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신문=김희용 기자] 언론사에서 광고영업을 하는 직원들이 날짜를 정해 놓고 모이는 곳이 있다. 사교모임이나 친교모임은 아니다. 영업의 대상이 되는 기업 홍보실 직원을 만나는 것이다. 일상적으로 영업을 하는 사람들이 날짜를 정해 놓고 만난다는게 의아하다. 하지만 홍보실 직원이나 언론사 광고영업 직원이나 양자가 모두 편하다고 한다. AP신문은 한 기업 홍보실의 미디어 데이를  찾아가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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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C건설사의 미디어데이에는 10명도 채 오지 않았다 ② B건설사의 지하1층 라운지 테이블에 앉아 대화중인 광고직원들  ③ 미팅 알림판 및 순번용지가 있는 웨이팅 데스크   ④ 순번 용지에 이름을 적기위해 줄 서 있다
 

지난 3월 27일 기자가 찾은 B사의(기업명을 밝히지 못한점 양해바랍니다)  미디어데이는 매월 첫째, 셋째 수요일 오후 3시에 열린다. 하지만 기업의 사정으로 셋째주 수요일 미팅이 넷째주로 연기되었다. 미팅 장소는 B사가 입주해 있는 지하 1층 라운지다.

B사의 미디어데이에는 약 80여 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참석했다. 미디어 데이가 시작하기 전까지 약 20~30여 명의 광고국 직원들이 라운지 테이블에 삼삼오오 모여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잠시 후 시간이 되어  B사의 홍보실 직원 2명이 나왔다. 그러자 어디에서 나타났는지 신문사 광고국 직원들이 하나둘씩 모여들기 시작했다.

중앙으로 보이는 테이블에 '미디어데이 웨이팅 데스크'라는 A4 용지를 코팅한 알림판이 붙어 있었다. 바로 옆에는 온 순서대로 이름과 매체명을 적는 용지가 놓여 있다. 알림판 양옆으로 2개의 용지가 나눠져 있는데 왼쪽은 일간지이고, 오른쪽 용지는 인터넷신문과 주간지다.

광고국 직원들이 차례대로 이름을 적고 나서 다시 테이블로 돌아왔다. 참석자들의 이름과 매체명이 거의 다 적힌 것을 확인했는지 매체명 또는 참석자의 이름을 호명했다. 호명 받은 사람은 공문을 가지고 다시 중앙 테이블로 간다. 이 때 오프라인 매체가 있는 사람은 잡지나 신문을 함께 가지고 간다.

순번 용지가 있는 중앙 테이블에는 B사의 홍보팀장이 서 있었다. 홍보팀장이 서 있는 왼쪽 테이블에는 다른 직원이 서 있다.

호명을 받은 광고국 직원은 중앙에 서 있는 홍보팀장과 간단하게 서서 미팅을 한다. 그런 다음 홍보팀장 옆의  홍보실 직원 테이블로 가서 공문을 접수하거나 매체를 놓고 가게 된다. 미팅룸이 따로 없고 서서 대화를 하기 때문에 대화를 하기에는 여건이 좋지 않아 보였다. 광고국 직원들의 불만이 있을법한데 표정에서는 그런 기색이 전혀 안 보였다.

그중 미팅을 마치고 나가려는 어느 매체의 광고국 직원을 만나서 잠깐 대화를 나눴다.
그는 한 인터넷신문사의 광고국 부장이었다.

- 미디어데이에 항상 오는가
"거의 매번 오는 편이다. 매월 두 번 열리는 미디어데이 중에 가급적 한 번은 꼭 참석하는 것 같다. 안 오는 달도 있고..."

- 광고배정은 받았나
"그건 오프다(오프 더 레코드의 약자)"

- 미팅룸이 따로 없고 미팅도 서서 하는데 불편하지 않나
"별로 없다. 공문 접수하는 게 목적이고 뭐 잠깐 얼굴 보고 가는 건데... 여기는 서로 앉아서 얘기할 정도로 광고 물량도 많지 않고, 크게 기대하고 오는 곳은 아니다.  그냥 잠깐 안부만 물어보고 공문 접수하면 된다. 인주가 묻어나는 직인을 찍은 공문만 인정한다. 그래서 직접 와야 된다."

- 왜 인주가 묻어나는 공문만 인정한다고 하나
"잘 모르겠다. 그냥 공정하고 투명하게 하려고 하는 것 같다. 메일로 접수해도 상관없을 것 같기도 하지만... 암튼 난 그냥 온다." 

나중에 다른 광고국 직원을 통해서 B사는 왜 인주가 묻어나는 직인을 찍힌 공문만 인정하느냐고 물어보았다. B사의 내부감사에서 메일로 온 공문에는 JPG 이미지 직인이 있기 때문에 광고, 협찬 단가 등이 조작될 수 있는 여지가 있다고 판단해 비리 방지 차원에서 그러는 것 같다는 답변을 들었다.

미디어데이에 참석한 사람들은 광고 수주만이 목적은 아니다. 미디어데이에 온 광고국 직원들 중에는 홍보 담당자를 만나서 매체 현안을 설명하거나 매체 소개를 하는 등 여러 목적으로 온 사람들도 있기 때문이다. 

한정된 광고 예산을 가진 기업에서 미디어데이에 오는 매체들에게 모두 광고 배정을 했다가는 1년 동안 버틸 곳간이 한두 달도 안돼 바닥을 드러낼 것이다. 각 매체 광고국 직원들도 그 사실을 너무도 잘 알고 있다. 미팅할 때마다 광고 배정이 이뤄진다고는 생각하지 않는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광고국 직원들은 광고배정 횟수를 한 번이라도 더 늘리고 광고단가를 조금이라도 더 올리기 위해서 광고국 직원들만의 인력시장을 찾는다. 
오늘 당장 일거리가 있을지 없을지 몰라도 집에서 희망 없이 누워 있는 것보다는 인력시장에 나가서 기다려야 조금이라도 위안이 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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