 미팅을 뜻하는 'M'자를 맨 오른쪽 빈칸에 표시한다. M자를 표시하지 않는 광고국 직원은 공문과 함께 가져온 매체를 홍보실 직원에게 맡겨놓고 자리를 떠났다.
홍보실 직원은 접견실을 둘러보며 더 이상 이름을 적을 사람이 없는 걸 확인하는듯하다. 그다음 이름 옆에 M자를 표시한 광고국 직원의 순번대로 매체명을 호명했다. 호명 받은 사람은 홍보팀장이 있는 미팅룸으로 공문(또는 매체)을 가지고 들어간다. 한 명씩 들어가고 나오기까지의 시간은 짧게는 30초부터 길게는 5분이 넘지 않는다. 미팅을 마치고 미팅룸을 나오는 광고직원들의 표정이 제각각이다.
막 미팅을 마치고 나온 한 매체의 광고국 직원에게 다가가 말을 걸었다. 그는 어느 주간지의 광고부장이다. 광고를 한지는 15년 정도 됐다고 한다. 미팅 소감이나 미디어데이에 대해 질문했다.
"30분 정도 기다리고 겨우 1~2분 미팅하고 나와서 허탈하다. 하지만 그나마 미디어데이가 있는 게 광고마케팅을 하기 편하다. 미디어데이가 아니면 홍보팀장을 만나기가 어렵다"
- 왜 만나기 어렵나
"미디어데이가 생기기 전에는 홍보팀장을 1년에 한두 번 밖에 못 본다. 홍보팀장이 워낙 바쁘기 때문에 시간 약속 잡기가 힘들다."
- 개선할 점이나 불편한 건 없는지
"미팅 시간이 좀 더 길면 좋은데, 뒤에서 순서를 기다리는 사람 때문에... 이해해야지 어쩌겠나"
그는 "그래도 여기는 낫다. 여기는 온 순서대로 이름을 적으면 차별 없이 순서대로 미팅을 하게 된다. 그런데 과거 어느 통신사의 미디어데이는 굴욕적이었다. 순서를 적는 용지도 없고 그냥 앉아서 '선택'되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면 먼저 온 순서도 무시하고 매체가 크거나 영향력 있거나 홍보담당자와 친분 있는 매체들부터 미팅을 했다. 제일 먼저 와서 기다려도 규모가 작은 매체는 2시간씩 기다렸다가 겨우 미팅하는 적도 많았다. 어떤 날은 그렇게 2시간가량을 기다리다가 내 차례가 됐는데 홍보담당자가 갑자기 회의가 있다고 그냥 들어가 버렸다. 미안하다는 말도 없이... 그날 점심도 거르고 가서 기다렸는데 말이다. 그야말로 갑질이다."라고 과거 얘기를 들려주기도 했다.
그와 대화를 마치고 접견실을 둘러보자 서너 명만 남아 있었다.
미디어데이에 온 참석자 중 절반 정도만 미팅을 하기 때문에 미디어데이는 시작한 지 1시간도 안돼 종료될 것 같았다. 매체명을 호명하는 홍보실 직원에게 사람도 없는데 굳이 5시까지 한다고 적어놓는 이유가 뭐냐고 묻자
"여유 있게 적어놓은 것이다. 사람이 없더라도 뒤늦게 오는 매체사도 있기 때문에 좀 더 기다렸다가 사무실로 돌아간다. 어떤 날은 늦게 오신 분들 때문에 5시를 훌쩍 넘겨 6시까지 있다가 간 적도 있다"라고 했다.
잠시 후 잠깐 짬을 낸 홍보팀장을 만났다.
- 미디어데이는 언제부터 시작됐나
"1년 6개월 정도 됐다"
- 대부분 공문 접수만 하고 바로 가는 것 같은데 메일이나 팩스로 공문을 접수해도 되지 않나 왜 직접 만나서 공문을 접수 받는가
"공문 접수만이 목적은 아니다. 미디어데이를 통해서 서로 얼굴이라도 익히고 업무에 대한 조율과 광고 일정도 의논하고 그러는 것이다. 사실 미디어데이가 아니면 서로 얼굴 보기가 쉽지 않다. 나도 업무가 산적해있다. 나와 미팅하려는 매체사가 수백 군데인데 따로 시간 약속을 잡으면 한 번씩만 얼굴을 보더라도 1년은 걸릴 거다. 내가 무슨 스타도 아니고... 광고국 직원들에게 항상 미안하다"
- 미디어데이에 참석하지 않은 매체가 메일이나 팩스, 우편 등으로 공문을 접수하면 불이익이 있나
"불이익, 차별 그런 건 전혀 없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하고 싶고 안 하고는 매체사 자유다."
- 미팅 시간이 너무 짧아서 아쉽다는 의견이 있다
"업무 얘기만 하므로 결코 짧지는 않다. 오신 분 중 어느 한 분도 해야 할 얘기를 다 못하고 돌아가신 적은 없다고 생각한다. 처음 방문하거나 특별한 현안이 있어 오신 분들은 융통성 있게 좀 더 길게 시간을 내어 미팅 한다. 나도 업무의 일환으로 미팅을 하는 것이고, 광고하시는 분들도 업무차 만나러 오는 것이다. 게다가 기다리시는 분들도 많기 때문에 사적인 대화는 가급적 삼간다. "
[B건설사의 미디어데이]

① C건설사의 미디어데이에는 10명도 채 오지 않았다 ② B건설사의 지하1층 라운지 테이블에 앉아 대화중인 광고직원들 ③ 미팅 알림판 및 순번용지가 있는 웨이팅 데스크 ④ 순번 용지에 이름을 적기위해 줄 서 있다
B사의 미디어데이는 매월 첫째, 둘째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미팅 장소는 B사가 입주해 있는 지하 1층 라운지다.
B사의 미디어데이에는 약 80여 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참석했다. 미디어 데이가 시작하기 전까지 약 20~30여 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라운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B사의 미디어데이에는 약 80여 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참석했다. 미디어 데이가 시작하기 전까지 약 20~30여 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라운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시간이 되어 B사의 홍보실 직원 2명이 나왔다. 그러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신문사 광고국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앙으로 보이는 테이블에 '미디어데이 웨이팅 데스크'라는 A4 용지를 코팅한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온 순서대로 이름과 매체명을 적는 용지가 놓여 있다. 알림판 양옆으로 2개의 용지가 나눠져 있는데 왼쪽은 일간지이고, 오른쪽 용지는 인터넷신문과 주간지다.
광고국 직원들이 차례대로 이름을 적고 나서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참석자들의 이름과 매체명이 거의 다 적힌 것을 확인했는지 매체명 또는 참석자의 이름을 호명했다. 호명 받은 사람은 공문을 가지고 다시 중앙 테이블로 간다. 이 때 오프라인 매체가 있는 사람은 잡지나 신문을 함께 가지고 간다.
순번 용지가 있는 중앙 테이블에는 B사의 홍보팀장이 서 있었다. 홍보팀장이 서 있는 왼쪽 테이블에는 다른 직원이 서 있다.
호명을 받은 광고국 직원은 중앙에 서 있는 홍보팀장과 간단하게 서서 미팅을 한다. 그런 다음 홍보팀장 옆의 홍보실 직원 테이블로 가서 공문을 접수하거나 매체를 놓고 가게 된다. 미팅룸이 따로 없고 서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아 보였다. 광고국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법한데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이 전혀 안 보였다.
그중 미팅을 마치고 나가려는 어느 매체의 광고국 직원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 인터넷신문사의 광고국 부장이었다.
- 미디어데이에 항상 오는가
"거의 매번 오는 편이다. 매월 두 번 열리는 미디어데이 중에 가급적 한 번은 꼭 참석하는 것 같다. 안 오는 달도 있고..."
- 광고배정은 받았나
"그건 오프다(오프 더 레코드의 약자)"
- 미팅룸이 따로 없고 미팅도 서서 하는데 불편하지 않나
"별로 없다. 공문 접수하는 게 목적이고 뭐 잠깐 얼굴 보고 가는 건데... 여기는 서로 앉아서 얘기할 정도로 광고 물량도 많지 않고, 크게 기대하고 오는 곳은 아니다. 그냥 잠깐 안부만 물어보고 공문 접수하면 된다. 인주가 묻어나는 직인을 찍은 공문만 인정한다. 그래서 직접 와야 된다."
- 왜 인주가 묻어나는 공문만 인정한다고 하나
"잘 모르겠다. 그냥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메일로 접수해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암튼 난 그냥 온다."
나중에 다른 광고국 직원을 통해서 B사는 왜 인주가 묻어나는 직인을 찍힌 공문만 인정하느냐고 물어보았다. B사의 내부감사에서 메일로 온 공문에는 JPG 이미지 직인이 있기 때문에 광고, 협찬 단가 등이 조작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비리 방지 차원에서 그러는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어떤 매체의 광고국 직원이 [미디어데이]를 인력시장에 비유했다. 반은 맞고 반은 틀린 비유라고 생각한다. 인력시장에 나온 사람이 선택을 받지 못하는 경우 그날은 '공'치고 집으로 돌아가야 된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광고국 직원들 중 광고를 배정받지 못한 사람도 그날 공치는 날로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그것만이 목적은 아니다. 미디어데이에 온 광고국 직원들 중에는 홍보 담당자를 만나서 매체 현안을 설명하거나 매체 소개를 하는 등 여러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사람(홍보팀장)을 만나러 오는 게 목적인 경우엔 미디어데이는 적어도 '공'치고 돌아갈 일은 없는 것이다
한정된 광고 예산을 가진 기업에서 미디어데이에 오는 매체들에게 모두 광고 배정을 했다가는 1년 동안 버틸 곳간이 한두 달도 안돼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각 매체 광고국 직원들도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미팅할 때마다 광고 배정이 이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국 직원들은 광고배정 횟수를 한 번이라도 더 늘리고 광고단가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광고국 직원들만의 인력시장을 찾는다. 오늘 당장 일거리가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집에서 희망 없이 누워 있는 것보다는 인력시장에 나가서 기다려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