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석]페이스북의 정치광고 검증의 의미와 전망
2018-04-11 박혜미
이 발표는 지난해 페이스북의 개인 정보가 러시아로 유출돼 미국 대통령선거에 개입하게 한 정황이 포착된 것과 관련이 깊다. 2016년 대통령 후보였던 도널드 트럼프 캠프의 컨설팅업체 케임브리지애널리티카(CA) 가 페이스북의 사용자인 미국인 7100만명을 포함해 8700만명의 데이터를 무단으로 확보했는데 이 데이터가 러시아로 유출된 것이다. 페이스북은 유출을 인정하고 "이들(CA와 해커들)의 활동 규모와 정교함을 고려할 때 페이스북 이용자 20억명의 공식 프로필이 악의적으로 수집됐을 수 있다"고 밝혔다. 20억명은 페이스북의 전 세계 월 사용자 수다.
사실 이같은 우려는 IT관련 개발자들 사이에서 예견된 것이었다. 페이스북이 트위터를 포함한 모든 사회관계망서비스의 점유율 격차를 크게 벌였던 이유는 공격적이고 무차별적인 개인정보 수집덕분이었다.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개인정보를 수집하기 위해서 갖은 방법을 다 동원했다. 페이스북은 처음부터 사용자 확산을 위해 사용자 관계망에 중점을 두고 시스템을 만든 부분이 있었다. 그러기 위해서는 개인정보 수집이 관건이었던 것이다.
페이스북을 초기에 이용해봤던 사람은 당시 사용했던 '싸이월드'나 '트위터'에 비해 놀라울 정도로 친구추천을 잘한 점에 매료되어 다른 SNS보다는 주로 페이스북을 사용했다. 페이스북이 초반에 치고나갔던 비결이다.
이렇게 수집한 개인 정보가 페이스북의 발목을 잡은 것이다. 'CA'로 개인정보가 유출된 정황이 공개되자 주요 광고주들의 잇단 광고 중단 선언이 이어졌다.
독일 '코메르츠방크'와 미국의 소프트웨어 '파이어폭스' 개발사인 모질라재단이 페이스북 광고를 중단하기로 했다. 영국에서도 광고주협회(ISBA)가 페이스북에 광고를 중단할 수 있다고 경고했다. '테슬라'의 엘론 머스크 최고경영자(CEO)가 자사 페이스북 페이지를 모두 삭제하기도 했다. 테슬라의 이런 조치가 광고 중단까지 이어질지 예의 주시하고 있다.
광고중단과는 다른 차원의 움직임도 있다. 인도 정부가 자국의 페이스북 이용자 정보가 그동안의 선거에 이용됐는지 조사에 나선 것이다. 지난달 25일 인도 전자정보기술부는 지난 미 대선에서 부적절하게 취득한 페이스북 이용자 5,000만명의 개인정보를 조사한다고 했다.
유명인들의 페이스북 탈퇴도 이어지고 있다. 애플의 공동창업자인 워즈니악과 배우 짐캐리 페이스북의 자회사인 왓츠앱의 창업자 브라이언 액튼이 탈퇴했다. 탈퇴 러시는 계속 확산되고 있다.
이같은 상황에서 페이스북의 '마크 저커버그'가 지난 10일 미의회 청문회 출석을 앞두고 급하게 정치광고 실명제 등의 보완책을 발표한 것이다. 페이스북은 정치광고 뿐만 아니라 대형 페이지를 운영하는 개인들에 대한 신원 확인 절차도 시작한다고 했다. 무너진 페이스북의 신뢰 회복과 함께 '가짜뉴스'의 유통 경로로 이용된다는 점을 불식시키기 위한 조치로 보인다.
페이스북은 그동안 매출 부문에 있어서 고공행진을 이어왔다. 그러나 페이스북의 엄청난 실적의 비결이 광고매출이 아니라 정보팔이로 인한 것이라는 비아냥이 들리고 있다. 페이스북의 이용자는 2015년 약 16억명에서 2017년 21억명으로 25% 가량 성장한 반면 (표1) 매출은 2015년 매출이 180억달러에서 2017년 매출은 400억달러로(표2) 무려 100%를 넘게 성장했다. 일각에서는 광고매출로만 이렇게 성장할 수 없다고 보고 있다.
페이스북의 뒤늦은 조치와 사과가 '안티페이스북' 확산을 막을 수 있을지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광고비 실명제와 신원 확인 등의 여파가 가파르게 성장하는 페이스북의 2018년 매출에 악재로 작용할지 지켜볼일이다.
한편, 페이스북 조치는 이미 대선 불법 댓글로 홍역을 크게 치룬 국내에서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정치 관련 댓글 실명제 제도 개선을 해야된다고 주장하는 쪽에 유리한 명분이 주어졌다고 볼 수 있다.

▲(표1) 페이스북 2015년~2017년 이용자 추이 (단위 백만명)

▲ (표2) 페이스북 2012년 ~ 2017년 매출 추이 (단위 10억달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