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P광고평론 #484] ※ 평가 기간: 2022년 1월 27일~2022년 2월 4일
[AP신문=황지예 기자] KT가 지난달 21일 공개한 광고입니다.
파란 빈폴 니트를 입은 여성이 자전거를 타고 등장하며, '100번째 썸녀'라는 자막이 나옵니다.
그녀가 자전거에서 내려 카페로 들어오자, 알바하는 남성이 반한 듯한 표정을 짓습니다.
이 여성이 카페에 앉아 친구와 식사를 하다 알바생을 부릅니다.
그 후 여성이 AI로봇에게 그릇을 반납하는 장면과 함께 '그녀의 빈 그릇이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는 내레이션이 등장해 궁금증을 자아냅니다.
알고보니 반전이 숨어있었습니다.
이 광고의 화자는 남자 알바생이 아닌 AI 서비스 로봇이었던 것입니다.
AI 서비스 로봇을 남성 알바생에게 비유해 표현한 겁니다.
이후 광고는 분위기가 반전되고 '디지코'가 반복되는 흥겨운 음악이 나오며 AI로봇이 가게에서 서빙하는 모습 등 서비스 로봇으로서 가진 기능을 보여줍니다.
마지막에는 'AI로봇으로 일터를 돕는 DIGICO KT'라는 자막이 나오며 서비스 로봇의 주 기능을 정리합니다.
이 광고에 숨어있는 또 하나의 반전은 이 광고가 1993년 한석규ㆍ양정아 주연의 빈폴 광고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편을 패러디했다는 것입니다.
[관련 영상] 빈폴 '그녀의 자전거가 내 가슴 속으로 들어왔다' 광고(1993)
자전거 사이드 미러로 햇빛을 반사하는 장면 등 원 광고에 나온 장면들을 재치 있게 패러디했습니다.
AP광고평론가들은 이 광고의 예술성 시ㆍ청각 부문에 3.2점을 주며 영상미와 배경음악이 두드러진다고 평가했습니다.
창의성과 명확성은 3점의 무난한 점수를 받았으며 광고 효과의 적합성과 호감도는 각각 2.8, 2.6점으로 다소 낮은 편입니다.
총 평균도 3점에 그쳤습니다.
패러디, 제품과 연관성 낮고 억지스러워
평론가들은 빈폴 광고를 패러디한 것이 AI 서비스로봇의 성능을 알리는 데에 별로 도움이 되지 못했다며, 효과적이지 못한 오마주였다고 분석했습니다.
레퍼런스(reference) 때문에 렐러번스(relevance)를 놓친 광고다. 패러디한 빈폴 광고와 제품의 연관성이 부족해서 빈폴 브랜드와 의상이 불필요하게 많은 비중으로 노출된다는 느낌이다. 특히 "그녀의 빈 그릇이 내 가슴속으로 들어왔다"라는 대사를 차용하는 패러디의 가장 핵심 장면은 사용자 입장에서 AI로봇이 어떻게, 얼마나 일터를 도울 수 있는지 설명하지 못한 채 낭비됐다.
- 김종은 평론가 (평점 2.3)
'예쁜 여자가 들어오고... 마음을 빼앗긴 남직원...인줄 알았는데 로봇이었다 짠!' 하는 상투적인 구조에서 반전을 꾀하고 싶었으나 뜻대로 잘 되지 않은 광고다. 완전한 반전이 되려면 마지막에 남직원 페르소나가 사라져야 했는데 로봇과 함께 등장해서 결국 무엇을 말하고 싶은지 알 수 없는 광고가 돼버렸다. '남직원은 없었고 실은 로봇이다'를 실현하려면 결국 로봇만 남아야 하는데, 이 광고는 전형적인 서사에 억지로 반전의 의미를 끼워맞춘 듯 진행된다.
- 홍산 평론가 (평점 3.0)
또한 손님과 로봇의 관계를 '썸'으로 연결시킨 것이 다소 억지스럽고, 여성을 대상화시키는 거으로 해석될 여지가 있어 위험하다는 지적도 등장했습니다.
이제는 '서비스 로봇'이라는 제품에 대중들이 익숙해졌다는 자신감이 생긴걸까. 기술적 효용성과 자영업자의 편의성을 강조했던 지난 광고들과 달리 스토리를 덧 입힌 접근이 오히려 신선하게 느껴진다.
다만 스토리가 제대로 전개되지 않고 어설프게 '썸'으로만 연결시키다 보니 이도저도 아닌 완성도를 보인다. 신선한 시도였지만 결과적으로 아무 영향력을 주지 못하고, 기술적 효용성을 어필하는 것도 의미 없이 느껴진다.
오히려 서비스 로봇이 주인을 대신해 여성 손님을 응시하는 듯한 장면이나, 손님을 응접하는 것을 '100번째 썸'이라고 표현한 부분을 통해 부정적인 이슈를 연상시켜 불편한 감정이 들고 우려가 된다.
- 노광욱 평론가 (평점 2.2)
충실한 패러디 방식 재미있어
한편 패러디 방식이 재밌다는 의견과, 원작을 충실하게 오마주해 그나마 기본은 했다는 의견도 존재합니다.
옛날 빈폴 광고를 패러디한 게 아주 재밌다. 원작 빈폴 광고를 보고 이 광고를 보면 얼마나 기발하게 두 광고를 연동시켰는지 알 수있다. 후반부에 반전되는 분위기와 '디지코'를 반복하는 배경음악이 매우 잘 어울린다. AI 서비스 로봇의 기능도 자막으로 잘 표현됐다. 하지만 '100번째 썸녀'라는 장치는 처음에 잠깐 스쳐지나갈 뿐이라 다른 요소에 많이 묻힌 듯하다.
- 최상원 평론가 (평점 4.0)
AI 서비스로봇 서비스와 연계보단 자영업자를 타깃으로 해 과거 향수를 불러 일으키기 위한 수단으로 빈폴 광고를 오마주한 것 같다. 기본적인 서비스 편 이외에 아이캐칭을 위한 오마주 광고를 별도로 제작했다. 작위적이고 억지스럽지만 오마주에 충실했단 점에선 최악을 면했다.
- 이정구 평론가 (평점 3.3)
■ 크레딧
▷ 광고주: KT
▷ 제작사: 오스카스튜디오
▷ 감독: 소년
▷ 조감독: 김학수 임금용
▷ 편집실: 로커스
▷ 2D업체: 거스트앤게일
▷ 녹음실: 음향연구소
