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일기] 지역 언론인으로 살아남기

2018-10-01     김강진
[발행인 일기는] 칼럼이나 사설로 하기에는 부적절하거나 지엽적이며 다소 개인적인 내용을 자기만의 은밀한 기록인 '일기'의 형태를 차용하여 게재하는 것이다.  개인 일기지만 가급적 회사를 운영하면서 느낀 소회나 언론계 근황 등을 써보겠다. (글쓴이) 

<10월 1일 월요일>   날씨: 약간 흐림


약 2~3주전 지방에서 1박 2일의 세미나가 열려서 참석했었다. 전국 각지에서 언론인들이 약 30여명 왔다. 

과거에도 지방에서 개최되는 언론인 행사 등에 여러번 참석했지만 [AP뉴스]의 발행인이 된 이후엔 처음이다. 그 때와는 다른 느낌이다. 관심이랄까? 염탐이랄까? 타언론인이 하는 얘기에 나도 모르게 관심이 집중된다.

어떻게 운영하는지? 직원은 몇 명인지? 독창적인 수익모델 같은게 있는지? 등에 관심이 높아졌다. 뒷풀이에서도 건너 테이블에서 하는 대화중에 적자, 흑자, 수익, 이익 등의 경영과 관련한 단어가 튀어나오면 나도 모르게 귀가 쫑긋해진다. 

내가 이번 세미나에 참석하여 느낀점 중에 하나는 지방 신문이 많아도 너무 많다는 것이다. 시 단위는 물론이고 군과 읍에도 신문이 발행되지 않는 경우는 없었다. 참석한 분중에 경기도의 'ㅍ'시에서 오신 분이 있었는데 그 지역에는 신문이 13개나 된다고 했다. 보통 군단위에서는 적으면 3개 많으면 6~7개 정도의 신문이 발행되는 것 같다. 

다들 어떻게 먹고 사나? 로컬 신문들은 중앙지 보다 더 열악한 환경에서 장사(운영)를 해야되므로 여러면에서 힘들 것 같다. 그래서인가? 최근 한 달 사이에 지역 신문 기자들이 금품을 대가로 기사를 '킬'시키거나, 홍보성 기사를 써주고 금품을 받아 구속된 사례가 자주 보도된다. 

지역 신문에서 참석하신 분들 중에는 지나치게 어그로를 끄는 사람도 일부 있었다. 누가 물어보지 않았는데도 중앙 정치인중의 언론사 출신 인사를 거론하며 자기와 무슨 연관이 있었던 것인양 은근히 과시하는 것이다. 나이가 지긋하신 언론인 두어분이 그랬다. 

어떤 언론인 A씨는 청와대 고위직중의 한분을 언급하며 친분을 과시했다. 증명이라도 하듯 그 분의 과거 이력에 대해 술술 나열을 했다. 언급된 그 분은 나도 어느 정도 알고 있는 분이었다, 그런데 그분에 대해 내가 아는 정보와는 전혀 다른 말을 해서 A언론인에게 사실 확인을 위해 물어봤다. 그러자 내 질문을 못들은척 계속 다른 얘기만 했다. 재차 질문하자 얼버무리다가 다른 테이블로 갔다.  

자신을 과시하기 위해 거짓 정보로 포장하는 현실이 좀 안쓰럽기도 하고 추하게 보이기도 했다. 모든 지방의 언론인이 그렇다는건 결코 아니다. 

이번에 만난 지역 언론인중에는 자질과 능력을 겸비한 훌륭한 분들도 많았다. 중앙지에서 근무했더라면 자신의 능력을 크게 발휘할 만한 분도 여럿 알게 됐다. 지방지를 무시하는 것은 아니지만 지방지가 가진 한계가 분명히 존재하기 때문이다.

최근들어 지역언론에 대한 관심도가 그 어느 때보다 높아졌다. 얼마전 개최된 '지역신문발전토론회'에는 여야 국회의원 50 여명이 참석해 "포털이 지역신문 뉴스를 의무적으로 반영해야 된다"며 지역 신문에 대한 지원의사를 밝혔다. 말로만 지방 분권시대를 외치지 말고 뭔가 가시적인 성과가 나와 기울어진 운동장이 된 한국 언론의 불공평한 현실이 개선됐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