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초기 '비용 부담' 단계를 벗어나 '이익 기여' 국면으로 전환되며 M&A 전략의 J-커브 효과도 가시화되고 있다"
[AP신문 = 조수빈 기자] 김승연 한화그룹 회장의 차남 김동원 한화생명(088350) 최고글로벌책임자(CGO) 사장이 해외 사업으로 괄목할 만한 성과를 올렸다. 보험 본업을 둘러싼 불확실한 대외 환경에도 해외 법인·자회사가 3분기 실적을 떠받치면서, 김동원 사장의 포트폴리오 다각화 전략이 숫자로 입증됐다는 평가다.
23일 보험연구원에 따르면, 국내 생명보험사의 보험계약마진(CSM)은 금리하락과 해지율·손해율 상승 등 비우호적 요인으로 올해 64조7000억원에서 2026년 64조3000억원으로 0.6% 감소할 것으로 전망됐다.
한화생명 역시, 업계 전반에 켜진 수익성 둔화 경고등을 비켜가지는 못하는 분위기다. 실제 올해 3분기 한화생명의 CSM 상각은 보유 CSM 감소로 전년 동기 대비 7.3% 감소했으며, 손해율도 8%p 더 커진 93%를 기록했다. 이에 보험손익은 366억원 손실로 적자 전환됐다.
보험 본업의 어려움은 별도 재무제표에서도 여실히 드러난다. 한화생명의 별도 기준 3분기 순이익은 1361억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42.5% 감소했을 뿐 아니라 컨센서스마저 12.5% 하회했다.
■ 국내 업황 둔화서 해외 법인 '구원투수 깜짝 등판'…포트폴리오 다각화 주효
그러나 연결 기준으로 살펴보면 화려하기 그지없다. 3분기 연결 순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무려 414.9% 증가한 3074억원을 기록했다. 이는 주요 해외 법인·자회사의 사업영역 확장 효과에 힘입은 결과다.
우선, 인도네시아 상장 손보사 리포손해보험은 3분기 101억4700만원의 순이익을 거뒀다.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00.5% 늘어난 수치다. 원수보험료 역시 22% 증가한 2570억원(2조9800억루피아)을 달성했다. 인도네시아 손보시장 원수보험료 증가율 12.3%를 크게 웃도는 수치로, 리포손해보험은 갱신계약 보험료 할증 등을 통해 손해율 관리를 강화하고 선별적 인수로 수익성을 높이고 있다.
인도네시아법인의 경우, 10억4100만원의 순손실로 적자가 이어졌지만, 손실 폭을 지난해 3분기보다 38억1500만원 대폭 축소하며 수익성 개선에 강한 드라이브를 걸었다. 자와섬, 수마트라섬, 슬라웨시섬의 대도심 지역(자카르타, 메단, 수라바야, 마카사르)을 중심으로 보유조직의 양적·질적 개선을 추진하고 있는 노력이 개인채널 중심의 안정적 영업기반 마련으로 이어지고 있다는 분석이다. 여기에, 인도네시아법인은 방카슈랑스, 단체채널 등의 전략채널을 운영하며 멀티채널의 종합 생명보험회사로서의 시장경쟁력 확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베트남법인도 현지 생명보험 시장 수입보험료가 0.7% 감소한 녹록지 않은 업황 속에서도 전년 3분기(404억3800만원) 수준의 403억6500만원 순이익을 시현하며, 견조한 실적 흐름을 이어갔다.
이와 함께, 인도네시아 노부은행, 미국 벨로시티증권의 신규 편입 효과도 두드러졌다. 양사의 3분기 순이익은 각각 109억1300만원, 463억2300만원으로, 편입 첫 분기부터 의미 있는 이익 기여를 시현했다는 분석이다.
특히, 노부은행과 벨로시티증권은 국내 보험사 최초로 해외 은행업과 미국 증권업에 진출한 사례로, 한화생명이 그리는 '글로벌 종합금융그룹' 전략을 상징하는 대표적 프로젝트다.
■ 김동원標 M&A 'J커브' 시동 걸렸다…비용 구간 지나 '수익화 구간' 진입
3분기 한화생명 실적은 '글로벌 종합금융그룹'으로의 체질 개선에 속도가 붙고 있음을 명확히 보여줬다.
앞서 상반기 연결 기준 전년 동기 30.8% 감소한 순이익을 기록했을 때, 업계에서는 이에 대한 원인 중 하나로 M&A에 따른 비용 부담을 지적했다. 하지만 단 1개 분기 만에 M&A가 이익 급증의 핵심 동력으로 작용했음을 보여줬다. 즉, 김동원 사장의 M&A 전략의 J커브 효과가 가시화된 것으로 풀이된다.
업계 관계자는 "김동원 사장의 M&A 전략은 생명보험업의 구조적 한계를 벗어나기 위한 필연적인 선택으로 시장에서 인식되고 있다. 노부은행과 벨로시티 증권이 대표적 사례"라며, "이는 한화생명의 '미래 성장 내러티브'로 작동하기 시작했다"고 평가했다.
시장 전망도 긍정적이다. 인도네시아 은행업은 실질 GDP 성장률을 상회하는 고성장을 이어오고 있는 것은 물론, 약 2억8000만명의 인구와 젊은 연령구조를 바탕으로 동남아시아에서 가장 역동적인 금융시장 중 하나로 꼽힌다.
특히 MZ세대 중심의 디지털 금융 수요 대응 역량이 경쟁력을 좌우하는 핵심 요인으로 떠오른 가운데, 노부은행은 모바일 기반 비대면 여신 프로세스 고도화, QRIS API 유통 라이선스를 활용한 BaaS(Banking-as-a-Service) 모델 구축 등, 디지털 전환에 기반한 리테일 경쟁력 확보에 힘을 쏟고 있다.
뿐만 아니라 리포그룹과의 전략적 협업을 바탕으로 유통·헬스케어 채널을 활용한 캡티브(Captive) 고객 확보, 시행사 연계 집단대출 등 특화 상품 운영을 통해 경쟁우위를 더욱 강화하고 있다.
벨로시티 증권도 한화생명 인수로 강화된 자본 안정성과 글로벌 네트워크를 바탕으로 영업모델의 전략적 전환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비급여제(성과 연동형) 영업 전문가 2명을 새로 영입해 성과 중심의 보상 체계로 전환하면서, 이에 따른 고정비 절감과 거래 발굴 범위 확대가 기대되는 상황이다. 우수 비상장 기업의 차별화된 접근 기회에 대한 투자자 수요가 여전히 강한 점도 고무적이다.
리포손해보험도 마찬가지다. 올해 6월 말 기준 인도네시아 손보시장 총 자산은 전년 동기 대비 8.8% 성장한 22조2000억원(257조루피아) 규모로, 리포손해보험은 상품 수익성이 높은 B2B 재물보험 판매를 확대하고, 다이렉트 채널을 활성화해 사업비를 절감함과 동시에 B2C 고객을 넓히며 수익성을 강화해 나가고 있다.
한화생명 관계자는 “인도네시아·베트남 등 동남아 보험법인과 노부은행, 미국 벨로시티 증권을 축으로 해외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해 중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 기반을 키워 나가고 있다”며, “글로벌 M&A 전략을 통해 국내 생보 시장을 넘어 종합 금융 솔루션 기업으로 도약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