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를 낚지 마세요' LG의 약간 모자란 광고

2017-06-09     김지민
[AP뉴스=김지민 기자]  LG전자의 어딘가 2% 부족한 광고.
호불호가 나뉘는 광고지만 어쨌든 화제가 된 광고임에는 틀림 없다.

이 광고는 총 48초 길이의 광고다. 
하지만 재미를 주는 부분은  딱 16초까지다.
16초 이후부터는 굳이  안봐도 되고 특별할 것도 없는 평범한 내용이다.
초반 16초까지의 내용을 10초정도로 축약하고, 나머지 32초를 10초 정도로 축약해서 총 20초로 만들면 베스트라는 생각이 든다.

얼음정수기 냉장고의 여러 기능 중에서 '얼음'을 강조하려는게 컨셉인듯 하다.
그래서 일상에서 상대방의 말이나 행동에 압도된 사람이 경직되어 아무런 행동을 할 수 없고  말문이 막혀 버린 상태의 '얼음'이 되는 순간을 코믹하게 담아냈다.
하지만 얼음정수기냉장고의 '얼음'과 사람이 순간적으로 경직된 상태의 '얼음'은 발음과 글자 모양만 똑같을 뿐 뜻은 전혀 다르다.
억지로 꿰어 맞춘 것이다.

광고 초반 일상에서 얼음이 되는 순간을 그린 장면은 웃기다.
결혼한 남성들이 보면 한 번쯤 미소를 짓거나 크게 웃을 수 있는 내용이다.
신박하게 상황을 잘 묘사했다.
그런 의미에서 냉장고의 선택권이 남성에게 있다면 이 광고는 성공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하지만 냉장고는 주방 가전 제품이다. 대부분 여성들이 선택하는 것이다.
일반 냉장고는 여성이 선택하지만 '얼음'정수기 냉장고를 선호하는 층이 남성이라고 분석하여 광고의 컨셉을 정했다면 제대로 잘 만든 광고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광고를 본 남성들의 소감은 냉장고의 기능 등에는 관심이 별로 없고  남성모델의 역할에 대해서만 언급한다. 남편이 너무 비굴하다는 의견이다.
낚시를 가기 위해 지나치게 저자세인 점이 못마땅하다는 것이다. 
낚시는 주말용 레저이고,  대부분 집에서 꽤 먼거리에 있기 때문에 낚시를 하는 시간과 왕복 이동 시간을 고려한다면 아침부터 저녁까지 하루 종일 주말에 집을 비울 수 밖에 없는 레저활동이다.
하룻동안의 자신의 부재를 가족에게 논리적으로 설명하거나 설득할 자신이 없기 때문에 굴욕적인 승인을 받을 수 밖에 없다.
어쩌면 '굴욕적인' 남편에게 감정이입을 한 남성들이 얼음 정수기 냉장고를 구입하라는 역선택의 숨은 의도로 만든 광고일지도 모르겠다.

이 광고는 딸과 아버지가 등장하는 버전과 또 다른 부부가 등장 하는 버전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