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신문 = 박수연 기자] 삼양식품이 '불닭볶음면' 시리즈의 글로벌 열풍, 그 이면에 가져진 오너 3세 전병우 상무의 씁쓸한 경영 성적표에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불닭의 성공에만 의존하는 기형적인 사업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전 상무가 야심 차게 주도했던 '포스트 불닭' 프로젝트가 뚜렷한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는 평가다.
24일 삼양식품(003230)에 따르면, 맵탱 시리즈 3종의 8월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28.4% 줄었다. 또 다른 편의점들에서도 같은 기간 각각 매출이 15%, 12.8% 감소했다.
맵탱은 제품 기획부터 마케팅까지 전 과정을 전병우 상무가 총괄한 프로젝트라는 점에서, 사실상 그의 경영 능력을 평가하는 첫 시험대였다.
특히, 불닭보다 더 매운맛을 내세우며 지난해 8월 출시 이후 차세대 전략 제품으로 기대를 모았지만,편의점과 대형마트 등 주요 유통 채널에서 매출이 두 자릿수 역성장을 기록하는 등 시장의 반응은 싸늘하기만 하다.
뿐만 아니라, 오너 3세가 진두지휘한 제품인 만큼, 회사측도 공격적인 할인 프로모션과 푸드트럭 마케팅을 적극적으로 전개했음에도 불구하고 판매량 부진이 계속되면서, 뼈아픈 오점이 될 것이란 관측이 잇따르고 있다. 경쟁사들의 유사 제품 출시로 차별성이 약화된 점도 실패의 원인으로 지적되고 있다.
이는 전 상무가 대표로 취임했던 계열사 삼양애니도 마찬가지다. 설립 첫해부터 적자 구조에 빠졌고, 올 상반기에도 36억원 규모의 적자를 기록했다. 뿐만 아니라, 매출의 대부분이 삼양애니와의 내부 거래에서 발생해 독립적인 사업 모델이 부재하다는 비판을 받았다. 결국 전 상무는 경영 승계를 본격화하는 과정에서 부담을 덜기 위해 취임 2년 만에 대표직에서 물러났다.
또 삼양식품이 미래 먹거리로 점찍고 도전 중인 바이오·디지털 헬스 분야도 단기간 내 성과를 내기 어려운 상황이다. 포트폴리오 확장 차원에서 긍정적으로 볼 수 있지만, 불확실성이 큰 사업이라는 점에서 투자가 결실을 맺을지는 여전히 미지수다.
현재 삼양식품 전체 매출의 70% 이상을 불닭 시리즈가 차지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삼양식품은 과거 '우지 파동' 당시 라면 사업에 과도하게 의존했다가 그룹 전체가 위기를 겪은 아픈 경험이 있다"며, "불닭 신화 또한 소비 트렌드 변화나 경쟁 심화로 성장세가 꺾이면 회사 전체가 흔들릴 수 있는 위험 요소로 작용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한편, 삼양식품 관계자는 "모든 신사업이 단기간 괄목할 만한 성과를 거두기엔 힘들다"며, "새로운 영역으로의 도전은 그 자체만으로 기업의 미래 경쟁력 강화의 토대를 마련할 수 있고, 안정적 성장과 사회적 가치 창출로도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긍정적 시각도 있다"고 말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