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신문 = 조수빈 기자] 하반기 강북권 최대어로 꼽히는 성수1지구 재개발 사업이 조합과 비상대책위원회 간 갈등으로 중대 기로에 섰다. 조합이 비대위 핵심 인사들을 형사 고소하며 법적 대응에 나서자 대립이 격화되고 있다.
2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성수전략정비구역 1지구 조합은 조합장 명의의 공식 입장문을 통해 비대위 주요 인물들을 명예훼손, 정보통신망법 위반, 업무방해 혐의로 형사 고소했다고 밝혔다. 조합은 “사업의 근간을 흔드는 허위사실 유포와 비방을 더 이상 묵과할 수 없다”고 소송 이유를 설명했다.
황상현 조합장은 입장문을 통해 “비대위가 제기하는 각종 의혹과 고발 내용은 조합과 집행부의 명예를 실추시키고 사업을 방해하려는 악의적 허위사실”이라고 일축하며, “수사기관의 철저한 조사를 통해 사실관계를 명확히 규명하고 불법 행위자들에게는 어떠한 선처나 합의 없이 법의 엄중한 심판을 받게 할 것”이라고 무관용 원칙을 강조했다.
이어 “비대위가 제기한 의혹이 사실로 판명될 경우 조합장직에 연연하지 않고 즉각 사퇴하고 모든 법적 책임을 지겠다”며 정면 돌파 의지를 드러냈다. 조합은 이번 형사 고소 결과에 따라 사업 방해에 따른 손해배상 청구 등 민사상 책임까지 묻겠다는 방침이다.
아울러 조합은 비대위 배후에서 특정 건설사가 해임총회를 위해 홍보 인력이나 금전적 지원을 할 경우, 해당 회사가 아닌 임직원 개인에게도 거액의 민사 소송을 제기하겠다고 경고하며 대응 수위를 높였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이 소송전으로 번지면서 사업 지연은 물론, 건설사가 부담을 느껴 발을 뺄 경우 비대위가 직접적인 타격을 입을 수 있다는 관측이 나온다.
성수1지구 비대위는 그간 조합 집행부를 상대로 특정 시공사 유착설, 입찰지침서 불공정성 등을 제기하며 조합장과 임원 해임을 추진했고, 결국 조합장을 업무상 배임 혐의로 형사 고발했다. 또 입찰지침에 반대해온 현대건설이 불참하고 GS건설의 단독 입찰이 유력해지자, 조합과의 유착 의혹을 제기하며 사업에 제동을 걸었다.
이에 조합은 비대위와 현대건설의 요구를 대승적으로 수용했다. 논란이 됐던 입찰지침서를 수정하고, 건설사 간 공정 경쟁을 위해 기존 입찰을 취소한 뒤 재입찰을 결정한 것이다.
실제로 조합은 가장 쟁점이 된 추가 이주비 한도 완화, 사업비 상환 순서 명확화, 조합원 로열층 배정 금지 문구 삭제 등 비대위가 문제 삼은 조항을 대폭 수정하며 갈등 해결 의지를 보였다.
그러나 이 같은 조합의 조치에도 비대위가 조합 집행부 해임 총회를 강행하자, 조합도 더는 관용을 유지하지 않고 강경한 입장으로 돌아선 것으로 해석된다.
업계에서는 이번 갈등의 배경에 특정 건설사의 입김이 작용한 것 아니냐는 분석을 내놓고 있다. 정비업계 관계자는 “경쟁 입찰 구도에서 불리함을 느낀 건설사들이 비대위를 통해 사업 전체를 흔들려는 시도는 다른 사업장에서도 종종 목격된다”고 지적했다.
한편, 성수1지구 비대위가 과거 ‘신월곡1구역’의 전철을 밟을 수 있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신월곡1구역 역시 과거 비대위 활동으로 시공사 교체 직전까지 갔지만, 지원하던 건설사가 발을 빼면서 동력을 잃은 비대위가 와해된 바 있다.
당시 비대위는 조합장과 임원 해임, 시공사 교체까지 시도했지만 배후 건설사가 떠나자 동력을 잃었다. 이 과정에서 비대위 다수가 집을 처분하고 조합원 지위를 양도했으며, 일부는 소송비용까지 감당했던 것으로 전해진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조합이 사업의 원활한 진행을 위해 그동안 비대위의 음해에도 조목조목 해명하며 관용을 베풀었지만, 도가 지나치자 결국 소송으로 대응하기로 한 것은 필요악”이라며, “비대위의 횡포를 초기에 잡음으로써 사업을 신속히 진행하고 조합원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불가피한 선택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