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AP신문 = 조수빈 기자] 고려아연은 최창걸 명예회장이 향년 84세로 영면했다고 6일 밝혔다.
고(故) 최창걸 명예회장은 최기호 공동창업자의 장남으로, 고려아연은 물론 한국의 제련산업을 세계 최고 수준으로 끌어올린 ‘비철금속업계 거목’이다.
자원빈국이자 아연제련업의 불모지였던 한국에서 불과 30년 만에, 100년 이상의 역사를 가진 세계 각국의 제련소들을 제치고 고려아연을 세계 최고의 종합비철회사로 성장시켰다. 이에, 고려아연은 전 세계 제련소를 대표해 세계최대 광산업체와 벤치마크 제련수수료(TC)를 협상하는 명실상부 ‘세계 1위’ 업체로 우뚝 섰다.
무엇보다, 최 명예회장은 '현장에 답이 있다'는 경영철학 아래, 철저히 현장 중심 경영에 매진해 왔다. 그리고 이는 차남 최윤범 회장 체제에서도 이어지며, 고려아연의 미래 성장 밑그림이 되고 있다. 2022년 최윤범 회장 체제 출범한 이후, 고려아연의 ‘3세 경영’ 체제는 안정화 단계를 지나 재도약의 시기를 맞고 있다는 평가다.
최 회장은 2022년 12월 작은아버지인 최창근 명예회장에 이어 회장에 취임해 4년째 고려아연을 이끌고 있다. 특히, 세계 1위 비철금속기업으로 성장시킨 '2세 경영' 시대를 발판으로, 고려아연을 친환경 소재기업이자 글로벌 탈중국 핵심광물 중심 기업으로 한 단계 업그레이드하며 새로운 미래 50년을 열어가고 있다.
실제, 고려아연은 올해 한미 정상회담 기간에도 세계 1위 방산기업 록히드마틴과 게르마늄 공급·구매 및 핵심광물 공급망 협력을 위한 양해각서(MOU)를 체결, '탈중국 공급망 허브'로서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았다.

또 울산 온산제련소에 1400억원 안팎의 자금을 투입해 게르마늄 공장 신설을 추진 중에 있으며, 앞서 지난 6월에는 처음으로 미국에 안티모니 20톤을 수출했고, 올해 100톤, 내년 240톤 이상으로 확대할 계획이다. 인듐과 텔루륨 등도 차질없이 생산, 전략광물 허브로서 위상을 공고히 해 나가고 있다.
이와 함께, 최 회장은 취임 이후 기후변화 및 탈탄소 시대를 맞아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사업 ▲이차전지 소재사업 ▲자원순환 사업 등 이른바 ‘트로이카 드라이브’ 3대 신사업을 미래성장동력으로 정하고 이를 속도감 있게 추진하고 있다.
신재생 에너지 및 그린수소 분야에서는 호주 맥킨타이어 풍력발전소의 성공적인 부분 가동과 SunHQ 실증사업 등을 통해 에너지 전환을 선도하고 있다. 이를 위해 고려아연은 지난해 신재생에너지에 5666억원을 투자한 바 있다. 이는 2023년(492억원) 투자액 대비 12배가량 늘어난 규모로 역대 최대치다.
이차전지 소재 분야에서는 동박 생산과 하이니켈 전구체 양산, 올인원 니켈 제련소 건설 등을 통해 미래 수요 증가에 선제적으로 대비하고 있다. 니켈제련소는 고려아연의 독보적 기술력을 바탕으로 다양한 형태의 원료를 단일 제련소에서 처리할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춘 세계 유일의 제련소로서 오는 2027년 상업 운전을 목표로 하고 있다.
자원순환 분야의 경우, 글로벌 최고 수준의 제련기술을 바탕으로 폐기물과 부산물에서 자원 회수를 극대화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최근 미국 IT 자산 관리 기업 MDSi를 인수하며 주목받은 바 있다. 2022년 미국 전자폐기물 리사이클링 기업 이그니오홀딩스, 지난해 미국 고철 트레이딩 업체 캐터맨을 인수하는 등 미국 전자폐기물 시장에서 입지를 넓혀가고 있다.

기존 사업 역시 순항하며 성장세를 지속하고 있다. 고려아연은 올해 상반기 연결 기준 매출 7조6582억원, 영업이익 5300억원을 기록했다. 전년 동기 대비 각각 40.9%, 16.9% 증가한 수치로 창사 이래 최대 실적이다. 아연과 연, 구리 등 기존의 기초금속 사업 부문을 넘어 안티모니·비스무트 등 전략광물과 금·은 등 귀금속 분야로 사업 포트폴리오를 다각화한 것이 호실적의 주요 요인으로 분석된다.
고려아연은 2033년 매출 25조3000억원을 목표로 10년간 연평균 10% 성장률을 달성하기 위한 성장전략을 제시한 바 있다. 이 가운데 '트로이카 드라이브' 부문의 비중을 50%까지 확대하겠다는 복안이다. 또 지난해에는 창사 50주년을 맞아 고려아연의 시가총액을 70조원까지 끌어올리겠다는 목표도 공표했다.
특히, 고려아연은 영풍과 MBK파트너스의 적대적 M&A 시도가 1년 넘게 이어지며 큰 걸림돌이 되고 있지만, 그럼에도 중장기 목표를 유지해 나가겠다는 입장이다.
재계에서는 수십 년간의 동업 관계가 故 최창걸 명예회장이 숙환으로 쓰러져 병상에 누운 지 오래지 않아 ‘동지에서 적’으로 급변한 데 대해 “충격적”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또 적대적 M&A에 따른 경영 불확실성 확대로 성장세에 제동이 걸릴 것이란 분석까지 제기됐다.
하지만 최윤범 회장은 지난 8월 1일 창립 51주년 기념사를 통해 적대적 M&A 사태를 겪으면서도 새로운 가능성을 찾아내며 포기하지 않았던 경험을 공유하고, 앞으로도 새로운 미래로 나아가자는 의지를 다졌다.
최윤범 회장은 “지난 11개월의 태풍을 견뎌내는 동안에 우리는 같은 방향을 바라보며 포기하지 않고 멈추지 않았다"며, “파도는 계속 치겠지만, 우리의 목표를 잊지 않고 서로를 나침반 삼아 단결한다면 고려아연은 다시 한번 세상을 놀라게 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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