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자이언트 펭TV

[AP신문=하민지 기자] 올해 1분기는 그야말로 펭수(EBS) 전성시대였다. 물론 전성시대는 지금도 계속되고 있다. 

구글이 뽑은 올해 1분기 한국 인기 광고 10개 중 펭수가 모델로 등장한 광고만 3개다. 한 주에도 수십 개씩 쏟아지는 광고 시장에서 펭수는 광고 모델로서의 저력을 보여줬다.

AP신문이 매달 선보이는 'AP 월간 모델 데이터 1월'에서는 광고 모델 계약 건수 1위를 차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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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고계 '대세' 모델 펭수는 지난해 말부터 쉴 틈 없이 달려왔다. 작년 12월 10일 정관장 광고를 시작으로, 지금까지 모델ㆍ홍보대사 계약을 맺은 것만 8건이다.

홍보를 목적으로 만들어진 협업 콘텐츠와 패키지까지 계산하면 펭수와 함께한 브랜드ㆍ기관 수는 27개로 늘어난다. 아래와 같이 정리했다.

 


전속 모델 계약이 많이 줄고 단발성 계약이 늘어나는 요즘 광고계에서, 펭수와 손잡은 브랜드가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을 보면 인기 스타와 단기 계약을 맺을 때 어떻게 협업하면 되는지에 관한 힌트를 얻을 수 있다. 몇 가지 공통점이 있기 때문이다.

1. 유튜브 무조건 활용해 '잘 빠진' 콘텐츠 만들어
계약 기간 끝나도 콘텐츠는 영원히 살아남아
단발 계약 특성상 모델 캐릭터 이해도 높아야

화보 촬영이 아닌 이상, 모델 펭수를 기용해서 인쇄 광고만 찍은 브랜드는 없다. 펭수가 유튜브 스타인 만큼 무조건 영상 콘텐츠가 제작돼야 한다.

펭수와 함께한 브랜드는 영상 광고를 메인으로 내세우고 포장지 등에 삽입할 인쇄 광고 이미지를 따로 촬영하는 경우가 많았다.

광고뿐 아니라 뒷이야기, 메이킹 필름, Q&A 영상, 모델 발탁 기념 영상 등을 모조리 공개한다. 이 경우 짧은 광고에 서사가 실릴 수 있다. 

빙그레는 붕어싸만코 광고를 찍으며 15초 광고 두 편을 공개하면서 메이킹 필름, 음향 녹음 현장까지 제작해 공개했다. 

광고가 어떻게 만들어졌고, 펭수가 광고 현장에서 어떤 모습으로 있었는지 보여줌으로써 총 분량 30초인 광고에 펭수에 관한 다양한 이야기가 녹아들 수 있다. 즉, 광고 하나를 여러 콘텐츠로 확장했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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펭수가 콘텐츠로 뜬 스타이기 때문에 광고주도 콘텐츠로 승부 보는 건 어떻게 보면 당연하겠지만, 광고만 공개하고 다른 콘텐츠를 공개하지 않으면 누리꾼 사이에서 덜 회자하고, 그만큼 바이럴 효과도 더 떨어지기 마련이다.

콘텐츠를 잘 만들면 계약 기간이 끝나도 콘텐츠는 영원히 살아남아 바이럴 된다. 지난 1월 3일에 공개된 정관장 '펭수의 귀향' 편은 기획 단계부터 '자이언트 펭TV'의 한 코너인 것처럼 만들어졌다. 

광고는 펭수가 남극에 계신 부모님을 뵈러 가기 위해 정관장이 연 각종 콘테스트에 참여해 항공권을 따낸다는 내용으로 구성돼 있다. 펭수 캐릭터의 콘셉트를 잘 이해하고 만든 광고다.

광고는 공개되자마자 조회 수 500만 회를 돌파했고, 4월 28일 오후 5시를 기준으로 2천만 회가 넘었다. 그리고 구글이 선정한 올해 1분기 인기 광고 1위에 선정됐다.

단발성 계약의 특징은 '지금' 화제 되는 스타를 모델로 기용해, 그 스타가 인기 있을 때 광고ㆍ홍보 효과를 극대화한다는 점이다. 

그러려면 그 스타가 현재 왜 인기 있는지, 어떤 캐릭터인지 이해해야 하는 건 필수다. 자이언트 펭TV 영상 한 번 안 봤는데 펭수를 모델로 모실 수는 없는 일이다.

LG생활건강 섬유유연제 브랜드 샤프란 아우라는 펭수 캐릭터의 콘셉트를 잘 이용해 광고를 만든 사례 중 하나다. 시중에 나와 있는 섬유유연제에는 미세플라스틱이 들어있다. 이는 바다 생태계를 해치는 주범으로 알려져 있다.

샤프란 아우라는 미세플라스틱을 뺀 신제품을 출시하고 펭수를 모델로 기용했다. 해양 생물 '펭귄'인 펭수 캐릭터와 브랜드 이미지를 잘 연계해 광고를 진행했다.

2. 판매는 패키지ㆍ한정판으로 '훅 치고' 빠져

펭수를 모델로만 모시고 그쳐서는 안 된다. 펭수 캐릭터를 활용한 아이템을 어떻게 잘 팔 것인지도 고민해야 한다. 펭수를 모델로 기용한 브랜드는 대체로 패키지 상품을 한정판으로 선보여, 화제가 있을 때 '훅 치고' 빠지는 방식으로 자사 제품을 판매했다.

효과는 좋다. 펭수와 협업해 한정판 패키지 상품을 판매한 브랜드 대부분 매출이 급증했다. 비록 이벤트 같은 단기간 '반짝' 매출이지만 브랜드를 단기간에 집중적으로 홍보하는 효과도 거둘 수 있다.

사진 스파오

대표적 사례는 스파오다. SPA 의류 브랜드 스파오는 올해 1월에 일찌감치 펭수와의 컬래버를 결정하고 11종의 패키지 상품을 내놨다.

'2020 펭수 옷장 공개'라는 이름으로 수면 바지, 티셔츠 등을 한정 판매했다. 펭클럽(펭수 팬덤)이 좋아할 브로마이드 등 다양한 굿즈도 끼워 넣었다.

스파오 패키지 상품은 3시간 만에 완판됐다. 작년 12월 20일 연합뉴스 보도에 따르면, 대기 고객 5천여 명이 한꺼번에 몰리면서 몇 가지 상품은 출시 2분 만에 전량 소진되기도 했다. 

비즈한국 2월 18일 보도에 따르면 EBS는 계약 시 총 수량, 판매량, 매출 등 객관적 지표를 공개하지 않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기 때문에 스파오가 펭수와의 컬래버로 매출을 얼마나 올렸는지는 정확히 알 수 없다. 

그러나 작년 11월 24일 메트로신문은 스파오가 지난 4년간 컬래버 매출만 1,500억을 달성했다고 보도했다. 이 수치를 빌린다면 '펭수 옷장 공개'로 스파오가 얼마를 벌었는지 대강 짐작해 볼 수 있다.

사진 빙그레

빙그레의 경우 지난 2월, 붕어싸만코와 손거울을 묶어 '펭수 스페셜 패키지 세트'를 판매했다. 아주경제의 24일 보도에 따르면 이 패키지 세트를 판매한 덕에 붕어싸만코 매출은 전년 같은 기간에 비해 50% 이상 늘었다.

GS25가 선보인 펭수 우유. 사진 GS25

GS25는 펭수 김밥, 우산, 양말 등 다양한 패키지 상품을 판매했다. 아이뉴스24의 2일 보도에 따르면 김밥류는 판매율 90%, 우산은 평상시 평균 매출 대비 30배, 양말은 전년 같은 기간 대비 250%의 매출을 달성했다.

이렇듯 광고주는 펭수와 단기 컬래버 계약을 맺으며 짧은 시간 안에 한정판으로 여러 상품을 묶어 파는 전략을 펼치며 매출을 올렸다.

정리하면, 광고주는 펭수와 같은 인기 스타와 단기 계약을 맺고 한정판 패키지 상품을 짧은 기간에 판매하면서 영원히 바이럴 될 만한 콘텐츠까지 남겨 놓는다. 

펭수처럼 임영웅(뉴에라프로젝트, 물고기컴퍼니), 송가인(포켓돌스튜디오), 양준일 등 단번에 인기 스타로 떠올라 광고계의 러브콜 세례를 받는 스타가 몇 있다. 

광고주는 이들과 계약을 맺을 때도 유통가가 펭수를 모델로 기용한 후 어떻게 광고를 만들고 마케팅을 펼쳐 왔는지 유심히 살필 필요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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