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이하연 기자] 일부 방송사의 유튜브 채널이 여성을 성적 대상화해 썸네일을 만들고,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과거 예능 프로그램을 가져와 게시하고 있다.

여성을 성적 대상화한 썸네일

지난 2월 서울 YWCA는 '[유튜브 썸네일]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에서 여성의 신체를 전시하거나 성차별적인 메시지를 보여주는 썸네일이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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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성 신체 이용해 조회 수 장사하는 유튜버들

보고서에 의하면 일부 방송사가 여성을 이용한 자극적인 썸네일을 뽑아 영상 조회 수를 높이고 있는 것으로 드러났다.

높은 조회 수가 수익으로 직결되는 구조인 만큼 다른 콘텐츠로부터 경쟁력을 확보하기 위해 방송사는 더욱 자극적인 썸네일을 생산하고 있다.

tvN D CLASSIC 채널 영상 중 YWCA의 썸네일 지적을 받은 영상이다. 
 

2019년 CJ E&M이 '구작이 명작인 tvN 맛집의 콘텐츠를 마음껏 볼 수 있는 채널'이라는 뜻을 담고 개설한 'tvN D CLASSIC' 유튜브의 일부 영상 모습이다.

2020년 4월 23일 기준으로 채널에 게시된 모든 영상의 조회 수 합이 14억 회를 돌파할 만큼 영향력이 큰 채널이다.

사진 속 두 번째 영상은 서울 YWCA가 "여성이 남성의 성적 대상으로 그려진 장면이 썸네일이 됐다"고 지적한 영상이며, 내용에도 역시 성적 대상화의 요소를 담고 있다.

"여대생처럼 청초한 매력을 지녔다"거나 "남성들의 마음을 뺏은 원조 청순 미녀"라는 표현을 사용하며 영상 내내 여자 연예인의 얼굴과 몸매를 평가한다.

KBS 코미디 채널 크큭티비 영상 중 YWCA의 썸네일 지적을 받은 영상이다. 
 

KBS가 운영하는 코미디 전문 채널 '크큭티비' 역시도 YWCA의 지적을 받았다.

영상에선 좀비가 된 남성이 여성을 위협하고 강압적인 신체접촉을 시도하는 모습을 보인다.

YWCA는 해당 영상에 대해서 "여성이 불쾌감을 느끼는 표정을 짓고 있음에도 강압적인 신체 접촉을 시도하고 있는 장면을 유머 코드로 소비했다"며 문제점을 지적했다.

 

KBS 뉴스 채널 영상 중 YWCA의 썸네일 지적을 받은 영상이다. 
 

이는 비단 예능 영상뿐만이 아니다. 무엇보다 공익성을 높여야 할 뉴스 채널에서도 마찬가지다.

해당 영상 속 뉴스는 몸에 딱 붙는 바지인 레깅스를 입고 있는 여성의 뒷모습을 몰래 녹화한 남성에게 항소심 재판부가 1심 판결과 달리 무죄를 선고했다는 사실을 전달한다.

하지만 그런 내용과는 달리 모순적이게도 썸네일은 레깅스를 입은 여성의 신체를 그대로 드러내고 있다.

기자는 이와 관련해 KBS 측에 지난달 12일부터 4월 16일까지 한 달 넘게 연락을 취했지만, 답변을 받을 수 없었다.

성차별적 요소 담긴 과거 예능 올리는 방송사

tvN D CLASSIC 채널에 업로드 된 영상 두가지. 현재는 삭제된 상태다.
 

CJ E&M이 유튜브 채널에 게시한 영상은 무려 11년 전의 예능 '롤러코스터'다. 성차별적 요소가 담긴 프로그램이다.

이런 영상은 "과거 영상 중 성차별적인 내용을 선정한 제작진의 성인지 감수성의 부재가 드러난다"는 YWCA 지적을 받기도 했다.

AP신문이 이와 관련해 지난달 12일 CJ E&M 커뮤니케이션팀 측하자, CJ는 우선 영상 몇 가지를 삭제 조치했다. 

이후 지난달 18일 AP신문과의 통화에서 "썸네일 자막이 일부 시청자에게 다소 불편을 드릴 수 있다는 점을 인지했다"고 말했다.

덧붙여 "해당 영상을 삭제 조치했으며, 향후 콘텐츠 편집에 주의를 기울이겠다"고 밝혔다.

SBS의 경우 지난 6일 유튜브 빽능 채널(SBS가 옛날 예능을 게시하는 채널)에 게시한 한 영상으로 논란이 일기도 했다.

해당 영상은 5년 전 예능 '웃찾사'의 코너 '남자끼리'다. 이는 데이트하는 커플의 모습을 담고 있다. 여자는 남자친구에게 옷을 사달라, 커피를 사달라며 혀 짧은 소리를 내는 등 과한 애교를 부린다. 남성이 만들어낸 '김치녀'의 모습을 그대로 재현하고 있다.

댓글 논란이 일었던 영상에 SBS가 댓글로 밝힌 입장

이런 장면으로 성차별적인 모습을 보여준다는 네티즌의 논란이 지속됐다.

위와 같은 논란에 SBS는 "본 채널은 유튜브 커뮤니티 가이드를 준수하고 있다. 특정 성별에 대한 혐오적 표현, 욕설, 비방 등이 포함된 댓글은 별도의 안내 없이 삭제될 수 있다"고 해당 영상의 댓글을 통해 의견을 말했다.

덧붙여 SBS는 "개그는 개그로서 봐주시고, 토론하고 싶으신 부분이 있으시다면 다른 공간을 통해서 해 주시면 감사하겠다"고 전했다.

앞서 지난 2월 서울 YWCA가 발표한 '[유튜브 썸네일] 대중매체 양성평등 내용분석 보고서'에는 방송사만 지적 당한 것은 아니다.

개인 크리에이터 역시 여성 신체를 강조하고 여성을 성적 대상으로 보이도록 한 자극적인 영상을 게시해 지적당했다.

하지만 콘텐츠 시장을 주도하는 영향력을 쥐고 있고 공익에 기여할 의무도 있는 큰 방송사가 앞장서서 이와 같은 행동을 하는 것은 문제가 있어 보인다. 오히려 언론은 개인 크리에이터가 자정 능력을 지닐 수 있도록 쏟아지는 성차별 콘텐츠를 비판해야 한다.

현실은 언론도 성차별적 콘텐츠 생산에 기여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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