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① 삼성,언론,언론人
2018-04-04 김재일
[AP뉴스= 김재일 기자] 지난 1일 MBC 스트레이트는 [단독공개 삼성의 언론 관리 실태]라는 제목으로 방송을 내보냈다. 사회자 중 한 명인 배우 김의성씨는 장충기 사장이 받은 문자를 공개할 때마다 충격적이다라는 말을 반복했다. 방송을 본 시청자들도 충격을 받은 것 같다. 하지만 언론사 내부 사정을 아는 사람이라면 별로 충격적일 것도 없다.
방송에서 말하는 '삼성의 언론관리'라는 게 원래 없다가 장충기 사장 때부터 갑자기 생긴 것은 아니다. 수 십년간 삼성과 언론의 비정상적인 관계가 유지되어 온 것이다. 삼성뿐만이 아니다. 삼성의 언론 관리라기 보다는 '광고주의 언론 관리 실태'가 더 정확한 표현이라고 할 수 있겠다.
'스트레이트'를 본 시청자들이 마치 다른 기업은 그렇지 않을 것이라고 착각할 수 있기 때문이다.

<< 충성! 충성! 정말 충성일까? >>
일부 대기업의 언론 관리에서 가장 중요한 매개 수단이 있는데 그 것은 바로 '광고'라는 채찍과 당근이다.
언론인이 장충기 사장에게 '충성'이나 '감사'문자를 보낸 이유가 무엇인지 궁금하지 않은가?
단지 와인 1병, 공연티켓 두어장 받았다고 충성 문자를 보냈다고 생각하는 사람이 얼마나 될까?
문자 화면에는 보이지 않지만 충성이나 감사라는 말 속에는 '광고 거래가 잘 되어 감사하다거나 (광고를) 또 한 번 부탁할테니 잘 봐달라'는 내용이 내포되어 생략됐을 것으로 추정한다.
충성이라는 말이 말 그대로 '충성'이라는 의미인지도 생각해 볼 일이다. 장충기 사장도 정말 충성한다고는 생각하지 않았을 것이다. 삼성이 여러 이유를 핑계로 광고비를 삭감하면 충성문자를 보낸 이는 언제 그랬냐는듯이 삼성에 비판적인 필봉을 휘두를게 뻔하다. 물론 직접 기명기사를 쓰진 않는다.
문자에 가장 많이 등장하는 표현이 장충기 사장에게 한 번 만나달라는 것이다.
식사를 핑계로 또는 다른 이유로 시간을 내달라는 것이다. 만나서 뭘 하냐고? 영업을 하겠다는 의도다. 장 사장도 만남의 의미가 광고 요청이라는 것쯤은 잘 알고 있을 것이다.
장충기 사장도 영업을 한다. 불리한 기사가 보도되는 것을 막는 영업을 하는 것이다.
한국에서의 영업 방식은 거래를 좌지우지할 핵심인물을 파악해서 선물도 주고 친밀감을 높이는 영업이다. 그래야 실적으로 이어진다. 그런 의미에서 장 사장은 영업을 참 잘한다. 주로 사장, 편집국장, 산업부장 등 핵심인물에게만 선물을 한다. 삼성그룹과 직접적 관련이 없는 부서인 증권부장이나 금융부장, 국제부장, 정치부장 등에게는 거의 하지 않는다.
약 10 여 년전부터 일부 언론사에서는 산업부장이나 금융부장을 광고국으로 발령내는 경우가 있어왔다. IMF 이전만 하더라도 비편집국으로의 전보는 좌천을 의미했다. 지금은 어떠한가? 편집국에서 광고국으로의 이동은 편집국장이나 편집부국장으로의 화려한 복귀를 의미한다.
20 여년전 IMF로 경제 위기가 왔을 때 수많은 기업이 도산하고 실업자가 쏟아졌다. 그 당시 언론계에서는 수년 내로 신문사 몇 곳이 문을 닫을 것이라고 기정사실화했다. 실제로 이름이 거론되는 언론사도 여러 곳 있었다. 하지만 단 한 곳도 폐업한 신문사는 없다.
언론은 위기를 어떻게 극복해왔는가?
치열한 광고 영업을 통해서 생존해왔다.
기존에 하던 '광고국'만을 통한 영업으로는 버티기 힘들었다. 그러다가 일부 언론사는 편집국 기자를 동원하면 광고금액의 앞자리 숫자가 바뀌거나 뒤에 0 이 하나 더 붙게 된다는 사실을 알게됐다.
기자의 영업을 통해 꿀맛을 맛본 일부 언론사들은 더 가열차게 기자를 영업일선에 내보냈다.
광고국장으로 발령내면 드러내놓고 영업을 하지만 타이틀이 편집국장이나 산업부장일 경우에는 교묘하게 영업을 한다.
일부 언론사 내부에서는 편집국장이나 산업부장이라 쓰고 광고국장이나 광고부장으로 읽는다고도 한다. 어떤 신문사는 산업부를 산업1부, 산업2부 심지어 산업3부로 쪼개기까지 한다.
산업부가 출입하는 기업체의 숫자는 10 년 전이나 지금이나 거의 그대로다. 왜 분할했을까? 신문사의 매출에 기여하는 부서를 늘려서 매출을 조금이라도 더 늘리겠다는 뜻이다.
언론사 사정을 모르는 사람들은 신문사 내부에 엄연히 영업을 전담하는 부서인 광고국이 있는데 왜 산업부라는 이름의 비공식 영업조직이 존재하는지 궁금해할 것이다. 지금의 신문사 광고국은 사실상 편집국에 종속된 광고 실무 부서라고 해도 무방하다. 물론 그렇지 않은 언론사도 있다. (②편으로 계속 이어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