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진 현대카드

[AP신문=하민지 기자] 광고에서 배경음악은 아주 중요하다. 적절한 배경음악이 광고 속 제품, 브랜드, 광고 정보를 오래 기억하게 하는 효과가 있다. 

또한 광고 속 제품이나 브랜드 이미지 형성에도 배경음악이 크게 기여한다. 음악은 제품ㆍ브랜드 이미지를 트렌디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고 우아하게 만들어줄 수도 있다.

국내 광고의 경우 현대, LG, 삼성 광고가 배경음악 '맛집('잘한다'고 칭찬할 때 쓰는 말)'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이 세 브랜드의 최신 광고 음악을 살펴봤다.

1. 현대 - 유명한 노래 활용

최근 현대자동차와 현대카드는 많은 이가 잘 모르는 해외 아티스트의 노래를 발굴해 쓰기보다 국내 소비자에게 익숙한 노래를 광고에 적절하게 사용했다.

현대자동차는 지난 3일 공개된 더 뉴 싼타페 '엄마의 탄생', '끄떡없이 버틸게' 두 편의 광고에서 이승환의 '가족'을 삽입했다.

광고는 이제 막 아이를 낳은 엄마와 아빠의 이야기를 다룬다. 산타페가 자녀가 있는 가정의 부모가 선호하는 패밀리카라는 점을 활용한 구성인 것으로 보인다.

광고 음악으로 사용된 이승환의 '가족'은 가족을 향한 미안함, 고마움, 사랑을 표현한 노래다. 노래 가사가 광고 내용과 잘 어울리면서 시청자에게 감동을 준다.

시청자는 "배경음악 대박. 광고 분위기랑 너무 잘 어울린다", "뭔가 뭉클. 자동차 광고가 되게 새로워 보인다", "배경음악 잘 골랐다. 이 노래가 이렇게 쓰일 줄 몰랐다"는 댓글을 달며 광고에 감동했다고 이야기하고 있다.

광고마다 감각적인 배경음악을 선정해 온 현대카드는 지난 1일 공개한 새 광고에서 아주 유명한 노래를 사용했다. 영국 록 밴드 비틀스의 I want to hold your hand(당신의 손을 잡고 싶어요)를 선정한 것.

원곡은 아니다. 2007년에 개봉한 영화 어크로스 더 유니버스 OST가 광고에 사용됐다. 비틀스의 원곡을 미국 여성 배우 T.V. 카피오가 부른 리메이크곡이다.

원곡과 달리 잔잔하고 편안한 느낌의 리메이크곡에 시청자도 찬사를 보냈다. "진짜 늘 느끼지만 현대카드는 광고 노래를 멋지게 뽑는다", "음악이 감각적이다", "뮤직비디오 같다"는 댓글을 달고 있다.

정태영 현대카드 부회장은 지난 3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이 음악을 선정하기 위해 고심했다고 밝혔다.

현대카드 피플 광고는 음악이 매우 중요해서 몇 주를 카톡방에서 토론을 했다. 나도 계속 후보곡을 찾아 카톡방에 올렸고 브랜드 본부와 광고 기획사분들도 서로 제안하면서 "너무 빠르다, 처진다, 진부하다, 우울하다'는 식의 평을 했다.

물론 이렇게 제안한 곡이 채택될 것이라고 생각하지는 않았다. 제안을 통해서 어떤 배경음악을 원하는지 느낌을 전할 뿐 결국 전문가가 나타나서 신의 한 수를 주실 것을 알고 있었기 때문.

이번에 사용한 곡은 across the universe의 OST. 귀에 익고 그러나 새롭고, 간결하나 깊은 풍미의 이 곡을 제안받았을 때 배경음악의 모든 고민은 사라졌다.

현대자동차가 지난달 8일 공개한 CSR(기업의 사회적 책임) 광고는 배경음악 선정이 전부인 광고라 봐도 무방하다. 코로나19로 고생하는 대구 의료진과 그의 가족이 윤종신의 '오르막길'을 부르는 내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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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르막길'은 사랑하는 가족, 친구, 연인에게 힘들지만 함께 버텨 가자는 내용의 노래다. 코로나19 시국에 적절한 선곡이었다. 

이 광고는 6월 12일을 기준으로 조회 수가 약 700만 회를 돌파하면서 "이 노래 너무 좋아하는데 이렇게 눈물 나게 될 줄은 몰랐다", "정말 노래 들으면서 제일 많이 울었다"라는 반응을 얻으며 많은 이에게 감동을 선사했다.

2. LG - 제품을 예술작품으로 만드는 선곡

LG전자 가전 브랜드 LG 시그니처는 광고 음악으로 유명한 브랜드다. 세탁기, 냉장고, 에어컨 등 평범한 가전을 우아하고 고급스러운 예술 작품, 명품 등으로 보이게 하는 음악이 흐른다.

보통 해외 아티스트의 음악을 발굴해 사용하지만, 광고에 따라서 라흐마니노프의 피아노 협주곡 같은 클래식도 과감히 활용한다. 클래식을 쓸 때도 그냥 쓰지 않는다. 백건우 피아니스트 같은 명장의 연주를 써서 시청자가 두고두고 찾는 광고를 만든다.

LG 시그니처 광고는 2018년부터 제작돼 왔다. 가장 최근 광고는 지난달 13일에 공개됐다. 제목은 '비주얼 아트'다. 제목답게 배경음악, 우아한 시각적인 연출이 한데 어우러져 LG 시그니처의 에어컨, 세탁기를 명품처럼 보이게 한다.

배경음악은 오데사(ODESZA)의 저스트 어 메모리(just a memory)가 사용됐다. 이번 선곡을 향한 반응도 뜨겁다. "음악 듣고 광고 찾아보긴 처음이다", "LG 시그니처는 예전부터 광고 노래를 잘 골랐다"는 반응이 이어지고 있다.

지난달 8일 공개된 LG벨벳 스마트폰 광고 음악도 화제가 됐다. 시청자 "노래 들으려고 광고 본다", "노래가 광고를 살렸다"며 선곡을 칭찬했다.

광고 중간에 카메라의 ASMR 녹음 기능을 강조하기 위해 광고 모델이 노래 가사를 속삭이는 부분이 있는데, 시청자는 그 부분에 가장 큰 환호를 보냈다.

"핸드폰 빼고 다 잘한다"는 웃지 못할 댓글도 있다. 어쨌거나, 좋은 음악을 광고에 삽입해 시청자의 귀를 사로잡은 것만큼은 확실하다.

3. 삼성 - 해외 음악 발굴하는 뛰어난 능력

삼성 갤럭시 스마트폰은 새 광고가 나올 때마다 음악이 화제가 되는 브랜드다. 유튜브에는 삼성 갤럭시 광고의 해외 음악만 모아놓은 영상이 있을 정도다.

올해 2월에 갤럭시 S20이 출시된 후 삼성은 여러 편의 광고를 제작했다. KT 제니 레드, LG유플러스 핑크, 투 고(To go) 서비스 광고에 삽입된 음악 모두 시청자의 호평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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