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뉴스=김희용 기자] 미디어사업 특히 종이 신문은 종말의 시대를 맞고 있다고 이구동성으로 말한다. 그 근거는 다양하지만 사람들이 점점 뉴스를 읽지 않기 때문이라는 것에 대체로 동의한다.

그러한 이유로 신문사들의 경영 성과는 해마다 마이너스 성장을 거듭할 것이라고 쉽게 결론을 내리는 사람이 많다. 그러나 지난 한 해 경제신문사들의 경영 실적 데이타를 보고 나면 고개가 갸우뚱거려진다. 경제지의 매출과 순이익은 여전히 상승곡선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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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신문과 방송 6월호)

주요 신문사들의 2017년 경영 성과가 월간「신문과 방송」6월 호에서 공개됐다.

「신문과 방송」에 따르면 전국종합일간지는 지난해 총 1조 3,700억 원의 합산 매출을 달성했다. 전년도인 2016년과 비교해서 330억 원의 매출이 감소했지만(-2.3%) 순이익은 730억 원을 남겨 전년 대비 8.4% 성장했다.

반면, 경제지는 지난해 총 6,844억 원(전년 대비 2.32% 성장)의 합산 매출을 달성했고, 703억 원(전년대비 47.36% 성장)의 순이익을 남겼다. 매출액 기준으로는 전국종합일간지의 절반 수준밖에 되지 않지만 순이익은 거의 비슷한 정도다.

조사 대상인 경제지는 총 8곳의 신문사다. 각 신문사별로 매출액과 순이익의 편차가 있지만 대체로 경제지들은 지난 한 해 매출과 순이익 모두 성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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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월간 신문과 방송 6월호)
 
경제지의 순이익 성장률 47%는 가히 경이적이다. 그렇다면 경제지만 성장하는 비결은 뭘까?  40여 년 넘게 언론계에 몸담아온 한 중견 언론인에게 물어봤다. "경제지가 다루는 뉴스 분야가 경제 일반도 있지만 개별 기업들의 세세한 소식을 다룬다. 경제지가 '돈'버는 비결이 바로 여기에 있다. 바로 돈줄을 쥔(광고비 지출 능력이 있는) 기업의 리스크를 부각시키거나 오너의 약점을 기사화하면 한국 기업의 특성상 광고로 화답하기 때문이다"라고 말했다.
 
또 "특정 기업의 문제나 오너 리스크를 지속적으로 기사화하지 않더라도 각 기업은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연간 광고비를 책정하여 경제지를 '관리'한다. 이 관리 비용이 해마다 증가하기 때문에 경제지들의 매출은 비례해서 성장할 수밖에 없는 것이다"라고 말한다.

이러한 이유 때문인지는 몰라도 기사의 퀄리티가 어떻든 간에 경제지만 창간하면 쉽게 '돈'을 번다는 속설이 언론계에는 만연해 있다. 그래서인가 'ㄴ'인터넷 종합지는 'ㄴ경제지'를 창간하여 매출을 견인하고 있고, 최근 창간한 매체도 경제지가 상대적으로 많다. 어떤 IT 전문지는 최근 경제지로 전환할 것이라는 소문도 들린다.  '책, 서평 전문지'였던 어떤 매체는 경제지로 전환한 이후 매출이 많이 성장했다고도 한다. 
 
과연 경제지만 창간하면 돈을 버는 것인가? 달리 말하면 경제지를 창간하면 광고주들이 기다렸다는 듯이 광고를 집행하는 것인가? 이와 관련 한 기업에서 10년가량 광고홍보를 담당했던 홍보부 직원에게 물어봤다. "경제지라고 해서 특별히 광고를 더 하고 그렇지 않은 성격의 매체라고 광고를 안 하는 건 아니다. 밝히기 조심스럽지만 광고 집행 기준에는 매체의 영향력과 기사의 성격과 방향 등을 종합적으로 판단하여 집행한다"라고 말한다.

즉, '경제지이기 때문에 특별히 더 광고를 하지는 않는다'는 것이며 기사와 연관되어 있을 때 주로 광고를 한다고 볼 수 있다. 이와 관련 유의미한 데이타가 있다. 주로 SNS를 기반으로 급성장한 매체 3곳의 매출이 최근 공개됐다. 흥미로운 점은 이중 A, B, C 매체는 2016년까지 비슷한 매출을 기록하다가 A 매체의 매출만 지난해 거의 100% 넘게 성장했다.

확언할 수는 없지만 A 매체가 가파른 매출 곡선을 그린 이유는 바로 지난해부터 개별 기업의 기사 꼭지 수가 늘어났기 때문이라고 본다. A 매체 홈페이지 경제섹션을 보면 네거티브 기사가 눈에 많이 띈다. 기업의 오너 사진들도 섬네일로 배치했다. 하지만 A 매체와 달리 B 매체와 C 매체는 지난해까지 개별 기업 네거티브 기사가 거의 없었다. 그러다가 B 매체도 최근 기업과 관련한 네거티브 기사를 간간이 내보내고 있다. 과연 B 매체의 올 한해 매출 실적이 어떻게 될지 궁금해진다.

최근 [MBC]와 [뉴스타파] 등을 통해 이른바 '장충기 문자'가 공개된 이후 기업과 언론의 부적절한 민낯을 모두가 알게 됐다. 그 결과 언론인의 위상이 땅에 떨어졌다. 이를 반증하듯 '로이터 연구소'가 조사한 대한민국의 언론 신뢰도는 최하위를 기록했다. 경제지만 창간하면 돈을 버는 이상한 시스템에서 정직하고 좋은 기사로 독자의 신뢰를 받는 신문이 돈을 버는 시대를 바라는 건 너무 이상적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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