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 = 박우진 ]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공을 맡은 현대건설이 말 바꾸기를 한 것인가. 아니면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가 시공사에 무리한 요구를 하는 것일까. GTX-C 노선이 은마아파트 지하를 관통하지 않고 우회토록 하는 문제를 둘러싼 은마재건축 추진위와 현대건설 간의 갈등과 대립이 좀처럼 해결될 조짐을 보이지 않고 있다.

최근 윤영준 사장이 문제를 더욱 악화시키는데 불을 질렀다. 추진위가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앞에서 GTX-C 노선안을 단지를 우회하는 쪽으로 수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이자 인근 주민들에 보내는 서한에서 추진위를 비판해 추진위가 발끈하고 나섰다. 현대건설 측은 추진위의 시위로 피해가 심한 주민들에게 양해와 사과를 구하는 차원에서 서한을 작성해 전달했다.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회지 주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사과문.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윤영준 현대건설 대표이사가 서울 용산구 한남동 집회지 주민들에게 보낸 것으로 사과문. ([사진 = 온라인 커뮤니티 캡처)

2일 건설업계에 따르면 은마 재건축 추진위와 은마아파트 재건축 시공사이자 GTX-C 공사의 우선협상자인 현대건설을 그동안 이 노선이 단지를 뚫고 지나가지 못하도록 하는 문제를 놓고 갈등을 빚어왔다.

현대건설은 추진위가 단지 안의 현수막을 철거하는 등 시위를 중단하는 조건으로 추진위가 요구한 우회 노선에 대한 설계를 검토해 관련 우회안을 지난 8월 31일 국토부에 제출했다. 그러면서 관련 협의를 계속하겠다는 각서를 추진위에 써줬다. 그러나 그 후 이안은 별다른 진전을 보이지 않고 있다.

추진위 측은 지난 8월 "아파트 단지에 걸려있던 GTX-C 노선의 은마아파트 지하 관통을 반대하는 내용이 담긴 현수막과 관련해 현대건설 측이 '우회안을 제출할 테니 현수막을 떼달라'고 요구해서 관련 각서까지 썼다"고 밝혔다.

하지만 우회안에 대한 국토부에서 어떤 결론도 나지 않고 있다. 당시 안재혁 국토부 수도권광역급행철도과장과 김 상무및 추진위 등 3자는 올해 하반기 총 2회에 걸친 3자 면담에서 지난 7월과 10월에 각각 매봉산 우회안과 탄천 우회안을 제출하는 데 합의한 정도가 고작이었다. 추진위 측은 사실한 현대건설이 우회안을 제출하는데 그치고 손은 뗀 것이나 다름없다며 이는 말을 바꾼 것이라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의 입장은 다르다. 현대건설 관계자는 “추진위 측에서 요구한 우회 노선에 대한 설계를 검토해 관련 우회안을 8월 31일 국토부에 제출했으니 19일에 양자 간 서명한 내용을 이행하지 않았느냐”며 말을 바꾸지 않았다는 입장이다.

현대건설이 말 바꾸기가 아니라며 반발하자 추진위는 회사 측의 논리를 재반박하며 다시 시위에 나서면서 양측의 공방은 가열되는 분위기다. 추진위는 최근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의 서울 한남동 자택 앞에서 GTX 노선안 수정을 요구하는 시위를 벌였다.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와 일부 소유주들이 지난 12일부터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은마아파트 지한 관통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보)
서울 강남구 대치동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와 일부 소유주들이 지난 12일부터 용산구 한남동 정의선 현대자동차그룹 회장 자택 앞에서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C노선 은마아파트 지한 관통을 반대하는 시위를 이어가고 있다. (사진 =제보)

 

윤영준 사장은 이로 인해 은마아파트 주변 한남동 주민들이 피해를 보고 있다고 보고 주민들에게 양해와 사과를 구하는 차원에서 본인이 직접 작성한 서한을 직원들을 통해 전달했다.

사과문에서 윤 사장은 "먼저 평화로운 주말 새벽부터 거주하시는 지역에서 발생한 시위로 주민 여러분께 불편을 드리게 돼 진심으로 사과의 말씀을 올린다"며 "시위자들은 수도권광역급행철도 GTX-C노선 단지 내 하부 통과를 반대하는 은마아파트 재건축추진위원회 관련인들"이라고 명시했다.

그러면서 "GTX-C 사업노선은 중요 국책사업으로 정부에서 계획 고시한 건이다"라며 "현대건설은 정부 주도의 입찰에 참여해 우선협상대상 지위를 획득했을 뿐이다. 이 정부 고시안 노선을 검토하며 인근 주민들의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더 많은 공사비가 투입됨에도 불구하고 (현대건설은) 지하 60m 이상 대심도 터널로 시공 계획하고 재래식 발파공법이 아닌 무진동 무소음의 선진공법은 물론 우회노선까지 제시했다"고 설명했다.

문제는 윤사장이 이 편지에서 추진위를 향한 강력한 비판을 쏟아냈다. 추진위가 강력히 반발하고 나서면서 GTX-C 우회 문제는 더욱 꼬이는 양상이다. 윤 사장은 "은마아파트 재건축 추진위 측은 저희의 지속적인 설명과 노력을 알고 있음에도 아직 공사계약조차 하지 않은 현대건설과 사업적 연관성이 전혀 없는 현대차그룹까지 악의적으로 비방하고 사실을 왜곡하는 불법 현수막을 게시했다"며 "급기야 지난 주말 새벽부터 여러분들께서 거주하시는 한남동 일대에서 집회·시위를 지속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또한 "시위를 주도하고 있는 세력은 추진위 선거 과정에서 자금유용·부정선거·재물손괴·업무방해·폭행 등 다수의 불법 및 비리 의혹의 중심에 있는 이들"이라며 "향후 조합장 선거 패배 시 소송·손해배상 등 개인적인 위기 상황에 몰리게 되는바 선거 승리를 위해 GTX-C 노선 문제를 과도하게 부착해 이슈화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이어  "이들의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에도 불구, 현대건설은 어떠한 불이익을 감수하더라도 주민 여러분의 안전한 생활환경 조성과 불편 해소가 최우선이라는 생각으로 충심을 다해 조기 해결에 적극 노력할 것임을 약속드린다"며 "부당한 집회로 인해 불편을 겪으신 주민 여러분들께 다시 한번 사과 말씀을 올린다"고 글을 마쳤다.

이와 관련, 현대건설 측은 이 서한은 현대건설에서 작성한 것이 맞다며 다만 이 서한은  추진위를 향한 비판 의도가 아닌 과도한 시위로 인해 24시간 내내 피해를 보고 있는 주민들을 향한 사과의 뜻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GTX-C 노선과 관련한 대화 상대는 국토부인데 현대건설을 상대로 거짓말로 시위를 이어가고 있어 난감하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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