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스= 김효진 기자] 1981년 시작된 ‘장애인의 날’이 4월 20일 38회째를 맞는다. '장애인의 날'은 1972년부터 민간단체에서 개최해 오던 ‘재활의 날’을 국가에서 법정기념일로 지정한 것이 유래가 됐다. 벌써 반세기 가까운 시간이 지나간 셈이다. 우리 주변의 약자에 대한 이해를 돕고, 또 장애인의 재활 의욕을 고취하기 위한 목적으로 제정된 ‘장애인의 날’은 분명 우리 사회에 변화를 일으켰다. 하지만 장애인에 대한 인식과 처우는 여전히 선진국 수준에 한참 못 미치는 실정이다. 

대중교통을 이용하는 불편함은 물론 충분히 할 수 있는 일에서도 배제되는 불이익을 당해야 한다. 큰 건물조차도 장애인에 대한 시설이 미비하고, 제대로 교육받을 권리마저 비용을 이유로 제대로 보장해주지 않는 대학의 미온적인 태도 역시 거의 변화가 없다. 기념일을 지정하고 각종 행사를 의례적으로 진행할 뿐, 평소 우리 사회는 주변의 장애인을 아예 잊고 사는 듯 보인다. 장애인의 사회적 활동이 눈에 띄지 않는 건 그들에게 능력이 없어서가 아니라 기회를 주지 않는 사회 탓이다. 

이런 환경 속에서 대중에게 노출되는 광고에서 장애인을 만나기는 더욱 어려운 일이다. TV, 잡지, 유튜브, SNS 등 이미지를 소비하는 모든 곳에서 장애인은 찾아보기 쉽지 않다. 장애인을 전면에 내세운 광고들이 종종 있기는 하지만, 대부분 장애인 인식 개선 캠페인에 등장할 뿐이다. 그중에서도 전문 장애인 모델이 등장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 대체로 일회성출연에 그치거나, 이슈가 됐다고 하더라도 이내 사라지기 일쑤이다.



2017.12.21. 교육부 ‘범국민 장애인식 개선 캠페인’ 공익 광고. 공익 광고의 메인 모델은 
비장애인인 그룹 ‘소녀시대’의 ‘수영’이다.



그나마 대중에게 알려진 장애인 모델은 추아림이다. 청각 장애 4급으로 2013년 슈퍼모델 대회에서 16명이 진출하는 본선에 올랐던 모델 추아림은 각종 화보 촬영과 서울모터쇼 등에서 나름 활발하게 활동 중이다. 


▲청각 장애인(청각 장애 4급) 모델 추아림. 2013년 슈퍼 모델 본선 16명에 올라 화제가 됐다.



광고 모델은 아니지만 KBS에 재직했던 시각장애인 아나운서 이창훈이 있다. 정기적으로 미디어에 모습을 드러낸 유일한 장애인 아나운서로 큰 화제가 되었지만, 그를 TV에서 오래 볼 수는 없었다. 532대 1이라는 엄청난 경쟁률을 뚫고 들어갔으나, 1년 계약(실제로는 KBS 파업 등 내부 사정을 이유로 6개월 연장됨)이 마무리되면서 그의 공영방송 아나운서 타이틀도 사라졌다. 현재는 프리랜서로 활동하고 있으며, KBS 제3라디오에서 뉴스를 진행하고 있다. 

이 두 사람 외에 그밖에 미디어를 통해 우리가 만날 수 있는 장애인 광고 모델이 누가 있을까. 아무리 떠올려보고 인터넷을 뒤져도 ‘광고 모델’이라는 타이틀을 갖고 활동하는 이들을 찾기 어려웠다.




KTV국민방송에서 제작한 영상. 세계적인 장애인 모델들을 소개하고 있다. 그 중 캘리포니아 
출신의 차운탈 루이스(Chauntal Lewis)는 교통사고로 팔을 잃었지만 영화배우로 활동하고 있다.

광고는 힘이 세다. 찰나의 이미지를 우리 머릿속에 심고, 우리는 그 이미지 안에 들어간 메시지를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인다. 만약 아무렇지 않게 장애인 모델이 등장하는 광고가 자주 등장한다면 어떨까. 

최신 핸드폰을 들고 나오거나 스포츠 웨어를 입고, 또는 맛있는 치킨으로 우리를 유혹해도 좋을 것 같다. 장애인을 위한 시설 확충도 중요하지만, 그들을 비장애인과 동등한 사람으로 바라보는 자연스러운 시각을 갖는 것도 그만큼 중요하다. 

청각 장애보다 더 심각한 장애를 갖고도 광고에 나오는 탑모델이 될 수 있고, 우리가 그들의 열렬한 팬이 될 날을 기다린다. 2018년 4월 20일 ‘장애인의 날’에 그려본 하루짜리 상상이 아니길. 아직 부족함이 더 많은 사회지만, 이제 그 정도는 기대해볼 수 있는 성숙한 단계에 이르지 않았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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