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김강진 기자] 지금은 자동차에 설치된 내비게이션이 보편화됐지만, 내비게이션의 일부 기능인 과속 카메라 위치를 알려주는 GPS 기기가 처음 시중에 나왔을 때 얘기다.

어느 날 필자가 차를 타고 가는데 갑자기 경광봉을 든 사람들이 차를 세웠다. 어안이 벙벙한 채로 차를 세우자 다짜고짜 차 문을 열더니 두 사람이 GPS 기기를 차에 설치했다.

왜 그러느냐고 따져 물었다. 그들은 이 기기는 무료체험이고 마음에 안 들면 언제든 취소할 수 있다며 다소 고압적으로 말했다.

취소가 된다는 말에 며칠 후 전화를 걸어서 취소 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이미 박스를 뜯어 설치한 기기이기 때문에 취소가 안 된다고 했다. 정 취소하려면 설치 비용을 물어내야 한다고 했다. 필자는 울며 겨자 먹기로 어쩔 수 없이 설치 비용을 내고 취소해야만 했다.

이런 말도 안 되는 꼼수 마케팅과 비슷한 사례가 지금도 행해지고 있다. 바로 '구글 프리미엄' 서비스 얘기다. 물론 똑같이 비교하기엔 무리일 수 있다.

하지만 방통위의 구글에 대한 보도자료를 보면서 제일 먼저 떠오르는 생각이 과거 GPS 기기를 일방적으로 설치 후 소비자에게 설치비를 전가하는 사례였다.

방송통신위원회(이하 방통위)는 지난 22일 열린 전체회의에서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를 운영하면서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중도 해지를 제한하고 서비스 이용요금, 철회권 행사 방법 등 중요사항 고지 의무를 위반한 구글LLC(이하 구글)에 총 8억6천7백만 원의 과징금을 부과하고 위반사항을 시정하도록 업무처리 절차의 개선을 명했다.

구글은 한 달 무료체험 마케팅까지 벌이며 가입자를 끌어모았다. 무료체험 가입을 유도한 후에는 명시적인 동의 절차 없이 유료서비스 가입으로 간주를 했다. 방통위가 이런 행위에 대해서 시정 권고를 내리기로 의결한 것이다.

이번 조치는 '유튜브 프리미엄' 서비스가 1개월 무료체험 종료 후에 이용자 동의 없이 유료 전환되며 결제 금액 환불과 서비스 취소 방식에도 이용자 피해가 발생하고 있다는 언론보도 등에 따라 내린 조치다.

방통위가 판단한 구글의 위법 행위는 아래 3가지다.

서비스 해지 제한 행위 

"구글은 정당한 사유 없이 이용자의 서비스 중도해지를 제한하고 해지 후 미이용 기간에 대해 요금을 환불하지 않았다." 

☞ 구글 측은 '오프라인 재생' 기능은 멤버십 해지 후 최대 29일간 오프라인 콘텐츠 감상이 가능하므로 일할 환불의 예외로 인정되는 다운로드 서비스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방통위는 해당 콘텐츠는 유튜브 앱을 통해서만 이용 가능하고 외부기기에서 재생이 가능한 미디어 파일의 형태로 복제되지 않으며, 멤버십 해지 시에는 이용할 수 없으므로 구글의 주장은 타당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중요사항 미고지 

"구글은 서비스 가입 절차에서 중요 사항인 월 이용요금, 청약 철회 기간, 구독 취소ㆍ환불정책을 제대로 고지하지 않았다."

☞ 사실조사 결과, 구글은 '유튜브 프리미엄' 가입자의 월 청구 요금이 '8,690원'임에도 광고 팝업창에서만 부가세 별도 사실을 알렸을 뿐, 가입 절차 화면의 구매정보 입력 화면 등에서 부가세 표시를 생략하거나 '0원'으로 해 월 청구 요금을 '7,900원'으로 안내함으로써 이용자가 실제 결제해야 하는 이용 요금을 정확하게 고지하지 않았다.

유료전환 시 명시적 가입 의사 미확인  

"구글은 이용자의 무료체험 이용 동의 후 명시적인 동의 절차 없이 유료서비스 가입 의사로 간주했다."

☞ 방통위는 이 부분에서는 법 위반으로 보이지는 않는다고 했다. 서비스 가입 절차 화면에서 결제요금, 유료결제 시작일을 표시하고 결제 수단을 기재하도록 했다는 사실을 고려할 때 유료가입 의사가 전혀 확인되지 않았다고 보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따라서 법 위반으로 판단하지 않고 유료서비스 가입 절차상의 미흡으로 판단해 이에 대해서는 시정을 권고하기로 했다.

한상혁 방통위 위원장은 이번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결정에 대해 "글로벌 동영상 콘텐츠 제공 사업자도 국내 사업자와 동일하게 이용자 보호를 위한 국내법의 취지와 기준을 따라야 한다는 원칙 아래에 처분이 이루어졌다"라고 설명했다.

또한 "디지털 경제 활성화를 위해서는 이용자의 신뢰가 중요한 만큼, 향후에도 인터넷과 모바일 서비스 이용자의 권익을 보호하고 피해를 예방하기 위한 정책을 충실히 시행하는 한편, 관련 사업자의 법 위반행위에 대해서는 엄격하게 법률을 집행하겠다"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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