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김강진 기자] 전체 직원이 50명이 채 안 되는 중소규모의 인터넷 신문에 다니는 지인으로부터 올해 들어 자사의 매출이 저조해 경영진이 포럼 개최를 검토 중이라는 얘기를 전해 들었다. 포럼을 통해 줄어든 매출을 만회하려고 한다는 것이다. ☞ 관련 기사 언론사의 변종 돈벌이 약탈적 "포럼 장사" -뉴스타파

포럼을 하면 매출이 증가하냐고 물어보니 그렇다고 한다. 포럼만 하게 되면 기업으로부터 협찬 명목으로 꽤 많은 후원을 받게 되어 지난해에 저조했던 광고 매출을 회복할 수 있다고 한다.

사실 언론사 주최의 포럼이 셀 수 없을 정도로 많기는 하다. 최근에는 블록체인의 붐을 타고 블록체인 관련 포럼도 자주 열린다. 가장 흔한 포럼은 창간 포럼이다. 그 외 무슨 무슨 경제 포럼이니 산업 포럼이니 종류도 다양하다.

포럼의 주최는 대부분 언론사다. 언론사는 포럼도 개최하지만 세미나도 개최한다. 포럼과 세미나의 정의가 불명확하지만, 국내에서는 개최 장소가 호텔급이며 규모가 큰 토론회를 포럼이라고 하고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은 토론회는 세미나라고 하는 것 같다. 

호텔을 포럼 개최장소로 임대해 음식도 제공하고 기념품 등을 지급하려고 하면 대략 1억 정도가 소요된다고 한다.

포럼 참가비는 해외의 유명한 연사나 패널들이 올 경우 참가비를 받기도 하지만 대부분 무료라고 하니 언론사가 1억을 들여서 포럼을 개최하는 이유는 지인에게 들은 대로 협찬을 받아 매출을 올리려는 목적이 강한 듯하다.

물론 모든 언론사가 주최하는 포럼이 '매출' 때문만은 아닐 것이다.

그러나 재작년 삼성의 미래전략실 해체 이후 언론사의 광고 매출이 줄어들고 정상적으로 광고비 물량을 늘리기가 어려운 상황이 계속되자 매출 감소를 타개할 목적으로 포럼 등 대형 행사를 기획하는 매체가 늘어난다고 한다. 언론사들의 수익성 악화를 협찬비에서 보충하고 있는 상황이다.

광고 대행사 쪽에서는 협찬비가 늘어나는 게 별로 달갑지 않다고 한다. 신문 지면 광고나 배너 광고를 하면 대행사가 중간에서 광고 대행 수수료를 받게 되지만 협찬비는 대부분 언론사와 광고주가 대행사를 거치지 않고 직거래를 하는 경우가 많다.

대행사측에는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 것이다. 아울러 광고산업 전체를 위해서도 광고주가 협찬보다는 일반 광고를 통해 언론사와 거래를 하는 게 바람직하다고 한다.

협찬에 대한 광고주들의 입장은 어떠한가? 포럼 협찬의 경우 언론사의 요청 금액이 터무니없이 높다고 한다. 평소 해당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하는 금액의 적게는 3배에서부터 10배 이상의 금액을 협찬하라고 한다는 것이다.

이만한 '대형' 행사를 하는 것이니만큼 행사 규모에 맞게 협찬해야 된다는 것이다. 광고주가 포럼을 하자고 제안한 것도 아니고 일방적으로 언론사에서 포럼을 개최하므로 협찬으로 화답해야 한다며 볼멘소리를 한다.

광고주는 포럼 협찬만 하면 끝나는 것이 아니라 별 관심 없는 주제의 포럼에 참석해 온종일 자리를 지키고 있어야 하는 것도 여간 곤욕이 아닐 수 없다고 한다.

한번은 언론사의 포럼과 다른 행사가 겹쳐 할 수 없이 한 언론사의 행사에 참석하지 못했는데 참석 못 한 언론사로부터 몹시 심한 항의를 들었다고 한다.

협찬하지 않은 것도 아니고 단지 참석만 못 했을 뿐인데 이렇게까지 모욕감을 느낄 정도로 안 좋은 소리를 들어야 되는지 분통이 터진다고 토로했다.

한 광고주를 통해 들은 바로는 언론사 포럼 등의 오프라인 행사에 협찬하지 않더라도 언론사와 광고주 양쪽이 타협해 협찬금만 전달하는 형태의 '협찬'으로 진행하는 경우가 더러 있다고 한다.

언론사 입장에서는 대행 수수료를 아낄 수 있지만, 광고주는 특정 언론사에 광고나 협찬을 하는 것이 다른 언론사에 알려지지 않게 되는 장점이 있어 선호한다고 한다.

만약 특정 언론사에 광고를 집행하게 되면 이를 알게 된 다른 언론사로부터도 같은 요구에 시달리기 때문이라고 한다.

올해 종합 KAI 지수(광고경기 실사 지수)는 102.7로 전년도보다 약간 높아진다. 하지만 언론에서 경제 전문가들의 말을 통해 보도한 올해 경기는 작년부터 이어진 경기 침체의 늪에서 헤어나기 어렵다고 전망하기 때문에 언론사 광고비 매출에 긍정적 영향을 줄 것이란 기대가 어려운 건 사실이다. 

여러 상황에서 여건이 안 좋은 언론사의 매출을 위해서 포럼을 기획하고 협찬을 요청하는 입장은 충분히 이해가 간다. 어차피 수익 다각화 차원에서 포럼 등의 행사를 계속해야 된다면 기왕이면 광고주도 납득할 만한 협찬 효과 등의 데이터를 제시해 그에 합당한 협찬금액을 요청하는 것이 광고주도 기분 좋게 협찬할 수 있지 않을까? 

한 가지 더 바람이라면 형태가 없는 협찬은 가급적 지양하고 배너광고나 CF, 인쇄광고, 옥외광고 등의 실물 광고를 집행해 광고 산업의 발전을 위해 언론사와 광고주 모두 힘을 합쳐주길 기대해본다.  

포럼 장면 - 기사와 직접적인 관련 없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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